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소울메이트 고전 시리즈 - 소울클래식 3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김세나 옮김 / 소울메이트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릴케가 시인 지망생인 프란츠 크사버 카누스에게 격려 또는 멘토의 입장에서 보내는 편지들 중 10편의 편지를 모은 책이다.

편지라고 하면 쌍방의 교환이 오고 갔을 터인데 이 편지는 일편적으로 릴케의 편지만 수록되어 있다.

전체적인 내용을 살펴본다면 카누스의 고민 또는 의뢰의 편지를 릴케가 읽고 상담을 해준 내용인데 정작 중요한 카누스의 편지가 수록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 책은 100%완성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책을 읽게 되었다.


처음 시작은 카누스가 자작시를 평가해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다. 그래서 릴케의 첫 답장편지는 카누스의 시에 대한 평이 전반적으로 담겨 있다. 릴케는 상당히 직선적으로 말한다. 카누스의 시가 독단적이지 못하다, 자신의 깊게 들여다보고 시를 써야 한다식으로 따금한 충고를 준다. 


이후에 편지에서 이 둘의 관계는 점점 발전하게 된다. 비단 형식적으로 들리게 되는 친애하는 표현이 편지의 회차가 오고갈수록 말 뜻대로 친애하게 되었고 사랑하는 표현까지 등장하게 된다.

편지에는 릴케가 '성(性)'에 대한 표현한 부분이 있는데 릴케는 성을 단순히 쾌락만을 좇는 의미의 성이 아니라 욕망, 쾌락등이 육체적 창조로 이어지고 나아가 정신적 창조로 연결되어 모든 지식의 충만이자 광휘라 말한다. 

이는 성에 대하여 단순 생물학적 남녀의 관계를 넘어선 성의 고차원적 시각을 릴케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일까?

릴케와 카누스는 분명 남자들이다. 남자 대 남자가 서로의 편지에서 (부자 또는 형제의 관계를 제외하고) 사랑한다는 표현이 자연스레 오고갔다는 것.. 이것은 일반적 시각으로 볼때 꽤나 불편하다. 이 둘은 흔히들 말하는 플라토닉 사랑을 하고 있던 것일까?

아니면 동성애자?! 어찌되었든 나는 이 부분이 무척 거슬렸다고 하겠다. 


릴케는 사랑에 대하여 남성 대 여성의 관계가 아닌 사람 대 사람의 관계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남녀평등과 더불어 여성의 정체성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릴케가 살았을 당시는 19세기, 여성의 참정권을 비롯하여 기본권에서 남성에 비해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던 시기다.

이런 시기의 릴케의 사랑에 대한 의견은 릴케가 상당히 개방적이고 진보된 시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우리 인생의 모든 용들은 언젠가 우리들이 아름답고 용감하게 서게 될 때만을 기다리는 공주일지도 모릅니다. -125p-


릴케가 카누스의 어려움, 불편 등에 대한 편지를 받고 답한 내용의 일부분이다. 릴케가 확실히 멘토의 역할을 많이 하지만 이 대목이 가장 멘토의 핵심이 아니였을까 한다.

이 대목의 용은 판타지에서 등장하는 거대한 용이다. 서양의 용은 인간이 넘볼 수 없는 거대하고 무시무시한 존재, 그렇기에 그것을 마주하기가 무척 힘들다. 릴케는 카누스가 느꼈던 힘든 감정들과 현실이 이 용에 빗대어 응원을 한 것이다. 

이는 현재의 힘든시기를 겪고 있는 우리에게도 마음속으로 큰 울림을 주는 표현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마음에 들지 않았던 부분도 있다.


가령 한 생명을 파괴시키는 것은 이름없고 지극히 개인적인 행위로 받아들여지는 범죄라는 이름을 가진 경우가 많지만 그것은 어쩌면 그 생명의 어떤 필연성이였고 그래서 그 생명으로부터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130p-


쉽게 말해 운명론이라는 것.

릴케는 운명론을 믿는 사람인 듯 하다. 허나 이는 범죄로 인해 피해를 받은 사람들을 모독하는 언사가 될 수 있다.

그들이 범죄로 인해 생을 강제적으로 피해를 입게 되었는데 그것이 운명이라니.. 그리고 쉽게 받아들여지다니... 

작금의 대한민국에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기에 이 부분이 더 공감되지 않았다.


릴케의 총 10통의 편지들을 읽어보면 이 사람은 괜찮다 싶더라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라는 생각이다.

카누스는 이 사람의 어디가 좋았을까? 

앞서 말한 것처럼 멘티와 멘토의 관계가 더욱 깊어지는 관계로 발전했던 것일까?


나는 이 책을 곱게 보지는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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