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꽃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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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꽃>을 통해 처음 만난 작가 장 퇼레. 그는 프랑스가 자랑하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자 장르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 작가라고 한다. 영화배우로도 활약하고 있다는 그는 10여편의 소설을 발표하였다고 한다. 영화화된 작품들도 있을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끄는 작가인데 난 이제 그의 작품을 처음 만난 것이다.

 

 

책을 읽기전 '천둥꽃'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고 꽃이라는 것만으로 화려하고 예쁠 것이라 생각해다. 꽃이 주는 이미지들은 대부분 밝고 사랑스럽다. 하지만 꽃이라는 제목이 주는 것과 달리 표지의 그림은 으스스하다. 표정을 알수 없는 한 여인이 서 있다. 화려한 색상의 옷을 입었지만 얼굴은 어두운 색을 하고 있다. 쓰러진 나무들이 보이는 황량한 곳에서 그녀는 왜 혼자 서 있는 것일까. 

 

아, 그거 꺾으면 안 돼요, 엘렌. 그건 천둥꽃이란다. 가만있자. 이제부터 너를 천둥꽃이라 불러야겠다! - 본문 10쪽

 

이 책에서 처음으로 시작하는 문장이다. 엘렌이라는 이름을 가진 일곱 살 소녀에게 엄마는 '천둥꽃'이라 부른다. 독사꽃 줄기이니 잡아당기지 말라고 한다. 그걸 따서 꽃다발을 만들면 어떤 여자가 독을 품게 되고, 혀가 두 쪽으로 갈라졌다는 이야기를 하는 엄마. 아름다운 꽃이라 생각했지만 독을 품고 있는 무서운 꽃인 것이다.

 

엄마가 천둥꽃이라 이름을 지어준 탓일까. 아니면 태어날때부터 죽음의 기운을 가진 것일까. 엘렌이 처음 독살을 한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아닌 엄마이다. 죽어가는 엄마의 손을 잡고 괜찮아질거라며 아무렇지않게 이야기 하는 엘렌. 섬뜩하다. 영상으로 만난다면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대사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일 것이다. 그녀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죽어간다. 그 당시 콜레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기에 사람들은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죽음 속에서도 혼자 살아남은 '천둥꽃'에게 성녀라고 말하는 사람들. 그들은 엘렌의 정체를 안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열세 살 생일을 맞아 외출을 하여 그녀가 산 것은 쥐를 잡는 약이다. 신부님의 심부름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쥐 잡는 약을 사와 쿠키를 만드는 엘렌. 생일날 준 돈으로 재료를 샀다며 극약이 든 쿠키를 주는 것이다. 정말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권하는 모습은 섬뜩하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는 법이다. 그녀의 살인을 사람들은 알게 된다. 그녀에게 '앙쿠'라고 말하며 어디에 나타나든 죽음이 따를 것이라며 사라져 버려야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말하는 앙쿠는 무엇일까. '죽음의 일꾼'이라 불리는 앙쿠는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언제나 날을 예리하게 다듬은 낫을 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그 날은 보통 낫과 달리 날선 쪽이 바깥쪽을 향하고 있다고 한다.

 

죽음의 씨를 뿌리는 여자, 멋지지 않습니까? - 본문 340쪽

 

이 책의 섬뜩한 이야기는 작가의 상상이 아니라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여서 더 충격적이다. 천둥꽃이라 불리는 '엘렌 제가도'는 실존 인물로 세계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독살한 것으로 알려진 희대의 연쇄살인마라고 한다. 정확하지 않지만 36명 정도를 독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사람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우리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다. 하지만 책속에 등장하는 엘렌의 마지막 말과 행동을 본다면 어느정도 이해되지 않을까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그녀의 살인은 용서받을수 없지만 그녀의 마음속 상처들이 닫혀있던 우리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누구든 자기 부모의 불안감속에 방치된 상황에서는. 그 불안감을 극복하고픈 마음이 생긴다는 거죠. 그런 목적에서 스스로 죽음으로 화할 각오까지 하게 됩니다. - 본문 3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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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하늘 맥주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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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아쉬운 점은 술을 마실줄 모른다는 것이다. 맥주맛을 알고 본다면 더 맛있게 읽을수 있을거라는 생각이다. 우스개 소리로 지인들에게 다시 태어난다면 그때는 음주가무에 능한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한다. 술을 못한다고 재미없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은 술 한잔 기울이며 좋아하는 사람들과 여름밤을 지새우고 싶다. 술을 못하니 술자리에서 안주 하나 먹기도 눈치 보이는 서러움 삶이다. 이 책은 여름밤 시원한 맥주 한잔 곁들이며 읽으면 제격인데. 아쉽다 ㅠㅠ

 

행복이란 뭘까?

정답은 '아름다운 강과, 푸른 하늘과, 노천탕과, 차가운 맥주'다. - 본문 52쪽

 

이 책에서 말하는 행복을 난 평생 느껴보지 못하니 정말 슬픈 걸. 다른 사람들이 술을 마실때 옆에서 콜라 한잔의 톡 쏘는 맛으로 대신할수 밖에 없는 건조한 삶을 살아가야 한다.

 

 

시원스러운 표지의 그림만큼이나 눈에 띄는 '모리사와 아키오'의 대단한 썸머 아웃도어 어드벤처'라는 문구이다. 신간이 나올때마다 챙겨보게 되는 작가중 한 명이라 이 작품을 만나는 기분도 남다르다. 이전의 작품들이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이라면 이 책은 밝고 경쾌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작가의 젊은시절 무모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어이없는 여행기이다. 읽는내내 부럽다라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평소 내 삶의 테두리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라 쉽게 떠나지도 못하고 모험을 즐기지도 못한다. 그렇기에 대리만족의 역할을 톡톡히 한 책이다. 

 

이 정도는 놀아야 젊은이의 여름이다!

 

인생에 있어 청춘은 뜨거운 여름과도 같은 것이다. 여름의 열정만큼이나 20대의 열정을 누가 막을수 있을끼.서툴지만 용서되고 부족하지만 채워나갈수 있는 시간이 충분한 젊은 날. 이 젊은 날을 작가는 친구들과 모험같은 여행을 떠난다.

 

첫 이야기부터 킥킥거리며 우리들을 웃게 만든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이와이 요시야스로부터 콘돔으로 유명한 '오카모토 고무'를 아는냐는 전화를 받는다. 오카모토 고무보트를 샀다며 함께 급류타기를 하자고 말한다. 이와이와 급루타기를 할 생각만으로도 즐거운 모리사와. 세계 제일의 품질을 자랑하는 회사에서 만든 보트이니 튼튼할거라 생각했는데 어이없게 보트에 올라탄지 15분만에 보트가 찢어져 이들의 스릴 넘치는 급루타기는 실패한다. 찢어진 보트를 수리하여 다시 떠난 급류타기는 더 어이없이 끝나고 만다. 요즘 아이들 말로 웃픈 이야기이다. 웃기지만 슬픈 이야기. 그 상황들을 보는 우리들은 웃지만 그들이 처한 상황은 슬프다. 15분만에 보트가 찢어지고 정말 죽을 힘을 다해 폭포로 떨어지는 위험속에서 벗어나지만 그곳은 1미터 정도밖에 되지않는 완만한 경사였다. 이들의 첫 여행은 말그대로 새발의 피다. 앞으로 벌어지는 일들은 웃어야할지 울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드는 황당한 사건들의 연속이다.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자연 풍경을 '전~부 다 내 거'라 할 수 있으니 좋은 것이다. 도라에몽의 '만퉁퉁'처럼 잔뜩 우월감에 젖은 채 얼음같이 차가운 맥주로 목을 축이며 '푸하아'하고 소리칠 때의 그 행복감이란……. - 본문 236쪽

 

1년간 노상방뇨를 100번이나 했다고 주저없이 말하는 모리사와. 이전 작품에서 만났던 느낌과는 사뭇 다르다. 오히려 친근하게 다가온다. 젊은이들을 만날때마다 '독서'와 '고독한 여행'을 권한다고 한다. 여행에서 느낄수 있는 것은 책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힘이 클 것이다. 작가도 젊은 시절 모험같은 여행을 했기에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작가의 젊은시절 여행을 만나면서 문득 나의 젊은 시절을 돌아본다. 어쩌면 그리도 재미없게 보냈을까. 젊은 날을 그렇게 보내서일까, 여전히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다.

 

남자들의 치기어린 행동으로 보일 정도로 무모해 보이는 행동들. 그들의 여행은 우리들이 평생 한두번 겪었을 정도의 황당한 사건들이다. 시종일관 유쾌하게 흘러가는 이야기들은 무더운 여름 시원한 맥주 한잔을 마시는 느낌이다. 술을 못하는 나에게도 그 시원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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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아나 1997 - 상 - 어느 유부녀의 비밀 일기
용감한자매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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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친구들과 만나면 하는 이야기가 우리는 놀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공부도 열심히 하지 않은 정말 재미없는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이야기한다. 다들 술을 못하는 이유도 있지만 친구중 한명이 목사님 딸이였기에 우리의 일탈(?)을 허락하지 않았다. 고등학교, 대학교 졸업 후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정말 끈질기게 뭉쳐 다녔다. 함께 지낸 시간들이 많아 다들 결혼을 늦게 했는지도 모른다.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 한 친구는 한명 뿐이고 다른 친구들은 서른 전후로 결혼을 하였으니 우리끼리 노는 것이 정말 좋아 남자들을 멀리했다. 어쩌면 이 책에 나오는 줄리아나 오자매처럼 외모가 출중하지 못한 못난이들이였기에 주변에 남자가 없어 우리끼리의 시간을 누렸는지도 모른다. 

 

 

가요계에 '용감한 형제'가 있다면 문학계에는 '용감한 자매가 있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는 '용감한 자매'라는 필명을 사용하고 있다. 필명만큼이나 용감한 책이다. 사람들이 쉽게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을 거리낌없이 하는 것을 보고 용감하다고 밖에 말할수 없다. 우리들은 친한 친구라도 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지는 못한다. 이제 나이가 드니 조금씩 그런 이야기를 하지만 책속의 언니들처럼 자연스럽게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조금은 아니 많이 다른 성향의 오자매를 만나는 것이 새롭기도 하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줄리아나 나이트 클럽의 죽순이라 불리는 오자매. 이야기의 화자인 송지연과 김정아, 박은영, 이세화, 황진희는 대학시절 정말 신 나게 논 친구들이다. 지금은 40대에 접어든 주부이자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이대를 나왔고 다들 번듯한 직장을 가지고 있다. 명문대 출신 경제 연구소의 연구원과 결혼한 지연,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 로펌의 변호사 정아, 굴지의 광고대행사에서 인정받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은영.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40대의 여성들이다. 물론 많은 상처를 받고 지금도 곱지 않은 시선들 때문에 힘든 진희가 있다. 이들을 이어주는 것은 줄리아나 나이트 클럽이다. 함께 지낸 시간들은 그들에게 추억을 선물하였고 지금까지의 인연을 만들어주고 있다.

 

40대의 평범한 주부로 살아가던 지연은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송지연 선생님이신가요?"

6학년 아이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로 전업주부로 살던 그녀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낯설다. 그 한통의 전화가 그녀의 삶을 바꾸어 놓는다. 국문과를 졸업한 그녀가 <줄리아나 1997>이라는 소설을 출간한 적이 있는데 '책하고 놀자'라는 프로그램에서 방송출연을 제안한 것이다. 그 방송을 계기로 만나게 된 진수현. 그와의 아슬아슬한 사랑(?)이 시작된다.

 

사랑과 태풍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이유 없이 생긴다. 막기 어렵다. 경로를 예측하기 힘들다. 모든 걸 휩쓸어버린다. 거셀수록 피해도 크다. 제아무리 거세도 결국 소멸한다. 하나가 지나가면 또 하나가 온다. - 본문 76쪽

 

40대라는 이름으로 살아가면서 '여자'라고 느낄때가 몇번이나 있을까. 우리들은 아줌마라는 또다른 이름에 익숙하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제3의 성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이다. 우리들에게사랑이라는 것이 다시 찾아오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든 일이다. 더군다나 누구의 아내이고 엄마인 우리들에게 그런 일은 상상도 할수 없고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라 스스로 생각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이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우스개 말을 한다. 내 입장에서는 송지연과 진수현의 만남보다는 유부녀와 유부남의 만남으로 생각되는 것이 어쩔수 없나보다. 이들의 관계를 사랑이라 아직 말하기에 자신이 없다. 상권에서 밝혀지지 않은 두 사람의 만남, 그전부터 알고 있었던 같은 진수현의 말이 궁금하게 만든다. 이들의 만남은 로맨스일까, 불륜일까.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나의 한계일 것이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이들의 만남이 부러운건 왜일까.

 

우리들은 표면에 드러난 모습만을 볼때가 많다. 그 안에 들어가는 것조차 귀찮은 것일까. 두 사람의 만남과 관계만을 본다면 조금은 부정적으로 보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삶을 들여다본다면 조금은 이해가 되지 않을까. 좀 놀아본 언니들의 이야기라하지만 우리의 삶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들의 직업이 무엇이고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누구의 엄마와 아내로 사는 여자들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다. 멀리서 보면 화려한 그들의 삶도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우리네 삶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더 안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좀 놀아본 언니들은 40대 다른 여성들과의 삶과 좀 다르길 바라는데...아직 하권을 읽지 않았기에 그 바람이 이루어질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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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어의 도시 1 스토리콜렉터 23
넬레 노이하우스 지음, 서유리 옮김 / 북로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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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레 노이하우스'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은 큰 아이 때문이다. 편독이 심한 아이기에 좋아하지 않는 장르는 쳐다보지도 않고 좋아하는 장르의 책은 밤을 새며 다 읽는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은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사랑받지 못한 여자>, <사악한 늑대>등의 타우누스 시리즈.  아이는 이 시리즈의 여섯 권을 다 읽고 이번 여름에 출간될 일곱 번째 시리즈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나는 겨우 두 작품 정도를 읽었기에 아이 앞에서는 책을 읽었다라는 말이 무색하다. <상어의 도시>는 두 권을 구성되어 있으며 2005년도에 자비출판 형식으로 출간된 그녀의 데뷔작이다. 데뷔작부터 만나 그뒤로 꾸준히 만나는 작가가 있는가하면 뒤늦게 관심을 가지게 되어 거슬러 올라가 데뷔작을 만나는 경우도 있다. 넬레 노이하우스 또한 인기있는 작품들을 먼저 읽은 후 그녀의 다른 작품들이 궁금하여 이렇게 첫작품을 읽게 된 것이다.

 

 

뉴욕은 미국의 최대 도시로 상업, 금융, 무역 중심지이다. 나에게 뉴욕은 꿈의 도시이다. 공연을 좋아해 언젠가 브로드웨이 42번가를 방문해 내가 좋아하는 뮤지컬의 오리지널 공연을 보는 것이다. 여기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나와는 다른 꿈을 가진 여인이 있다. 독일 출신인 '알렉스 존트하임'. 35세의 미혼인 그녀는 엘리크 코스를 밟고 지금은 M&A 업무에서는 최고의 자리에 있다. 기업 인수합병 분야에서는 '스타'였다. 23살에 뉴욕을 왔을때 그녀의 소원은 대저택을 소유하고 뉴욕의 중요한 행사에 초청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녀는 자신의 꿈을 혼자 이뤄내기 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무임승차하려 한다. 잘못된 출발이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지게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상류사회로 들어가는 입장권 같은 남자 '세르지오 비탈리'를 만나게 되었다. 자신보다 나이가 훨씬 많고 유부남인줄 알지만 그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자신의 능력만으로 충분히 존경을 받고 부를 누리고 있면서도 그녀는 더 많은 것을 가지고 높은 곳으로 가길 원하고 있다. 글을 읽으면서 안타까운 똑똑하고 현명한 여인이라 생각했는데 사랑이라는 이름아래 속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자신의 감정조차 읽어내지 못한다.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고 자신 앞에 있는 남자의 허상에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상어가 득실거리는 수조에 뛰어들려면 행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겪었어요. - 1권 본 38쪽

 

코스티디스가 한 이 말의 의미를 알기까지 많은 고통과 희생이 따른다. 그의 말에 귀기울였다면, 올리버의 경고를 귀담아 들었더라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희생도 없었을테고 알렉스 역시 감당하기 힘든 시간들을 보내지 않았을텐데. 우리들은 많은 것을 잃고 고통을 겪어야만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현재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어리석은 존재일까. 

 

뉴욕에서 가장 영향력있고 유명한 코스티디스와 월스트리트 스타인 똑똑한 알렉스 존트하임, 너무 높이 날아오르려고 했던 이카루스처럼 이들은 절망의 가장 깊은 골짜기로 추락하고 말았다. 이들은 명예를 얻고 성공을 이루었지만 거기서 남은 것은 과연 무엇일까? - 2권 본문 361쪽

 

정의는 살아있는 것이고 결국 승리하는 것일까. 뉴욕이라는 거대한 도시에서 일어나는 은밀한 이야기. 책속에서만 만나는 일은 아니다. 현실에서도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챙기고 우리가 모르는 뒷거래가 일어나고 있다. 우리의 뒤에서 온갖 검은 손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강자만이 살아남는 것이다. 약자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고 어쩌다 소리를 내려해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만든다. 그래도 소리를 내야한다고 말한다. 많은 희생이 따르고 고통스러운 시간들이 있었지만 결국 정의가 이긴다. 어쩌면 우리들도 상어의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작은 존재들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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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
J. D. 샐린저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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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화자인 홀든의 나이에 처음 읽고 그 뒤로 종종 발췌독 형식으로 읽은 후 홀든 또래의 아이를 두고 다시 이 책을 들었다. 몇 십년 동안에 이러저런 이유로 이 책을 접하기는 했지만 완독을 한건 2번 정도이다. 그것도 30년 이상의 차이가 있으니 그 느낌은 정말 다를 것이다. 내가 학창시절에 읽은 책들은 그냥 손에 잡히는대로 읽은 것들이다. 물론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책들도 있지만 학교에서 필독서라며 읽으라는 것들은 거의 없었다. 주변 친구들, 책을 좋아하는 지인들이 추천해주거나 내가 좋아하는 작가나 장르의 책을 읽은 뿐이다. 하지만 지금은 초등학교때부터 학교에서 필독서를 정해준다. 그건 여러가지 의미가 있을 것이다. 많은 책들이 있지만 그 책들이 기본이 된다는 것일수도 있고 워낙 읽지 않으니 이 책만큼은 꼭 읽으라는 책도 있을 것이다. 어떤 의미인지를 떠나 그 책들만큼은 꼭 읽게된다. 아니 엄마들이 읽히고 있다. 그 중에 한권이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을 종종 만나고 있는데 한 아이가 이 책을 읽고 있었던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 반갑기도 하고 내가 그 나이에 읽었기에 이 책을 읽는 아이의 반응이 궁금했다. 학교 숙제라 억지로 읽는다는 아이의 대답이 조금은 슬프기도 하다. 이 책의 주인공 홀든처럼 살지 말라고 우리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냐고 묻는다. 아이의 눈에는 호기있게 가출(?)한 한 아이가 보지말고 듣지 말아야 할 일들을 경험하고 고생만하다 병을 얻어 결국은 집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한다. 홀든과 같은 또래의 아이가 읽으면서 그의 생각과 삶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대부분 숙제로 내준 책들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줄거리를 파악하고 의미들도 자세히 나와있으니 그것에 맞춰읽으려 한다. 작가의 의도에 따라 자신의 생각을 맞추어 간다. 내가 만난 그 아이는 서툴지만 자신의 힘으로 읽어가며 홀든과 주변 상황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 생각으로 얻어낸 답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책의 세계에, 홀든이라는 인물에 빠져드는 것이 아닐까. 홀든이라는 인물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그 아이로 인해 나또한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다.

 

지금 나는 따분한 자서전을 늘여 쓰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지난해 크리스마스 무렵, 갑자기 건강에 이상이 생겨 이곳에서 요양하지 않을 수 없게 되기 직전에 일어난 미치광이 같은 내 신변 이야기를 하려는 참이다. - 본문 7쪽

 

홀든다운 표현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홀든은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 크리스마스 사흘 전 학교 기숙사를 나온다. 추운 겨울만큼 냉혹한 자신의 현실을 벗어나고 싶었던 그는 폐렴에 걸려 요양소 입원을 한다. 요양원에서 퇴원하기 전의 홀든이 회상하는 내용을 이야기로 담고 있는 것이다.

 

부유한 집안의 홀든은 남부러울 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홀든의 문제들은 그 안에서부터 출발한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들의 교육에는 관심이 없는 아버지, 할리우드에서 영화시나오리를 쓰는 형 D.B 와는 친하지 않다. 두 살 어린 남동생은 밸혈병으로 죽고 여동생 피비가 있다. 우리들은 힘들고 지칠때 생각나고 돌아가고 싶은 곳은 집이다. 그 집에 온기가 없다면 갈 곳을 잃는 것이다. 홀든이 학교를 떠나 방황을 하면서도 집에 선뜻 돌아가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는 거야. 바보 같은 것인 줄은 알고 있어. 하지만 내가 정말 되고 싶은 것은 그것밖에 없어. 바보 같은 짓인 줄은 알고 있지만 말야. - 본문 256쪽~257쪽

 

피비는 세상의 일어나는 모든 일이 싫은거냐 물으며 좋은 것 한가지만 말하라고 한다. 그때 홀든이 말한것이 바로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호밀밭을 걸어오는 누군가를 만나면>은 '로버트 번스'의 시이며  전통동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세상이 싫은 이유는 수백가지가 되지만 좋은 것은 이것 하나인 홀든. 그는 어른 하나 없는 넒은 호밀밭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고 싶다. 다른 것도 아닌 낭떠러지 옆에 서 있다가 떨어질것 같으면 얼른 가서 붙잡아주고 싶은 것이다. 어쩌면 홀든은 누군가 자신을 그렇게 해주길 바라던 것은 아닐까.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은 홀든에게도 파수꾼이 되어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제는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어야하는 어른이 되어 다시 이 책을 만났다. 홀든과 같은 또래에 만난 나는 이제 어른이 되었는데 홀든은 아직도 파수꾼이 되고 싶은 아이로 남았다. 함께 아파하며 위선으로 가득찬 세상과 어른들을 미워했는데 이제는 내가 그런 어른이 되어 있다. 우리들이 함께 미워했던 어른의 모습이 내게도 보여 조금은 혼란스럽다. 나처럼 비겁한 어른이 아니라 호된 성장통을 겪어야만 했던 홀든의 바람처럼 호밀밭 아니 세상의 파수꾼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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