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한가운데서 초한지를 읽다

삶의 한가운데서 초한지를 읽다 - 전쟁같은 삶을 받아낸 천 개의 시선
신동준 지음 / 왕의서재 / 2013년 4월

"가장 좋아하는 고전은 무엇인가요?" 라고 누가 내게 묻는다면 첫번째는 삼국지요, 두번째는 초한지라 할 것이다.

삼국지야 워낙 대중적이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가 접할 수 있어 익숙한 책이지만 초한지는 책이 아니고서는 접하기가 쉽지 않다. 솔직히 의문이 든다. 초한지도 삼국지만큼 사랑을 받을만한 요소가 충분히 있는데도 그만큼 관심을 받지 못한다니 말이다.

초한지는 삼국지가 펼쳐지기 몇 백년 이전의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영웅은 난세에서 태어난다라는 말이 있듯이 초한지도 난세를 배경으로 한다.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고 불과 몇년 후 천하는 다시 군웅할거의 시대로 돌아가게 된다. 다양한 호걸들이 자신의 기량과 탐욕을 내비치는 가운데 눈에 띄는 두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항우와 유방이다. 초한지는 초나라를 세운 항우와 한나라를 세운 유방이 중심이 되어 펼쳐지는 책이다.

책 '삶의 한가운데서 초한지를 읽다'는 그런 초한지의 내용을 독자들이 보다 쉽게 깊게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성격의 책이다. 저자는 초한지에 대해 많은 애착을 가진다. 서문에서 보여지는 내용만 하더라도 그 정도를 느낄 수 있다. 초한지는 정본이 없기에 많은 사람들에 의해 각색될 가능성이 있다. 자칫 왜곡된 내용이 전달될 우려를 느꼈기에 저자는 이것을 올바르게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얼마나 초한지에 대해 애정이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말한것과 같이 이 책은 초한지의 내용이 주가 아닌 보조적 성격을 가진 책이다. 때문에 초한지에 대해 한 번 이상의 통독을 한 사람만이 내용을 확실히 이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초한지를 접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읽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는 책이다.

나름 초한지에 애정을 갖는 사람으로서 이 책은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저자는 다양한 초한지의 서적 중 특히 사마천의 사기와 반고의 한서를 중심으로 책을 진행한다. 그나마 초한지의 시대와 가까이 있었던 역사책이기에 그리 했을 것이다. 그 두 책을 중심으로 일본의 서적들과 최근 재조명되고 있는 내용까지 첨부하면서 보다 현대적으로 초한지를 들여다본다.

책 내용 중 재미있던 부분이 있었는데 유방의 부인인 여후(여치) 가문의 속설이다. 여치의 아버지는 여공이라는 사람으로 진나라 승상이였던 여불위의 아들이라는 설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사실일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이런 속설까지 있는것을 보니 그만큼 초한지의 정석의 정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초한지의 또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그동안 여러 출판사의 초한지를 읽어보았는데 각각의 내용이 상이한 부분들이 있어 옳고 그름을 확실히 알 수 없었다. 물론 이 책이 그 모든것을 다 담은 것은 아니나 이렇게나마 그것들을 담아내어 우리에게 알려준다는 것이 가려운 부분을 긇어주는 효자손 같은 책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