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이 바꾸려했던 세상... - 큰비 -

큰비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정미경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9월

'큰비를 내려 세상을 쓸어버리리라!'

왜 이 한 문장일까?, 이 문장이 이 책의 무엇을 상징하는 것일까?

많은 생각들을 가지며 책을 읽어봤습니다. 

때는 조선 숙종시대, 유교 사상이 그 어느때보다 짙게 서려있는 시기... 그리고 어느때보다 심했던 신분의 시대... 이 책의 주인공들은

이런 시기에 가장 천대받는 계급 중 하나인 '무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역사 이래로 계급의 투쟁은 항상 있었왔습니다. 그것이 성공하면 혁명이라 일컬었고 실패하면 반역이라 불리었습니다.

동양, 특히 조선시대에서는 이런 현상들 중 혁명이라 불릴 수 있는 것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것은 조선시대가 뿌리 깊은 곳에서 유교적 사상을 바탕으로 성립되었기 때문입니다.

유교가 내세우는 모든 것들이 이전의 한반도가 가졌던 무속신앙등을 비롯하여 풍습, 문화 등을 바꾸기 시작했고 그것에 반하는 것들은

철저히 배척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지배계층이였던 사대부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더욱 강고히 하기 위해 그런 것이죠.

주인공인 무녀들은 이런 환경속에서 자신들의 세상을 꿈꾸기 시작합니다. 과거 무녀가 가졌던 지위와 부귀영화를 되찾기 위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최소한의 인간 그리고 무녀의 인정을 위해서 역모를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자신들이 가진 물리적 또는 현실적 힘이 너무나 약하다는 것을요. 무녀들은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것은 어디

까지나 그녀들의 생각일 뿐입니다. 조선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신 견고한 사상과 힘을 바탕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죠.

책을 읽으면서 작금의 한국의 모습과 비슷한 면이 많이 있다라고 느꼈습니다.

만인이 평등하다고는 하지만 평등할 수 없는 정치, 경제 체계속에서 피해를 받는 계층은 항상 존재할 수 밖에 없으며 그들의 울림은 

세상에 전달되기 어렵죠. 왜냐면 그들은 피해를 받지 않는 계층에 비해 힘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무녀들도 그렇습니다. 그녀들이 힘이 더 있었다면 그들의 목소리를 조정에 알릴 수 있을 정도의 힘이 있었더라면 역모라는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 겁니다.

최근 페미니즘이라는 단어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데 글쎄요... 이 책은 그런 점에서 페미니즘을 불편하게 생각하실 분들에게

조금 다가가기 어려운 책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적인 시선으로 이 책을 바라봤지만 문학으로 봤을때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적 묘사, 펼쳐나가는 스토리 등은 괜찮았습니다.

무녀라는 조금 생소할 수 있는 분야를 다루었기에 읽는 사람에 따라서 낯설 수 있겠지만 말이죠.

조선을 바꾸려했던 무녀들... 그녀들이 꿈꾸었던 조선은 어떤 세상이였을지... 궁금하시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