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가 돌아왔다
티무르 베르메스 지음, 송경은 옮김, 김태권 부록만화 / 마시멜로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타임슬립은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로 많이 활용된다. IF라는 가설을 세워 그것이 현실에 반영되었을때 어떻게 되는지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소재다. 이 책도 그것을 소재로 한 책이다. 단 대상이 무척
특이하다. 2차 세계대전의 주모자이며 20세기 최악인 인물 아돌프 히틀러 그가 주인공이다.
처음 책을 접했을때 상당히 놀랐다. 우선 이 책이 독일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에 대해서 놀랐다. '어떻게 그럴수 있지? 역사적 영웅도 아니고 몇백년전 인물도 아닌 근대 독일 역사의 최악의 오점을 남긴 인물
히틀러를 아무렇지 않게 소재로 삼다니...'
소설의 소재의 다양성이라는 점에서 독일은 무척 개방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로 빗대어 보면 친일파의 대두 이완용이 살아돌아온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그래서인지 놀람과 동시에 드는 생각은 불쾌였다. 그리고 그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지속되었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면 21세 평온한 어느날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이미 사망했어야 할 히틀러가 21세기에 부활한다. 아니
부활이 아니라 자살하려던 그가 타임슬립을 통해서 21세기로 건너왔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것이다.
책 속의 히틀러는 자신이 자살시도를 했다는 것조차 모르니 말이다.
20세기 전쟁터의 독일이 아닌 21세기 선진국으로 변한 독일을 맞이한 히틀러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된다.
변화된 독일에 모습을 보고 말이다.
그러나 더 큰 혼란은 그에게 독일인들은 예전의 독일인이 아니였다. 그를 광적으로 신봉하고 나치즘에 빠져야 할 사람들이 그가
그렇게 싫어하는 터키, 그리스인 심지어 유대인들에게 적대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과 어울려 산다. 다문화 공동체처럼
말이다.
히틀러는 이렇게 변해버린 독일을 보며 자신이 여기서 해야할 일이 무엇인지 그 나름대로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이들이 히틀러를 대하고 있는
자세이다. 손사래를 치며 거부하고 싫어해야 될 인물의 모습인데 웃으며
반겨주고 일부 사람들은 나치 경례를 하며 그를 총통각하라 떠받들어준다. 그가 재연 코미디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물론 히틀러는 이것을
진정으로 받아들이지만 말이다.
히틀러는 분명 죄인이거늘 불과 몇십년만에 그의 분신같은 존재에 대해서
웃으며 반겨주다니 독일인들에게 히틀러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존재의 상징이 아닌것인가?
히틀러는 우연히 방송관계자들을 만나 방송일을 시작하게 된다. 방송국
입장에서는 히틀러라는 존재를 코미디로 생각했고 히틀러는 방송을 통해 독일인들을 예전처럼 각성시키려 하는 것이다. 서로가 윈윈하는 전략인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였다. 그를 추종하고 따르는 무리가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나이 많은 성인층이 아닌 청소년층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문제점이다. 히틀러의 악행을 보고 자라나지 않았던 세대들의 일방적인 지지.. 이것은 또다른 네오나치즘의 탄생을
의미한다. 즉 독일판 나폴레옹 3세를 탄생시킨것이다.
마르크스는 나폴레옹 3세의 탄생을 두고 이런 말을 했다.
'역사는
반복된다. 첫번째는 비극으로 두번째는 희극으로'
작가는 이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방송을 타게 된 히틀러는 연일 화제가 된다. 그가 생각하는 나치즘이
대중들에게 다시금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다. 물론 이에 반대되는 입장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히틀러는 이들의 반박을 그의
변론으로 시원하게 박살낸다.
여기서 알 수 있는것은 히틀러는 분명 뛰어난 연설가라는 것이다. 그의 혀는 그 어떤 유혹보다 달콤하고 치명적이다.
그가 연설하는 모습을 보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여기까지는 히틀러의 나치즘을 답습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래서 심히 불편했다. 작가는 이 책을 왜 썼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의 진가는 후반부에 드러난다.
히틀러가 자신은 그렇게 의도한 것이 아니겠지만 점점 사회 곳곳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가 바라본 지금의 독일은
너무나 미완성적이고 약하며 어리석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미 이 사회에 익숙해져 반격할 생각조차 못하고 살아간다. 히틀러는 1930년대의 독일과
21세기의 독일을 비교하며 사회의 부조리, 어리석음을 꾸짖는다. 즉 사회를 비판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부터 이 책은 반전이 일어난다. 앞서 말한 사람들이 생각하던 재연 코미디가 블랙 코미디가 되는 순간이 온
것이다.
왜 작가가 히틀러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했는지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극과 극인 존재를 등장시킴으로서 지금의 독일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더욱 극적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다. 독일 역사에는 히틀러 만큼 그 역할을 하기에 딱인 존재는 없는 것이다.
이 책의 결말은 오픈 결말이다. 그래서 이 책의 결말이 더욱 좋게 느껴진다.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끔 반성과 성찰의
여지를 남겨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책의 뒷부분에는 이 책에 대한 추천사들이 들어 있는데 그 중에 이 책에 대해서 한 문장으로 딱 정리해 준 추천사가
있었다.
'상당히 못된 책이지만 살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