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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런어웨이
트레이시 슈발리에 지음, 이나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작품을 선택할때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아마도 작가를 보고 선택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작가의 전작 <진주 귀고리 소녀>를 읽으신 분들이라면 주저없이 이 책을 선택하지 않을까. 나또한 내용을 확인하기도 전에 작가의 이름을 보고 선택한 작품이다.
<라스트런어웨이>는 오하이오에서 노벨상 수상 작가 토리 모리슨이 19세기의 '지하철도' 운동에 대한 연설을 듣고 작가가 태어난 미국을 배경으로 쓸 주제를 찾았다고 한다. 우선 이 책을 읽기전 맨 뒷장에 있는 '<라스트 런어웨>의 작품 이해를 돕는 4가지 키워드'를 먼저 읽으면 이야기를 읽어나가는데 많은 도움을 받을수 있다. 요즘 노예에 관한 영화나 책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이 책 또한 미국의 노예제도와 연관된 이야기이다.
언니 그레이스를 따라 미국으로 가는 아너 브라이트.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돌아올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언니와 영국을 떠나지만 운명은 그녀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결혼할 상대인 애덤 콕스를 만나러 가는 언니를 아너는 왜 따라가는 것일까. 사랑하는 사람 새뮤얼에게 파혼당하고 힘들어하는 아너에게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 마음의 상처가 나을 것이라며 함께 가자고 권유한 것이다. 아너는 동네 사람들의 동정어린 시선을 받는 것보다는 배를 타고 가는 것이 힘들지만 미국으로 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려던 그녀에게 견디기 힘든 시련이 다가온다. 함께 가던 언니가 황열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자신이 태어나 살던 영국이 아니 낯선 땅 미국. 의지하던 언니는 이제 세상에 없다. 배멀미의 고통을 알기에 다시 돌아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언젠가 돌아갈수 있다는 그녀의 처음 생각과 달리 이제 운명은 그녀의 생각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휘몰아치듯 그녀의 삶은 변화한다. 노예사냥꾼 도너반과 그와는 깊은 연관이 있는 모자가게 주인 벨 밀즈. 이제는 남편이 된 잭 헤이메이커. 그녀는 잭과 결혼을 그녀의 어머니 주디스, 여동생 도커스와 함께 살고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한가지를 알게 된다. 우리들도 결혼을 할때 혼수를 해가는데 미국도 마찬가지인가보다. 시어머니의 포스는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비슷한것일까. 홀연단신으로 타지에 온 며느리에게 미국의 풍습대로 혼수 이불 열두 채를 준비하라고 말한다. 지금처럼 돈을 주고 사는 것이 아니라 일일이 바느질을 해서 만드는데 그 열두 채를 만들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수고가 필요한 것일까.
여기서 또 한가지 아너가 자신이 잘하는 것은 바느질이라는 말을 한다. 이야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함께 하는 것은 퀼트이다. 퀼트를 하신 분들은 알겠지만 그 작업이 결코 만만치 않다.일일이 천조각들을 손바느질을 해서 이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간다. 노예제도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는 이들이 하는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퀼트이다. 어머니는 영국식으로 만들지 말고 아플리케를 해서 만들기 원한다. 아직 익숙치 않은 아플리케 방식은 아너가 이곳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것과 같다.
언니를 잃고 가족들과 떨어진 슬픔을 뒤로하고 잭의 가족들과 살기위해 노력한다. 그러다 우연히 처음으로 열두 살 남짓 되는 노예 소년 도망자를 도와준다. 퀘이커교도는 거짓말을 해서는 안되지만 아너는 그 뒤로 계속 노예 도망자들을 도와주고 그 사실을 가족들뿐만 아니라 노예 사냥꾼 도너반에게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가족들에게 이내 들키고 어머니는 자신의 농장에 피해를 입히는 일이라며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녀는 그렇게 할수 없기에 그 집에서 나오게 된다.
아너는 평생 소리없이 알고 있었던 원칙을 갖고 시작했다. 신 앞에서 모든 인간은 평등하며 그러므로 어느 누구에게도 노예가 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모든 노예제도는 폐지되어야 했다. 영국에서는 간단한 문제였다. 하지만 오하이오에서는 경제를 유지하기 위해, 개인적인 사정으로, 퀘이커 교도들 사이에서도 느껴지는 뿍리 깊은 편견 때문에, 그 원칙이 사라지고 있었다. - 본문 310쪽
퀼트와 아플리케 방식처럼 서로 다른 사람들. 노예제도를 바라보는 시선도 다르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천조각을 하나씩 얻어 킐트를 하는 아너. 그녀는 미국에서 그렇게 자신의 인생 조각 하나하나를 이어가고 있다. 자유를 찾기 위해 나서는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자신의 자유를 버리려는 여인. 아너의 삶에 앞으로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전작 <진주 귀고리 소녀>만큼이나 흡입력 있는 이야기이다. 누구나에게 평등하게 주어진 삶이지만 그 삶마저 자유롭게 살지 못했던 사람들이 있다. 사람의 소유욕은 어쩔수 없다지만 사람마저 소유하고 지배하려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곳에 아직은 나약하고 침묵으로 밖에 자신을 표현하지 못했던 한 여인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침묵이 아닌 다른 것들을 찾아내고 있다. 아너, 벨, 리드 부인 같은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는 희망이란 이름을 만나게 되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