당신에게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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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마주하고싶지 않은 상황들이 있습니다.

이별, 죽음.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다고 하지만 아직 사람들과의 이별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살아있다면 같은 하늘아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질수 있지만 이 세상에 함께 할수 없다면 얼마나 슬플까요? 천년만년 살려고 하는 마음은 아닙니다. 언젠가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의 영원한 헤어짐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 집니다. 나의 죽음이 두렵기보다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 두렵습니다. 아마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은 더더욱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을까요?

 

 

도야마 교도소 직업훈련 교사로 일하는 구라시마 에지. 15년간 함께 살아온 사랑하는 아내 요코가 악성 림프종이라는 진단과 함께 남은 삶이 6개월이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죽음을 앞둔 부부의 모습이라 하기에는 너무도 평온한 모습입니다. 1장에서는 이 부부와 함께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니 의아해 할수 있지만 이 사람들의 연결고리에는 아내 요코가 있습니다.

 

사람이 추락하는것은 한 순간일까요? 여고 국어교사인 스기노. 학교 내에서의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교직에서 물러나고 이제는 전과자로 전락하고 맙니다. 다미야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을 하고 대출금을 갚아야하지만 작은 2층집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아내 미와와 함께 꿈같은 시간들을 보내며 누구보다 행복하다고 생각한 그에게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일이 일어납니다. 의지할 사람없이 외로운 생활을 한지 7년이 되어가는 난바라에게는 그 누구에도 말하지 못할 비밀이 있습니다. 28살의 젋은 어부 오우라 다쿠야는오랜 친구 나오코와 결혼을 약속하고 작은 어촌마을이지만 그 곳에서 행복을 꿈꾸고 있습니다.

 

1장에서 만난 구라시마, 스기노, 다미야, 난바라, 다쿠야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하나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이들에게는 어떤 사연이 숨어 있는 것일까요?

 

'이성'은 요코의 죽음을 인정하고 있지만 '감정'은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구라사마에게 NPO 법인 유언 지원회 사사오카 미네코가 찾아옵니다. 아내 유코가 남긴 두 통의 편지. 한 통은 자신이 직접 받을 수 있지만 다른 한 통은 나가사키 현 우체국에 유치우편으로 받을 수있다고 합니다. 아내는 왜 구라시마에게 다른 곳에서 편지를 받게 한 것일까요?

 

 

<내 유골은 고향 바다에 뿌려주세요> 라는 한 문장만 남긴 유서. 다른 한 통의 유서를 받기 위해서는 지금 아내가 말한 곳으로 떠나야 합니다. 이 이야기는 구라시마가 아내의 다른 편지를 받기 위해 떠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또한 의문의 다른 인물들과의 연결고리도 찾을 수 있습니다. 이야기내내 우리들 마음 속에 파고든 이야기는 아내의 좌우명입니다.

 

"타인과 과거는 바꿀 수 없어도, 나와 미래는 바꿀 수 있다."

'인생에는 유효기간이 없다.'

 

구라시마와 만난 사람들도 아내의 이 좌우명을 전해들으며 지금과는 다른 자신을을 위해 어두운 과거가 아닌 밝은 미래를 위해 변화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처음 죽음과 이별이라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말하고 있어 눈물을 흘리지 않고 읽을수 있지만 마지막 요코가 남긴 다른 한장의 편지 내용으로 인해 결국 우리들이 눈물을 흘리게 합니다.

 

 

당신에게. 요코의 말처럼 공기같아 우리가 소중하게 느끼지 못했던 그 말들. 우리들에게 공기같은 말들이 무엇이였는지 생각해 보게 합니다. 또한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모습이 무엇일까라는 의문에 대한 답을 말하고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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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얼굴 팝니다 ㅣ 푸른숲 어린이 문학 29
선자은 지음, 김무연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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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며 아이들을 키우기 힘들기에 외모에 신경쓸 시간은 없지만 거울을 보는 것이 싫습니다. 사진 찍는 것이 싫습니다. 외모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청소년기도 아니고 결혼을 앞둔 미혼 여성이 아님에도 가끔 제 외모가 신경쓰일 때가 있습니다. 삼남매 중 못난이로 태어난 저. 동생들은 예쁘고 잘생겼다는 말을 듣고 자랐는데 전 예쁘다는 말은 가족들외에 그 누구에게도 들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물론 어른들이나 학교 선생님들이 예쁘다고 말씀해 주신적은 있지만 그건 제 외모 때문이 아니라 행동 때문이였을 것입니다.

 

어렸을때부터 잘난 동생들 덕(?)에 전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책에서 만나는 단비의 마음이 와닿는 것은 저또한 외모에 대한 아픔(?)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직도 그 아픔을 간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누가봐도 예쁜 얼굴을 가진 엄마가 아니라 작은 눈과 너부데데한 아빠의 얼굴을 닮은 단비. 자신이 남자였다면 상관이 없는데 여자 아이가 아빠의 얼굴을 닮았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자신이 못났다고 생각하는데 같은 반 친구 형두는 '납작코 만두'라며 놀리기까지 합니다. 속상한 마음에 길을 걷다 우연히 눈에 띈 파란 돌멩이를 뻥 차버리는 단비. 차버린 돌멩이가 어디로 갔는지 둘러보다 길을 잃은 단비의 눈에 띈 것은 '반짝반짝 얼굴가게' 입니다. 그 가게에서는 마음에 들지 않는 자신의 헌 얼굴을 마음에 드는 새 얼굴로 바꿀수 있다고 합니다. 예쁜 새 얼굴로 학교에 간다면 친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자신의 얼굴에 불만을 가진 단비가 새 얼굴로 바꾼 후에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가끔 개그 소재로 예쁜 여자와 못생긴 여자가 함께 있을때 사람들의 반응을 코믹화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개그는 개그일뿐 오해하지 말자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다른 것은 몰라도 외모적인 것으로 코믹화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닙니다. 우리는 웃으며 볼수 있지만 막상 외모에 대한 아픔을 간직한 사람이라면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요?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소중히 생각하며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우리의 눈에는 단비가 못난이로 보이지 않습니다. 매력있고 참으로 귀여운 친구인데 단비는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 없습니다. 그런 자신감은 성형으로 생기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외모로 인해 큰 아픔이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스스로의 미운 모습만을 찾아내려 하는 것에 대한 문제를 말하는 것입니다.

 

이건 분명히 나였다. 내가 버린 나. 예뻐지기만 하면 모든 게 멋져질 줄만 알았다. 그런데 지금 나는 전혀 멋있지 않다. 예쁜 얼굴만 신경 쓰니라 오히려 소중한 것을 잃어버렸다.- 본문 132쪽

 

 

솔직히 저도 '반짝반짝 얼굴가게'를 찾아가고 싶기는 합니다. 잠시만이라도 이 헌 얼굴을 새 얼굴로 바꾸고 며칠만이라도 공주처럼 살아보고 싶운 마음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과 함께 읽으며 이런 가게가 있으면 함께 찾아가 보자고 웃으며 이야기 했습니다. 제가 못난이로 자랐으니 아이들도 당연히(?) 못난이이겠죠. 저와 두 아이는 못난이 인형처럼 셋이 앉아  함께 이 책을 봅니다. 길에 파란 돌멩이가 있는지 잘 찾아보자고 이야기 합니다. 먼저 찾는 사람은 혼자만 알고있지말고 꼭 함께 가보자 했는데 저희 눈에도 파란 돌멩이가 보일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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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프랑스식 서재 - 김남주 번역 에세이
김남주 지음 / 이봄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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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언젠가 나만의 서재를 갖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지금은 이방저방 책꽂이에 흩어져 있는 책들. 언젠가 한 공간안에 모아 놓고 싶은 마음. 가끔 책들을 주제별로 나누어 꽂기도 하고 또다른날은 작가별로, 아니면 나라별로 나누어 꽂아봅니다. 같은 책을 이런저런 주제로 나누어 수시로 바꾸어 꽂는 경우가 있는데 나라별로 나눌때 프랑스의 책들을 보면 대부분의 작품들은 김남주 번역으로 되어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프랑스 서적은 그리 많지만 그 중에서도 많은 작품들을 저자가 번역한 작품들입니다. 아마 프랑스 작품의 번역에 독보적인 존재가 아닐까합니다.

 

 

 

같은 작품이지만 누구의 번역 작품이냐에 따라서도 느낌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얼마 전 영화열풍으로 인해 많은 분들이 <위대한 개츠비>를 읽었습니다. 저또한 이 책을 번역이 다른 작품들을 전제적인 흐름뿐만 아니라 해석된 문장들을 비교해가며 봤습니다. 읽다보면 나에게 맞는(?) 번역가를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아마도 이건 책을 읽는 또다른 재미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래서인지 같은 작품이라도 누가 번역을 했는지에 민감할수 밖에 없습니다.

 

김남주 번역의 많은 작품들. 그가 우리들에게 보여주는 비밀스러운 공간. 많은 작품들을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프랑스 영화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프랑스 작품들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저자가 5장에 걸쳐 보여주는 작품들 중 읽어본 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매번 읽다가 중간에 포기한 책, 눈여겨 보기만 한 책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읽은 작품들도 있어 반가운 마음입니다.

 

단순하게 프랑스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은 아닙니다. 작품의 내용뿐만 아니라 작가와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 우리들은 어렵게만 생각하는 작품들이 아니라 읽어볼수 있는 용기(?)를 갖게 합니다. 김남주 번역가의 프랑스식 서재에 있는 책들중 읽어보고 싶다는 책들도 만나게 됩니다. 책 속의 많은 책들중 누구나 읽어 본 책은 <어린왕자>입니다. 지금은 초등학교 필독서인만큼 어릴때부터 읽기 시작합니다. 사실 전 어렸을때 <어린왕자>를 읽으며 내용보다는 어린왕자 그림이 좋았고 그의 외로운 느낌이 막연하게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애칭을 만들어 주는데 한 아이를 어린왕자라 부르며 마음속에 품었던 적이 있습니다. 노을이 지는 거리를 걸어가는 그 아이의 뒷모습을 우연히 보고 그날 바로 일기장에 '어린왕자'로 남은 아이. 개인적인 추억이 있고 그나마 제가 읽은 책중 조금은 편하게 다가갈수 있어 유심히 보게 됩니다. 우리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 이 작품도 번역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합니다. 번역에 대한 비하인드(?)도 살짝 엿볼수 있으니 그런 요소들은 직접 확인해보시는 것이 책을 만나는 기쁨이 더 크지 않을까 합니다.

 

 

"번역이란 말의 무게를 다는 것. 저울의 한쪽에 원문을, 다른 한쪽에 옮겨놓은 말을 올려놓고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 - 책 9쪽

 

번역가가 될수는 없지만 언젠가 제가 좋아하는 책을 원서로 읽을수 있는 날을 꿈꿔 봅니다. 그런 꿈이 있기에 이 책을 만나는 즐거움이 더 컸는지도 모릅니다. 번역이라는 것이 단지 다른 나라 언어로 쓰여진 글을 우리 글로 바꾸는 단순한 작업은 아닙니다. 그 속에 담긴 의미 하나하나와 느낌들을 우리들에게 전하고 있기에 눈이 아닌 마음으로 책을 만나게 되는 것입니다. 지금은 많은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지만 언제가 <나의 프랑스식 서재>속에 있는 책들이 제 책꽂이에 모두 꽂히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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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 전재규 남극의 별이 되다 ㅣ 세상을 바꾼 작은 씨앗 13
전신애 지음, 이상권 그림 / 청어람미디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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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다락방에서 바라보던 별을 항상 마음 속에 품고 산다. 나도 언젠가 별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살았었다. 누구처럼 천문학자의 꿈을 꾸지는 않았지만 별을 참으로 좋아하던 아이였다. 그래서 내 물건마다 별을 의미하는 단어들을 적어 놓았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내가 사용하는 물건에는 꼭 별을 의미하는 단어들을 표시해 놓을 정도로 좋아한다.

 

 

꿈을 꾸듯 바라보던 나와 달리 과학적인 눈으로 밤하늘의 별을 좋아하던 사람이 있었다. 하늘에 있는 별처럼 높은 곳에서 빛나는 귀한 사람이 되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 전재규.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처럼 그는 별처럼 귀한 사람으로 우리에게 남아있다.

 

 

어린시절 이름보다 책벌레, 공부벌레라는 이름으로 불러진 아이. 밤하늘의 별을 보며 마음속에도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별 하나를 품는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고 했던가? 어린시절부터 날달렸던 전재규는 학창시절내내 눈에 띄는 학생이였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은 누가 말려도 끝까지 밀고 나가고 책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였다. 이런 열정이 있었기에 우리들의 마음 속에 남아있는 것이지 않을까?

 

 

자신의 꿈을 향해 한발한발 내딛던 그가 우연히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근무할 월동연구원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면서 이전과는 다른 삶이 펼쳐지게 된다. 자신의 전공인 지질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지원을 하여 그곳에서 자신의 꿈을 펼쳐나가려 한다. 하지만 미처 그 나래를 펼치지 못하고 젊은 나이에 목숨을 잃게 된다. 참으로 소중하고 세상에 남아 할일이 많은 사람일수록 오히려 일찍 데려가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아직 할일도 많고 하고 싶을 일도 많았을텐데 왜 그리 빨리 데려가신걸까?

 

"만약에 내가 진짜 별이 된다면 이다음에 북극성 같은 길잡이별이 되고 싶어요. 그럼 길을 잃은 사람들이 나를 보고 길을 다시 찾을 수 있잖아요." - 본문 132쪽

 

우리 곁에 남아 해야 할일이 많은 그가 빨리 생을 마감하여 보는 우리들을 안타깝게 만든다. 남극과학기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명예가 아닌 우리나라 과학 발전을 애쓰고 있다는 것을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예전에 방송에서 세종과학기지 모습을 보면서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힘든 환경속에서 어렵게 연구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억만금을 준다해도 우리들은 쉽게 그곳을 가겠다고 말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에 잠시만이라도 과학발전이라는 이름으로 먼 곳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들의 노고에 감사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이 이 한권의 책을 보며 마음 속에 한 사람만 남기는 것은 아니다. 그가 밤하늘의 별을 보고 꿈을 키웠듯이 아이들은 남극이라는 곳을 보며 꿈의 별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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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 - 추정경 장편소설
추정경 지음 / 놀(다산북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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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의 사전적 의미는 '적의 사격이나 관측으로부터 아군을 보호하기 위하여 땅을 파서 만든 구덩이' 이다. 외부로부터의 위험을 막기 위해 철저하게 자신을 숨기는 곳. 보통 영화 속 전쟁 장면에서 만나는 벙커의 모습은 긴박감 그 자체이다. 어떻게해서든 상대의 공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벙커안에서 자신을 지키는 모습. 그 곳을 벗어나면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철저히 자신을 그 안에 숨길 수 밖에 없다. 살아남기 위해 숨을 수 밖에 없다. 살아남기 위해 철저히 자신을 숨길 수 밖에 없다. 살아남기 위해서...

 

제 목소리를 낼줄 알았던 멋진 녀석 김하균. 3년 전 학교에서 암모니아 확산 실험을 하던 날 모든 아이들이 냄새를 맡았다고 손을 드는데 김하균만이 아무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 손을 들지 않았다. 이야기 속 화자 '나'도 주변 눈치를 보며 슬그머니 손을 올린다. 하지만 이것은 암모니아 확산 실험이 아닌 다른 사람의 행동에 휩쓸려 자기 생각을 포기하는지를 보여 주는 실험을 한 것이였다. 우리들도 많은 사람들이 '예'라고 대답하면 '아니오'라는 말을 선뜻 하지 못한다. 김하균은 다른 아이들과 달리 소신있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아이였다. 그런 김하균이 이제는 아이들의 돈을 빼앗고 힘이 약한 친구들을 괴롭히는 일진이 되었다. 김하균이 왜 이렇게 변한 것일까?

 

하균이의 나쁜 행동을 지켜 보기만 하던 아이들. 어느 누구하나 하균이의 행동에 대해 말을 하는 친구들이 없다. 다른날과 다름없이 같은 반 친구 윤석이를 괴롭히는 모습을 보며 자영이가 그만 하라 말한다. 자영이의 말을 시작으로 같은 반 친구들은 한 마디씩 하고 '나'가 내지른 주먹에 쓰러진 하균이를 집단 폭행하는 일이 벌어진다. 의식을 잃고 병원에 입원하게 된 김하균. 이 모든것이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에 괴로운 '나'

 

'저녁 7시 55분 한강 노들섬 남쪽' 이라는 의문의 문자를 받고 한강에 가게 된 '나'. 그곳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 벙커. 벙커에 살고 있는 메시와 미노는 자신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나'를 '김가출' 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흥미진진한 동거가 시작된다. 아직도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지 못하고 어떻게 돌아갈지 모르는 '나' 김가출. '나'는 도대체 누구인 것일까? '나'는 자신이 누구인지 찾을 수 있을까? 죽었다고 생각한 김하균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청소년 소설을 마주하면서 집단 따돌림, 폭력, 자살 등의 이야기들은 이제 어느정도 익숙(?)해졌다. 소설 속 이야기들은 허구가 아니라 우리의 현실이라는 점이 마음이 아프다. 소설은 소설일뿐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왕따를 당하고 어떤 아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어떤 아이들은 또래 친구들에게 폭력을 당하며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김하균은 원래 나쁜 아이였던 것일까? 김하균은 친구들을 괴롭히는 가해자이기만 했던 것일까?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맞아 마땅한 사람, 죽어 마땅한 사람은 없다. 하지만 책을 보는내내 힘들게 했던 글이 있다.

 

'알고보면 좋은 사람'이라는 말에는 그 사람을 알기까지 '시간'과 '노력'을 들이다보면 대부분의 사람이 이해 가능한 존재가 된다는 함정이 숨어 있다. - 본문 106쪽

 

우리들은 아이들을 쉽게 평가한다. 암모니아 확산 실험을 하던 하균이의 반 아이들처럼 냄새가 나지 않아도 모두 손을 들면 나도 들어야하고 누군가 '문제아'라고 말하는 순간 그 아이는 더이상 생각할 필요도 없이 문제아로 남는다. 우리들은 '알고 보면 좋은 사람'이라 생각할 정도로 시간과 노력을 하지 않으며 이해와 공감이라는 힘든 과정을 거치는 것에도 인색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균이와 같은 친구들이 왜 그럴수 밖에 없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을까라는 반성을 해본다. 문제아라 불리는그 아이들과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만 있을뿐 ㅠㅠ

 

지상에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벙커. 내 마음속으로 바람이 분다. - 본문 254쪽

 

세상의 모든 '나'에게 벙커는 더 이상 살아남기 위해 숨는 곳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에게 자신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꼭꼭 숨어버리는 벙커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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