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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김재혁 옮김 / 이레 / 2004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람이 느끼는 감정 중 가장 격렬하고 깊고 뜨거운 것은 무엇일까?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그 어떤 감정보다 우선시 되는 감정이다.
그렇기에 사람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필요로 하고 갈구한다.
이 책은 2009년에 동명의 영화로 제작된 바 있는 책이다. 보통 원작이 영화화 된다는 것은 그 원작이 상당히 작품성이 있거나 흥행성이 있을 경우에 해당된다. 따라서 이 책은 그런 전제를 가지게 되는 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대한 기대감이 무척 컸다.
15살인 미하엘은 길을 걷다가 갑자기 구토증상을 느낀다. 머리가 어지럽고 서 있지 못할 정도의 고통이다. 간염에 걸린 것이다. 이런 미하엘을 갑자기 나타난 여성이 부축해준다. 다음날 미하엘은 자신을 부축해준 여인을 찾아간다. 감사의 인사를 건내기 위해서다.
그녀의 집으로 찾아간 미하엘은 그녀의 옷 갈아 입는 모습을 목격하고 그녀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게 된다. 자신이 왜 그런 감정을 가지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녀에게 점점 끌리게 되는 자신을 알게되고 그녀와 관계를 가지게 된다.
여인의 이름은 한나, 한나는 15살의 어린 미하엘이 귀여우면서 스스럼없이 둘 사이의 관계를 진행시킨다. 37살의 성인인 그녀가 15살의 어린 소년과 연인의 관계가 된 것이다.
한나는 미하엘과 만남을 지속하면서 한가지 요구를 한다. 그것은 자신에게 책을 읽어주는것. 미하엘은 그녀와의 관계유지 및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만날때마다 책을 읽어주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한나는 갑자기 미하엘을 떠나게 되고 몇 년 후 둘은 법정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다. 운명의 장난일까.. 미하엘은 법정에 참석한 세미나 학생으로 한나는 나치 전범으로 만나고 만 것이다....
줄거리는 둘의 격정적인 사랑으로 시작한다. 우리나라 정서상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가는 상황이지만 그 둘은 그 상식을 뛰어넘는 연인관계로 발전한다.
여기서 둘의 심리가 재미있다. 미하엘은 한나의 성적매력에 흠뻑 빠진다. 전형적인 사춘기 소년의 모습이다.
때문에 그녀의 일방적인 행동에서 항상 져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그녀와 사랑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한나는 미하엘을 연인으로 대하면서 거리감을 둔다. 미하엘을 항상 '꼬마'라고 지칭한다. 이것은 그녀가 미하엘은 좋아하지만(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는 어디까지나 그사람은 어린 소년이라는 것에 한정한다는 것이다.
서로가 겉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속에 속마음은 다른 감정이 깃들어있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 둘의 관계는 심화되는 듯 하다가 갑자기 한나가 미하엘 곁을 떠나게 된다. 작가는 여기서 미하엘의 태도에 독자의 관심을 쏠리게 한다.
미하엘이 학교 생활에 치중하면서 점차 한나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미하엘을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독자들은 한나가 마치 미하엘의 태도에 불만을 느낀듯한 이미지를 심어준다. 이것은 나중에 복선이 되는 장면이기도 하다.
법정에서 만난 미하엘과 한나의 모습은 상당히 대조적이다. 한명은 법대에 들어간 유능한 사람이고 한명은 나치전범이라는 죄인이다.
마치 신파극 같은 상황이다. 전형적인 슬픈 사랑의 모습이다.
미하엘은 법정에서 한나를 주목한다. 자신을 알아볼 한나를 생각하며 그녀가 했던 나치 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그녀가 겪었던 상황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한다. 그녀의 정서와 공유를 하기 위함이다.
한나가 감옥에 들어가게 되면서 미하엘은 한나 인생의 치부를 알게 된다. 그 순간 과거의 그녀와 법정에서의 그녀의 일련의 행동들이 이해가 되면서 한나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과거 자신이 한나에게 책을 읽었주었던 것처럼 감옥에 있는 그녀에게 자신의 책읽는 소리를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를 보낸다.
그녀가 출소하는 18년동안 말이다.
출소하기 일주일 전 한나를 찾아간 미하엘은 세월의 흐름속에 변해버린 한나를 만나게 되고 한나는 여전히 미하엘을 꼬마라고 부른다.
그리고 출소하면 자신이 그녀의 모든것을 도와주겠다는 말을 전한다.
드디어 출소하는 날 한나는 자신의 모든것을 버리고 생을 마감하게 된다.
나는 여기서 코웃음을 쳤다. 인물들의 감정을 특유의 문체로 드러내는 매력을 가진 이 책에서 흥미가 싹 사라져버렸다.
작가는 한나의 죽음을 맺음으로써 이 책의 매력을 깎아내리면서 전형적인 세드엔딩 소설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미하엘과 한나의 감정이 중심이 되는 이 책은 그 배경에 세대간의 갈등과 나치라는 사회적 문제까지 포함시켰다.
나름 작가의 노력이 보인다. 작가가 단순 로맨스가 아닌 복합적인 느낌을 주기 위해서 꾸민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작가는 한가지 실수를 했다고 본다. 독자들의 흥미는 미하엘과 한나의 인간 대 인간, 연인 대 연인의 감정에 있었다.
여기에 한나의 과거 나치 수용소의 배경, 법정에서 불리하게 적용되는 사회적 시선들을 첨가하여 독자들에게 이 책은 조금 심오하다.. 라는 느낌을 심어주려 했을 것이다. 그런 부분이 이 책이 상당한 수작이라는 느낌이 들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유불급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하엘이 한나의 감정에 공유를 느끼려고 하는 부분이 너무 세밀하게 구성되어 오히려 한나와의 관계를 흐리게 만들어 버린다. 이것은 연인의 감정공유가 아닌 스토커의 감정 공유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말이다.
작가가 이부분에서는 오버센스를 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 책의 매력을 일편단심 미하엘, 한나의 사랑에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한나의 부재와 재회에서 생겨버린 대조적 설정이 사랑의 장애물처럼 작용했다.
이는 독자들에게 이들의 사랑의 크기를 보여주는 설정이 된다.
그러나 나는 이 책에서 느낀것은 제목처럼 사랑으로 포장된 이기적이고 추악한 인간의 감정이였다.
미하엘과 한나는 분명 사랑을 공유했다. 그들은 여느 연인처럼 발전했고 그 이상까지 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사랑보다는 자기애가 더 강했고 상대방의 배려 또는 이해보다는 이기적인 욕심이 컸다.
수감된 한나에게 보내는 카세트 테이프는 마치 이 둘의 사랑의 연장선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미하엘의 이기적인 산물이다.
미하엘은 한나에게 카세트 테이프를 보내며 과거 자신이 읽어주었던 추억을 떠올린다. 또한 그녀가 이것을 받고 보다 사회적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녀에게 찾아가지 않는다. 세월의 흐름에 따른 자신의 사랑에 대해 자신이 없었다.
한나의 출소 일주일 전 즉 18년만에 다시 만남을 갖게 되는 모습속에서 미하엘은 현재의 한나에서 과거의 한나를 찾는다. 그녀와 열정적으로 나누었던 채취, 숨결, 모습을 말이다. 미하엘이 찾았던 것은 과거 어린시절 자신을 만족 시켜주었던 젊은 날의 한나일 뿐이다.
한나 역시 미하엘과 재회에서 그를 꼬마라고 부른다. 과거의 거리감을 현재의 미하엘에서 느낀 것이다. 미하엘이 찾았던 한나가 지금의 자신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그에게 보여줘야 할 한나는 현재의 한나가 아닌 과거의 한나라는 것을 알기에 그녀는 출소하는날 생을 마감한다.
미하엘보다 자신의 감정이 먼저 앞선 절정의 모습이다.
이런 극적 장면은 독자들에게 큰 충격을 준다. 끝을 맺을 수 없었던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포장으로 말이다.
이 얼마나 추악하고 이기적인 모습인가!!
나는 책을 덮고 참으로 오랜만에 블랙커피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결코 달달하지 않았고 결코 슬픈 여운을 주는 찡한 느낌조차 없는 그저 쓰디쓴 블랙커피가 생각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