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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코미디 - 유병재 농담집
유병재 지음 / 비채 / 2017년 11월
평점 :
오랜만에 도서관을 갔습니다.
신간 서적 한편에 상당히 특이한 책이 있더군요. 온통 검은 바탕에 낯익은 인물사진 떡하니 나타나 있는 이 책...
뭐랄까 그냥 느낌이 끌린 책이었습니다. 바로 꺼내서 읽어봤습니다. '유병재의 블랙코미디'입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으나 블랙코미디라는 것에 관심과 흥미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방증인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일반 코미디는 박장대소의 웃음을 가져다준다면 블랙코미디는 '풋'하는 실소를
가져다줍니다.
일반 코미디가 달콤한 초콜릿이라면 블랙코미디는 카카오가 듬뿍 함유된 초콜릿이라 생각합니다.
단맛과 쓴맛이 공존하기 때문이죠.
유병재라는 인물에 대해서 그리 잘 알지 못합니다. 아는 것은 어느 방송국의 작가라는 것 지금은 예능인보다 더 예능을 잘 하는 사람 중 한 명 정도라는 것인데 한가지 확실히 아는 것은 그의 입담이 남다르다는 것이죠.
이 책의 첫 마디부터 인상적이었습니다.
"개나 소나 책을 쓴다.(중략)
나 같은 놈까지 책을 냈으니 말이다."
실소가 나오더군요. 한껏 자신을 낮추면서 표현하는 것이 유병재의 센스답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그의 경험, 생각 등을 소재로 하여 짤막하게 담겨 있습니다.
참 좋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무거운 책이 아니라 가벼운 책입니다.
코미디는 사람들의 지친 심신을 풀어주기 위한 수단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생각이 많아서는 안되죠.
특히 이런 텍스트로 그것을 전달한다면 텍스트 그대로 웃음을 주어야 하며 뇌의 리프레시가 빨라야 합니다. 그래야 독자들의 흥미를 계속 잡아둘 수 있는 것이죠.
"운명.
어느 날 운명이 말했다.
작작 좀 맡기라고.."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글귀였습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운명에 맡긴다"라는 표현을 많이 쓰기도, 듣기도 합니다.
그러나 정작 운명의 입장은 생각해보지 않았죠. 물론 그 안에 들어있는 의미는 다른 것이겠지만,
저는 이 글귀가 참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비록 짧은 두 문장이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합니다.
도서관에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기까지 불과 30여 분 밖에 흐르지 않았습니다.
하루
24시간의 30분이었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그 하루 전부를 걸고 읽어도 될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