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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의 향연 2014.가을 Vol.1 - 창간호
도서출판 숲 편집부 엮음 / 도서출판 숲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내가 처음 인문학을 접했던 것은 중학교 시절이였다.
당시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보게 된 일리아스.. 상당히 낡고 오래된
책이였던걸로 기억하는데.. 그때 트로이전쟁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 책이 그저 그리스의 역사를 다룬 역사서라고 생각했다. 꽤나
재미있게 읽었던 걸로 기억한다.
시간이 흘러 그것이 나의 인문학의 첫 경험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 이후로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여기서 시간이 흘러라는 말이 중요한데 그것은 내가 학창시절보다 사회경험이
많아지고 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인문학이 꼭 필요한 학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인문학에 관심을 가졌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초보다. 그래서 어려운 책보다는
쉽게 접근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았는데 그때 이 잡지를 알게 되었다. 인문학을 다룬 잡지인 '인문의 향연'말이다.
사실 나는 이 창간호보다 후에 나온 3호를 먼저 읽어봤다. 계간지로 나오는
잡지니깐 창간호와는 약 6개월 가량의 시간이 벌어진 셈이다.
3호에서 받은 느낌은 괜찮다는 것이다. 그래서 창간호부터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창간호는 절판이라는 이름으로 구입하기 어려웠고 출판사에 직접
연락하는 방식으로 창간호를 구할 수 있게 되었다.
내 책인생에서 출판사에 연락해서 직접구하게 된 첫번째 책이 되는
셈이다.
이 책은 인문을 다룬다. 인문학뿐만 아니라 인간사를 다룬 책이라 하겠다.
그래서 읽다보면 간혹 사회잡지나 여성지에서 다룰법한 이야기들도 있다.
창간호에서 특히 주목한 것은 두가지다.
하나는 단테의 신곡, 다른 하나는 마르크스와 플라톤의 이야기다.
먼저 단테의 신곡을 살펴보면 이 부분은 단테의 신곡에 대해서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게 정리한 기사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단테가 신곡을 쓰게 된 배경부터 세세히 나온다.
개인적으로 신곡을 소장하고 있는데 솔직히 읽다가 포기했다. 재미도 없거니와
내용을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웠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기사가 더 눈에 들어왔다. 이 기사를 접하고 신곡을 다시 읽게 되면 좀 더
이해하기 쉬워질까.. 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여기서 나름 이 잡지의 상술이 느껴지는데 바로 단테의 신곡이 2개로
나누어져 진행된다는 것이다. 창간호에서 1편을 다루고 2호에서 2편을 다룬다는 것이다. 결국 이 기사를 완결로 읽기 위해서는 2호까지 구입해야
되는 것이다.
두번째는 마르크스와 플라톤의 이야기인데 상당히 재밌다. 국가 권력을 두고
플라톤의 저서 국가와 마르크스의 유물론 그리고 공산주의를 대조하면서 진행한다. 플라톤, 마르크스 당대 최고의 학자들이였기에 이들의 저서에서
펼쳐지는 내용들은 무척 깊다고 하겠다.
물론 이 기사에서 이 두학자들의 권력에 대한 모든것을 다루지는 못한다.
맛보기식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재밌는 것은 플라톤의 권력에 대한 생각이 지금과는 사뭇 다르다는 점이다.
철인정치로 잘 알려진 플라톤의 국가에서 플라톤은 부인공유제라는 상당히 참신한 내용을 주장한다.
부인들과 자식들은 남자들의 공유물이므로 부모와 자식관의 관계는 서로 알아볼
수 없다.. 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겠는가? 남녀차별을 넘어 폐륜까지 생각하게 될
내용이다.
그러나 이것은 플라톤이 살던 당시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내용이기에 적당히
감안해서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이 잡지에 대한 총평을 내려보자면 인문학의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잡지라고 하겠다.
단 중요한것은 이 잡지는 인문학만 다룬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각종
유명한 고전들의 이야기만 쏙쏙 다룬 그런 전문적 잡지가 아니라 이 잡지안에는 우리네 사는 이야기도 담겨 있다는 것이다.
자칫 고전만 다루겠지라는 생각으로 이 잡지를 구매하게 되면 실망할 수도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계간지로 발행된다고 하는데 사람들의 호응이 많아져서 계간지보다는 분기적으로
나아가 월간으로도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