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꽃
장 퇼레 지음, 성귀수 옮김 / 열림원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천둥꽃>을 통해 처음 만난 작가 장 퇼레. 그는 프랑스가 자랑하는 타고난 이야기꾼이자 장르를 가리지 않는 전방위 작가라고 한다. 영화배우로도 활약하고 있다는 그는 10여편의 소설을 발표하였다고 한다. 영화화된 작품들도 있을 정도로 많은 인기를 끄는 작가인데 난 이제 그의 작품을 처음 만난 것이다.

 

 

책을 읽기전 '천둥꽃'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고 꽃이라는 것만으로 화려하고 예쁠 것이라 생각해다. 꽃이 주는 이미지들은 대부분 밝고 사랑스럽다. 하지만 꽃이라는 제목이 주는 것과 달리 표지의 그림은 으스스하다. 표정을 알수 없는 한 여인이 서 있다. 화려한 색상의 옷을 입었지만 얼굴은 어두운 색을 하고 있다. 쓰러진 나무들이 보이는 황량한 곳에서 그녀는 왜 혼자 서 있는 것일까. 

 

아, 그거 꺾으면 안 돼요, 엘렌. 그건 천둥꽃이란다. 가만있자. 이제부터 너를 천둥꽃이라 불러야겠다! - 본문 10쪽

 

이 책에서 처음으로 시작하는 문장이다. 엘렌이라는 이름을 가진 일곱 살 소녀에게 엄마는 '천둥꽃'이라 부른다. 독사꽃 줄기이니 잡아당기지 말라고 한다. 그걸 따서 꽃다발을 만들면 어떤 여자가 독을 품게 되고, 혀가 두 쪽으로 갈라졌다는 이야기를 하는 엄마. 아름다운 꽃이라 생각했지만 독을 품고 있는 무서운 꽃인 것이다.

 

엄마가 천둥꽃이라 이름을 지어준 탓일까. 아니면 태어날때부터 죽음의 기운을 가진 것일까. 엘렌이 처음 독살을 한 사람은 다른 사람도 아닌 엄마이다. 죽어가는 엄마의 손을 잡고 괜찮아질거라며 아무렇지않게 이야기 하는 엘렌. 섬뜩하다. 영상으로 만난다면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대사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일 것이다. 그녀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죽어간다. 그 당시 콜레라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기에 사람들은 그런 것이라 생각한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죽음 속에서도 혼자 살아남은 '천둥꽃'에게 성녀라고 말하는 사람들. 그들은 엘렌의 정체를 안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열세 살 생일을 맞아 외출을 하여 그녀가 산 것은 쥐를 잡는 약이다. 신부님의 심부름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쥐 잡는 약을 사와 쿠키를 만드는 엘렌. 생일날 준 돈으로 재료를 샀다며 극약이 든 쿠키를 주는 것이다. 정말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권하는 모습은 섬뜩하다.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는 법이다. 그녀의 살인을 사람들은 알게 된다. 그녀에게 '앙쿠'라고 말하며 어디에 나타나든 죽음이 따를 것이라며 사라져 버려야다고 말한다. 사람들이 말하는 앙쿠는 무엇일까. '죽음의 일꾼'이라 불리는 앙쿠는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언제나 날을 예리하게 다듬은 낫을 가지고 다닌다고 한다. 그 날은 보통 낫과 달리 날선 쪽이 바깥쪽을 향하고 있다고 한다.

 

죽음의 씨를 뿌리는 여자, 멋지지 않습니까? - 본문 340쪽

 

이 책의 섬뜩한 이야기는 작가의 상상이 아니라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여서 더 충격적이다. 천둥꽃이라 불리는 '엘렌 제가도'는 실존 인물로 세계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독살한 것으로 알려진 희대의 연쇄살인마라고 한다. 정확하지 않지만 36명 정도를 독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유도 없이 사람을 죽이는 사람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우리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다. 하지만 책속에 등장하는 엘렌의 마지막 말과 행동을 본다면 어느정도 이해되지 않을까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그녀의 살인은 용서받을수 없지만 그녀의 마음속 상처들이 닫혀있던 우리들의 마음을 두드린다.

 

누구든 자기 부모의 불안감속에 방치된 상황에서는. 그 불안감을 극복하고픈 마음이 생긴다는 거죠. 그런 목적에서 스스로 죽음으로 화할 각오까지 하게 됩니다. - 본문 3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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