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위대하게 - 소설
혜경 지음, 최종훈 원작 / 걸리버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어린시절 나에게 간첩은 무서운 존재였다. 책, TV, 어른들의 말씀들은 하나같이 간첩이 무섭게 생긴 남자 어른이며 사람을 죽이는 훈련을 받은 전문가로 사람들을 잔혹하게 죽이고 아이들을 북으로 납치해서 데려간다는 것이였다.

그래서인지 초등학교 시절에는 유독 간첩신고 훈련을 많이 했었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간첩들의 인상착의를 말씀해주시는 것을 듣고 동네를 돌아다니다 그런 사람을 보면 바로 파출소로 신고하는 훈련이였다. 나도 몇 번 파출소로 전화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에는 옛날처럼 간첩들이 월남했다는 소식이 들리지는 않는다. 그만큼 치밀하고 자연스럽에 우리 사이에 녹아들어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누구보다 빠르고 누구보다 똑똑하게 남한사람처럼 위장하는 그런 간첩.. 21세기가 생각하는 간첩은 이런 모습일지도 모른다.. 했으나 그런 간첩들의 이미지를 확 깨는 책이 등장했다.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그것이다.


제목이 참 거창하지 않은가? 은밀하게 위대하게.. 군부대 정문에 떡하니 붙어있을만한 문구이다. 과연 어떤 내용일까?

21세기, 최첨단 시대, 인공위성이 24시간 우리를 관찰하고 지켜보는 그런 시대.. 속에서 은밀하게 북한 간첩들이 남한으로 넘어온다. 이들은 남한사람들 틈에 섞여 마치 한 가족인냥 살아간다. 

봉구도 그런 간첩 중에 한 명이다. 봉구 또 다른 이름 특수부대 오성조 3대 조장 원류환 그러나 동네에서는 그저 바보로 통하는 한 남자가 있다. 순하기 순한 동네 바보로 또는 슈퍼마켓 직원으로 살아가는 봉구는 늘 주민들에게 웃음거리가 된다. 동네북도 이런 동네북이 없다. 또 한사람이 있다. 아마추어 기타리스트 김민수  또 다른 이름 리해랑... 북한에서부터 특수훈련을 받아온 전문간첩이다. 이 둘은 사람들 속에 섞이면서 하루빨리 북한으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린다. 이런 그들앞에 어린학생이 찾아온다. 그의 이름은 리해진, 역시 북한 간첩이다. 리해진이 등장하면서 이 셋의 관계는 점점 복잡하게되고 그에 맞춰 급변하는 북한의 태도속에서 불길한 기운이 느껴진다.


어느정도 예상이 되는 스토리였다. 북한에서 넘어온 간첩들, 그들이 한국 동네문화에 적응하면서부터 점차 북한이 아닌 남한이 자신들의 국가처럼 느껴지고 동네 주민들이 경계의 대상이 아닌 자신의 가족처럼 느껴지는 간첩들이 변화해가는 스토리.. 

어디선가 영화나 드라마 같은 곳에서 한번쯤 접해보는 스토리가 아니였나 싶다.

그랬을까? 처음에는 뻔하디 뻔하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봉구가 사람들과 친숙해져가고 사람들의 고민을 같이 해결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점차 책 속에 빠져들게 되었다. 깔깔깔 웃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고 숙연해지기도 하면서 점차 스토리에 가졌던 나의 편견의 틀이 조금씩 허물어져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새 봉구라는 인물에 푹 빠지게 되었다.

이것은 비단 봉구뿐만 아니다. 리해랑, 리해진도 봉구와 마찬가지로 바라보게 되었다. 


간첩들의 이야기, 분단된 조국의 비극... 전세계에 유일한 분단국가인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만 가질 수 있는 특유의 정서를 건드리는 작품이라 하겠다.

특히 점점 약해지는 통일의 인식을 가지고 있는 우리 젊은 세대들에게는 이 책을 통해 통일의 중요성, 필요성, 현실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원작이 웹툰인 이 책은 현재 영화로 제작되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다. 웹툰과 책에서 느꼈던 감동, 상상했던 모습들이 영화속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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