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클베리 핀의 모험 북로드 세계문학 컬렉션
마크 트웨인 지음, 북트랜스 옮김 / 북로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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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라는 계시일까^^ 권장도서 목록에 있는 책들을 맹신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에 주의깊게 보는 편이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이 있어 함께 읽으면 좋은 책들을 선정해 함께 읽는다. 어느 목록에나 빠지지 않는 것은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다. 이 책보다는 작가의 '톰 소여의 모험'이 더 많이 알려졌다고 생각했지만 이 작품이 훨씬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이 책을 읽기전 '톰 소여의모험'을 읽으려고 준비해 두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이 책을 먼저 읽는다. '톰 소여의 모험'의 속편 형식이라 톰 소여의 모험을 읽지 않고 이 책을 읽는 것이 마음에 걸려지만 어릴 적 읽은 내용의 기억을 되살리며 먼저 읽게 된 것이다.

 

 

어린 시절 동화로 만나고 정말 오랜만에 읽게 되는 책이다. 책의 내용을 이야기 하기 전에 작가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없다. 이 책의 주 배경이 되는 미시시피강은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작가는 미시시피 강에 면한 항구도시 해니벌에 살았는데 그곳이 이 작품에 나오는 세인트피터스버그의 모델이 되는 곳이라고 한다. 작품을 만날때 작가의 삶을 들여다보지 않을수 없다. 그들의 어린 시절이나 경험들은 결국 작품속에 녹아들기 때문이다. 그들의 삶을 안다면 작품을 조금더 재미있게 볼수 있고 이해하기도 쉽지 않을까한다. '마크 트웨인'의 본명은 '새뮤얼 랭혼 클레멘스'이다. '두 길 깊이(약 3.7미터)'라는 뜻의 '마크 트웨인'은 증기선이 안심하게 지날수 있는 깊이라고 한다. '마크 트웨인'이라는 필명의 정확한 의미도 알아가는 시간이 된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톰 소여의 모험>의 속편 형식을 띠고있는 작품이다. 톰을 만나지 못했더라도 허클베리 핀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읽는데 있어 재미를 놓치는 일은 거의 없다. 다만 이야기에 톰이 등장을 하는데 전 상황을 안다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고 읽어나가는데 걸림이 되지는 않는다. 이 책의 첫 문장도 읽어보지 않아도 상관없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톰 소여의 모험>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나에 대해 잘 모를 것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 본문 11쪽

 

물론 허클베리 핀이 상관없다라는 말은 조금은 다른 의미이지만 우리들이 읽어나가는데도 상관없다.

 

과부인 더글러스 아주머니의 양자가 된 헉. 더글러스 아주머니는 헉을 교양있는 아이로 키우겠다며 교육을 시킨다. 이런 생활에 익숙치 않은 헉은 종종 그 집에서 나와 버린다. 그래도 더글러스 아주머니와 있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늘 술에 취해 있으며 헉을 학대하는 아버지. 못본지 1년이 넘었는데 다시 헉 앞에 나타난다. 자신을 때리는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헉. 유일한 가족이지만 아버지와 함께 있고 싶지 않은 것이다. 달라진 것이 없다.오랜만에 헉 앞에 나타난 아버지는 여전히 술에 취해 폭언을 하고 구타를 한다. 결국 헉은 몰래 미시시피 강에 있는 잭슨 섬으로 도망을 간다.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 왓슨 아주머니네 검둥이 짐을 만난다. 책에서는 검둥이라는 표현을 쓰기에 나또한 어쩔수없이. 노예 매매상에게 팔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도망친 짐. 이제 헉은 혼자가 아니라 흑인 노예 짐과의 모험을 시작한다.

 

인간은 나쁜 짓을 했다 하더라도 마땅히 대가를 치르려고 하지 않는다. 숨길 수 있는 동안은 부끄럽게 생각지 않는다. 숨길 수 있는 동안은 부끄럽게 생각지 않는다. 내 심정이 바로 그랬다. 이 문제를 생각할수록 나의 양심은 괴로웠고, 나 자신이 비열하게 느껴졌다. - 본문 359쪽

 

제목 그대로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만날수 있다. 거기에 흑인 노예 짐과의 우정도 만날수 있는 이야기이다. 둘다 자신들이 살던 곳을 떠날수 밖에 없었고 돌아갈 곳이 없다는 점 때문일까. 서로를 의지하며 친구처럼 지낸다. 한때 금서로 분류되었던 이 작품은 미국 최초로 흑인이 차별받는 현실의 모습을 다루었다고 한다. 책을 읽다보면 흑인이 아닌 '검둥이'라 표현하고 헉의 모습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때가 있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벗어나려 떠났지만 그 아이가 하는 말의 반 이상은 거짓말이 아닐까 할 정도로 눈 하나 깜짝안하고 거짓말을 잘 하는 아이다. 그런 행동이나 말을 하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때가 많으니 읽으면서 이야기가 주는 흥미만큼 그런 상황들도 흥미로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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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트
대니얼 H. 윌슨 지음, 안재권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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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모습을 담고 있는 영화나 책을 만나면서 밝은 모습보다는 어둡거나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을 다루는 경우가 많다. 물론 우여곡절 끝에 우리가 사는 순리대고 흘러가지만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개발된 기술이나 약품으로 인해 우리들이 피해를 당하는 일이 많다. 그렇기에 이 책을 만나면서도 두려움을 떨쳐버릴수가 없다.

 

조금은 다른 내용이지만 9월초 개봉하는 '루시'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최민식 배우가 출연하고 뤽 베송 감독의 루시는 몸 속에 특수한 약물을 투여하여 뇌의 활용도를 높이면서 벌어지는일들이다. 10% 정도의 뇌를 활용하는 인간이 그 이상을 활용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들은 그리 좋은 모습들이 아니였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열 다섯 살의 서맨사가 6층 높이에서 고등학교 교사 오웬과 마주하고 있다. 소녀는 밑으로 떨어지려하고 오웬은 그것을 막으려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사춘기소녀가 자살을 하려는 것일까. 8년 전 서맨사 블랙스는 사팔뜨기에 장난감 블럭을 입에 넣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침투성이에 손가락도 지저분했다. 그런 아이가 결석 일주일만에 돌아왔을때는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수 없었다. 도시 전체를 통틀어 상위 1퍼센트에 속하는 지능지수를 가진 아이가 되었다. 다른 학부모들은 이런 서맨사가 반갑지 않았다. 오히려 두려움의 대상이 된 것이다. 일주일동안 사람이 이렇게 변할수 있는 것일까. 서맨사에게는 어떤 일들이 있었던 것일까.

 

주홍글씨처럼 누군가는 관자놀이에 작은 플라스틱이 종기만하게 흔적이 남아있다. 서맨사의 뇌 전전두엽 피질에 장착되어 있는 아스피린 크기의 전도성 금속인 '앰프'. 어린 꼴뚜기처럼 생긴 그 부품은 일정한 간격으로 정교하게 일련의 전기를 자극을 가해, 둔하고 얌전하며 침을 흘리던 모습을 사라지게 했다. 그런 서맨사가 지금 스스로 목숨을 버리려 하고 있다.

 

오웬의 관자놀이에도 작은 돌기가 달려있다. 그는 오랫동안 앓아온 간질때문에 의료용으로 달고 있는 것이다. 아버지 그레이 박사가 손수 아들의 머리에 경보 장치를 달아준 것이다. 주홍글씨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도 보일수 밖에 없다. 그들이 비난을 했던 것처럼 이 곳에서도 순수인간시민협회에서는 앰프들이 학교를 나오지 못하게  한다.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다른 사회적 활동들도 제약하고 있다.

 

서맨사의 죽음으로 인해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고 혼란스럽다. 간질 때문에 의료용으로 달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앰프. 아버지는 오웬에게 너도 앰프이며 당장 살고 있는 곳을 떠나라는 말을 듣는다. 무조건 에덴이라는 곳의 '짐 하워드'라는 사람을 찾아가라는 아버지.

 

"넌 앰프다." - 본문 43쪽

 

자신이 앰프라는 것도 믿을수 없고 이제는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는 것도 인정할수 없다. 더 슬픈 것은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 드웨인에게서조차 외면을 받는다는 것이다. 드웨인은 오웬을 매몰차게 돌려보낸다. 오웬은 혼란스럽다. 이제 아버지도 만날수 없고 살아계시지 않을거라는 것을 직감한다.

 

아버지가 말씀하신 에덴으로 가는 오웬. 그곳에는 사람이지만 사람의 대접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모여 살고있다. 어쩌다 피부 속에 기계를 넣었다는 이유로 달리 갈 곳을 잃은 보통 사람들이다. 아니, 이제 그들은 사람이라 불리지 않는다. 그냥 앰프일 뿐이다. 순수인간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받는 차별, 그곳에서 오웬은 앰프에 담긴 비밀들을 알아간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며 앰프인 그와 순수인간들 사이에는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과학은 정말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고 그런 인해 우리들은 편리할 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 도움을 받고있는 것은 부정할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누군가는 그것으로 개인적인 이익을 생각하고 이기심을 가지는 순간 약이 아니라 독이 되어 돌아오는 일들이 많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우리들에게 다시한번 경각심을 불러 일으킨다. 물론 SF소설이 주는 강한 매력이 있지만 현실로 돌아와서는 우리를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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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책 읽기
앨런 제이콥스 지음, 고기탁 옮김 / 교보문고(단행본)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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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의 즐거움을 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아직도 즐기면서 읽는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지만 새로운 이야기와 작가를 만나는 즐거움은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부족함을 느끼기에 일찍이 책을 접하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한두권 읽으면서 드는 여러 가지 의문점들이 있었다. 간혹 내가 책을 옳게(?) 읽는 것인지하는 의문도 생긴다. 손에 잡히는대로 느낌이 가는대로 읽고 있다. 그렇기에 나의 책읽기에 생각해보는 시간이 필요했다. 

 

 

유혹하는 책 읽기

평생의 재산이 될 독서법을 소개하는 베일러 대학교 인문학 특강

 

<유혹하는 책 읽기>에서는 첫 장부터 독자에게 주의의 글을 남긴다.

 

독서에 늘 거부감을 가져왔거나 무관심으로 일관해온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은 독서의 즐거움, 지혜, 기쁨 등을 느껴본 독자들을 위해서 만들어졌다. - 책에서 발췌

 

저자가 말하는 주의를 보면 이 책은 책을 처음 접하는 분들보다는 책과 가까운 분들을 위한 책이다. 독서는 자유로워야 한다, 책은 우리를 위로한다, 재미없다면 언제든 중단하라. 어려운 책들은 메모가 필요하다, 교육과 독서는 분리되어야 한다 등의 소제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소제목만 보더라도 책을 읽다보면 한두가지는 우리들이 가지는 의문이였다. 나또한 재미없는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하는 것인지, 모든 책을 메모하면서 읽어야하는지 등의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이 책은 우리들이 한번쯤 생각해본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에 책을 평소 즐겨 읽으시는 분들이라면 흥미롭게 읽을수 있는 것이다.

 

깊이가 없는 사람이라 읽기 쉽고 빠르게 전개되는 책들을 주로 읽는다. 그러다보니 다소 어려운 책들은 읽어나가기 어렵다. 언제까지나 쉬운 책만을 읽을수 없기에 고민이 많았다. 이 책에서는 '쉬운 책에서 어려운 책으로 가는 법'에 대해 알려준다. 그동안 여려운 책으로 어떻게 넘어갈지 고민하는 분들에게 명쾌한 답을 던져준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읽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나에게도 그런 책들이 몇권 있다. 같은 내용을 담고 있고 그 내용이 변하지 않았음에도 언제 읽느냐에 따라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같은 내용의 책임에도 느낌이 정말 달라진다. 저자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를 읽으면서 이전에는 읽었는지 기억조차 할수 없었던 한 구절이 강하게 남았다고 한다. 우리들도 한번쯤은 경험해 보는 일이다. 밑줄이 그어져 있는 것을 보며 내가 왜 이곳에 밑줄을 그었을까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구절이 있는반면 그때는 몰랐지만 새롭게 느끼는 구절들도 있다. 이처럼 같은 책이지만 다른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좋은책들은 여러번 읽게되는 것이 아닐까한다. 

 

평생의 재산이 될 독서법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에서는 많은 책들을 만날수 있다. 각각의 소제목을 통해 만나는 이야기마다 그 안에는 또다른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 이 책을 읽는 것이기에 각자 읽은 책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고 아직 읽어보지 않은 책이 있다면 읽어보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나또한 이 책에서 만나는 다양한 책들을 보며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생겼다. 처음 접하는 작가의 책들도 있고 읽어야지하는 생각만 하고 계속 미루었던 책들도 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이 책들도 만나는 시간을 만들어 가게 된다.

 

책을 가까이 하려 노력하고 즐기면서 읽으려한다. 그렇기에 이 책을 만나는 것은 또하나의 즐거움이다. 부족함이 많기에 책에서 소개하는 독서법을 보면서 부족한 부분들을 채워나갈수 있다. 확실히 책읽기를 유혹하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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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시간들 - 제19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최지월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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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추억을 공유한 친구들. 그 추억 속에는 그들의 부모님도 계신다. 어느 시인의 시에  나오듯 늦은 시간에도 허물없이 찾아가 이야기를 나눌수 있는 친구. 그 친구들의 부모님은 나에게도 부모님과도 같은 분들이다. 내 어린 시절 추억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분들이 이제 세상을 떠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바쁘다는 이유로 친구들과 자주 만나지 못한다. 친구들의 부모님 부고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서 얼굴을 볼수 있는 나이가 되어버렸다.

 

이렇게 나의 추억의 일부분이 차지하고있는 분들이 떠난다는 것만으로도 슬픈 일인데 사랑하는 가족이 세상을 떠난다면 어떨까. 다른 사람도 아닌 엄마가 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고 싶지않은 일이다. 누군가 이 세상을 떠났을 때의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수 없을 것이다. 아직그런 경험이 없어서 그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생각만으로 슬픈 일이다.

 

 

<상실의 시간들>은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49일째부터 99일까지의 이야기를 만날수 있다. 그 뒤로도 며칠의 이야기가 더 담겨 있지만 엄마의 죽음 이후 49일째부터 99일째 까지의 일들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새벽 4시가 넘어 잠이 든 이 책의 화자인 나는 아침 9시경 동생 은희에게 전화를 받는다.

 

"엄마가 죽었어."  

 

이런 전화를 받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전화를 받은 나는 검은 옷을 입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녀가 처음으로 직면한 것은 엄마의 죽음에 대한 슬픔보다는 현실이다. 어떤 옷을 입어야할까라는 현실적인 문제. 또한 그녀는 엄마의 죽음으로 처리해야 일들을 하면서 죽은자가 할수 없으니 남은 사람들이 일처리를 하며 또 한번 죽이는 일을 한다고 생각한다. 몸만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흔적들을 지우고 간다. 사망신고를 하고 통신사에 연락해 핸드폰을 해지하고 은행과 보험사에 연락하는 등 엄마는 정신, 인격, 신분을 말소 당해야 죽음이 완성되는 것이다.

 

사람의 죽음은 신체의 기능정지라는 자연의 현실과 사회적 인격의 소멸 사이를 가로지르는 일련의 사건이다. 죽은 사람에겐 정지한 몸의 현실에 맞춰 정신을 조정할 힘이 없으니, 다른 사람이 그걸 해줘야 한다.

누군가 죽은 사람을 죽여야 한다. - 본문 17쪽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은 아버지. 호주로 이민을 간 언니, 제약회사에 근무하는 동생 은희는 직장으로 돌아간다. 연애소설을 쓰고 있는 나. 자유업에 비혼, 아이가 없으니 홀로 계신 아버지를 돌보는 일은 나의 몫이 되었다. 30년 가까이 2형 당뇨가 있었고 몇 년전터는 만성 신부전증과 고혈압이 생겼다. 식이요법을 해야하는 아버지. 늘 엄마의 손길을 받으신 분이라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수 없다. 아니 하지 않는다. 그러니 비교적 시간이 자유로운 나의 몫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 세상에 온 이상 우리들은 이 세상을 떠나야만 한다. 우스개 소리로 오는데는 순서가 있어도 가는데는 순서가 없다는 말을 한다. 자신의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또한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사람들도 드물다. 물론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분이나 그의 가족들이라면 경우가 조금 다를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일반적으로 내가 지금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것은 거의 드물다. 그렇게 죽음에 대한 이별을 받아들이기가 싶지 않다. 그 이별이 가족이라면 더욱 그럴것이다. 이렇게 이 책의 화자인 '나'는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렇지만 현실이라는 이름 앞에 슬퍼할수만은 없다. 해결해야 될 문제들이 많은 것이다. 사랑하는 엄마의 죽음으로 남겨진 가족들. 남겨진 이들은 다른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들의 삶을 살아간다. 현실은 그들을 슬퍼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  

 

이렇게 이야기는 엄마가 돌아가시고 떨어져 지내던 아버지와 함께 살면서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간혹 사랑하는 가족이 아니라 원수같은 가족이 될때가 있다. 우리의 현실모습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늘 사랑스러운 모습만 가진 것인 아니다.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라지만 서로 아웅다웅하기도 한다. 엄마의 죽음은 슬픔 이전에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문제들을 가져온다. 어쩌면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처럼 감상적인 부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이 직면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은 자연스럽게 풀어가고있는 것이다. 너무 현실적이여 더 슬픈 이야기 일수도 있다. 엄마의 죽음을 슬퍼할수 만은 현실이 우리를 더 슬프게 하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의 모습이기 때문에 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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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나의 집
조앤 바우어 지음, 이순영 옮김 / 꽃삽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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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가족이나 내가 살고 있는 집의 소중함을 잊을 때가 있다. 사랑하는 가족임에도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내고 하지 말아야 할 말과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서로 믿고 의지하고 싶어서 일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처럼 상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마음을 갖지 않아도 된다. 내가 어떤 모습을 보이든 모든걸 다 이해해 주리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것들 때문에 오히려 남보다 못할때가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기에 그런 마음들도 이내 사라지고 만다. 

 

 

원래는 '수재나'라는 이름을 가졌어야만 했던 슈가. 엄마 아빠가 슈가를 낳으러 병원에 가던 중 폭풍우가 심해 하는 수 없이 배턴루지의 슈가 쉑 건물 주차장에 쉐보레 자동차를 세웠다. 슈가는 자동차의 뒷자리에서 태어난 것이다. 엄마의 눈에 '슈가 쉑'이라는 간판이 들어와 '수재나'라는 이름대신 '슈가' 라는 이름을 얻고 병원에서 태어날 아이가 자동차 뒷자리에서 태어난 것이다. 슈가는 태어날때부터 원래 예상했던 것과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조금은 특별하게 태어난 슈가의 삶도 그리 평범하지는 않다. 도박을 좋아하는 아빠는 슈가의인생에서 믿을수 없는 사람 중 한명이다. 한 집안의 가장이 되어주어야 할 아빠는 도박을 하면서 집까지 잃게 된다. 슈가는 이런 아빠를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알아냈지. 인간이란 누구나 좋은 점도 있고 나쁜 점도 있어. 어떤 사람은 좋은 점을 더 키우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또 어떤 사람은 나쁜 점을 키우는 데 힘을 낭비하기도 하지. 우리가 어떤 사람의 잠재력, 그러니까 그 사람의 가능성을 존경할 수는 있지만, 그 사람이 옳지 않은 행동을 하는데도 좋아할 필요는 없다고 나는 생각한단다. 내 말뜻 알겠니?" -  본문 19쪽

 

슈가가 마음을 의지하였던 외할아버지. 자서전을 10장까지 쓰다가 세상을 떠난 외할아버지는 슈가에게 힘이 되어주는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다. 누구나 힘들고 지칠때 손을 잡아주는 사람들이 있다. 거창한 말이 아니더라도 진심을 담은 한 마디가 힘이 되어 일어설수 있는 용기를 주는 것이다.

 

"살다 보면 넘어질때가 있을 거야. 누구나 다 그래. 하지만 넌 오랫동안 넘어져 있을 사람이 아니야. 무슨일이 있어도 다시 일어서서 또 앞으로 가야한다." - 본문21쪽

 

'어떤 사람을 패배자라고 하는지 아는가?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다' - 본문66쪽

 

아직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일들이 아닐까. 힘이 되어주어야 할 엄마와 아빠가 흔들리고 있다. 그런 와중에는 아이는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일어서고 어렵지만 앞으로 한발씩 내딛고 있다. 다른 사람들이라면 절망하고 쓰러졌겠지만 어린 슈가는 담담하게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일상을 마치고 돌아갈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그곳에서 누군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소중한 행복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이렇게 누군가의 부족함을 보며 우리가 가진 것에 대해 행복해한다. 이렇게 이기적인 마음을 가지는 것조차 슈가에게는 미안한 일이다. 슈가에게는 돌아갈 집도 자신을 맞이할 누군가도 없다. 그런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면 아이들은 어떤 마음을 가지게 될까. 대부분은 그런 현실을 비관할 것이다. 하지만 슈가는 자신의 이름처럼 달콤한 마음과 생각을 가진 소중한 아이다. 비참한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희망으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힘든 시간을 겪을 때마다, 그 시간 속에서 뭔가를 배우려고 노력하라. 그러면 그 일을 다시 겪지 않을 것이다." - 본문 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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