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빛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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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볍게 읽는 소설들을 좋아한다. 무거운 느낌의 책들은 그 묵직함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하고 그 무거움이 진행되기까지 일련의 과정들이 나에게 동화되어 어찌보면 내 삶의 찌든 고단함을 다시금 느끼게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볍다.. 이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책을 들여다보지 않고서 판단하는 기준은 책의 두께다. 책의 두께가 작다면 그만큼 내용도 작을 것이고 가벼울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선택했다. 가볍게 읽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그건 나의 오산이였다. 

 

작가는 미야모토 테루.. 낯선 이름이다. 언제나 낯선 작가들의 작품과의 만남은 셀렘을 준다. 작가의 필력, 문체, 분위기 등을 생각하면서 읽을 수 있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 작가의 느낌도 처음에는 가볍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책을 계속 읽어나가면서 이 책은 결코 가볍지 않은 무거운 삶의 무게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의 구성은 총 4편으로 환상의 빛, 밤 벚꽃, 박쥐, 침대차로 되어 있다. 나머지 3편이 단편정도라면 주인공 격인 환상의 빛은 중단편에 속하는 분량이다. 분량 뿐만 아니라 책이 주는 무게에 있어서도 환상의 빛이 거의 모든것을 차지한다. 나머지 3편은 그저 들러리에 불과할 뿐....

 

오사카에 살고있는 젊은 주부 유미코, 그녀는 미망인(未亡人)이다. 그녀의 남편은 어린시절부터 알게 된 동무로 둘은 아이까지 낳고 행복하게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날 남편이 전차에 치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의 사망은 자살이라는 결론을 듣게 된다. 남편의 죽음과 부재를 이해할 수 없는 유미코.. 세월이 지나 그녀는 재혼을 하게 된다. 오사카가 아닌 멀리 북쪽의 바닷가 지역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행복한 삶을 꾸려 가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전남편의 부재가 계속 기억된다.

 

위의 내용은 환상의 빛이다. 다른 3가지의 줄거리도 다루어야 하지만 딱히 다룰 것이 없다는 생각에 환상의 빛 중점으로 다루려 한다.

 

이 책의 매력은 부재를 통해서 주인공이 겪게되는 심리적, 감정적 느낌을 잘 표현했다는 것이다. 유미코가 남편이 죽은 얼마 뒤 재혼을 하게 되는데 그 장소는 북쪽의 추운 지방의 바닷가다.

그녀는 왜 이곳을 택하게 된 것일까? 책 속에서는 그저 중매를 통해서 재혼한 것으로 나타나지만 이는 작가의 의도가 담겨져 있다.

추운 북쪽 겨울의 바닷가.. 이는 그녀의 심정을 대변하는 매개가 되면서 그녀의 해우소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유미코가 재혼을 위해 이 지역으로 오면서 그녀는 낯선 환경에 처한다. 넘실거리는 바다를 보면서 그녀는 전남편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재혼한 남편과 아이까지 있는 상황에서 전남편의 기억을 마무리 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재혼한 가정에 실례가 되는 부분.. 그렇기에 그녀는 최대한 숨기면서 남편의 죽음에 의문을 갖는다.

 

절정은 그녀가 남편을 닮은 우연한 사내의 뒤를 밟게 되는 부분이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려던 유미코는 우연히 버스에서 남편과 닮은 이를 보게 된다. 그 사내가 버스에 내려 바다로 향하는 모습을 보게 되고 뒤를 밟으면서 가슴을 졸인다.

그 사내도 남편과 같은 절차를 밟지 않을까.. 염려가 되기 때문이다. 뒤를 밟았던 사내가 사라지고 홀로 바닷가에 남게 된 유미코는 오열을 한다. 남편의 부재가 그녀에게 너무나 가슴깊게 사무쳤음을... 재혼을 했어도 남편의 상실감을 채워갈 수 없음에 한탄하면서 안타까워하는 감정을 그대로 표출한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찾아온 봄.. 그녀는 햇빛 쏟아지는 바다를 보며 환상의 빛을 발견하게 된다.

 

앞서 감정표현이 이 책의 매력이라 했는데 이 책은 유미코를 비롯하여 부재를 겪는 주인공들의 감정 표현에 충실했다. 읽으면서 감정 이입이 절로 됨을 느끼게 된다. 내 인생에 한 곳을 차지하던 사람이 갑자기 부재가 되면서 빈공간이 생겨버리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읽게 된다.

 

이 책의 전반적인 느낌은 흑백이라 생각한다. 누군가의 부재가 생기면서 흑백 즉 무채색의 삶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환상의 빛을 발견하는 유미코의 모습을 보면서 흑백에서 컬러로 무채색에서 유채색으로 변한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책은 무겁다고 말했다.

정말 무겁다. 부재 속에 살아가는 인물의 외적, 내적 갈등이 적나라하게 다가오기에 책을 읽으면서 무거움을 크게 느끼게 된다.

작가가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해본 적이 있지는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감정에 충실한 책을 읽게 되었다.

이런 책들은 여운이 강하게 남는다. 감정을 격하게 흔들기 때문이다.

 

책의 마지막을 덮은 6월의 어느 늦은밤... 불면증을 강하게 느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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