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의 꽃 김별아 조선 여인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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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달 전 인상깊었던 작품이 있었다. 제목은 '채홍' 이였던 작품이다. 조선 최초로 기록된 동성애를 다룬 작품이라는 타이틀이 기대보다는 호기심을 가지게 만드는 작품이였다. 결과론으로 말한다면 기대감이 호기심을 크게 이긴 작품이라 하겠다. 그때 이후로 작가 김별아라는 이름이 뇌리에 남았다.

그리고 그 작가의 차기작품을 기대하게 되었다.

 

소설 '불의 꽃'은 그런 나의 기대감을 한껏 안겨준 김별아 작가의 두번째 조선 여성 시리즈 작품이다. 성리학을 중시했던 조선시대에 발생했던 양반의 간통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전작 채홍도 그렇고 이번 작품도 상당히 자극적 타이틀을 내세운다. 작가의 작품관이 특이하다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조선 여성시리즈는 총 3부작이라 하였는데 그래서인지 이번 작품도 첫번째인 채홍과 비슷한 구조로 진행된다. 기-승-전-결이 아닌 결-기-승-전의 구조를 꾀한다. 어찌보면 이것이 이런 작품들에게 더 어울리는 구조라 생각한다. 동성애, 간통 이라는 코드는 비극적인 결말 (그것이 조선시대라면 더욱) 을 내포하고 있으니 오히려 이런 구조가 독자들을 더욱 책에 빠져들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의 줄거리를 살펴보면 고려-조선으로 이어지는 혼란기 시대가 배경이다. 고려, 조선이라는 선택을 두고 두 인물의 인생이 크게 갈리게 된다. 조선을 선택하여 유복한 집안을 타고난 서로, 고려를 선택하여 부모를 잃고 천애고아가 되어 서로의 집에 얹혀 살게된 녹주, 이 둘은 운명은 이때부터 비극이였을지 모른다. 서로와 녹주는 한 집에서 살게 되면서 자연스레 친구가 되고 둘 사이에는 남모를 공감대가 형성된다.  겉은 화려하게 보이나 속은 누구보다 외로움을 느끼는 서로와 정붙일 곳이 없는 녹주는 상대방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보았던 것이다. 시간이 흘러 남녀가 유별함을 깨달아 갈 때 쯤 두 사람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의 장난으로 이별을 하게 된다.

 

다른 작가들도 그렇겠지만 김별아 작가의 작품을 읽을때면 참 표현이 좋다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두 사람이 만남과 이별 다시 재회를 겪을때 느꼈을 심리적 감정들이 책 속에 잘 나타난다. 특히 녹주가 서로를 그리는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지는데 아무래도 여성작가이다보니 여 주인공의 마음을 더 잘표현 할 수 있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시대보다도 남녀의 차별이 강했던 조선시대, 남녀의 사랑이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는 시대인 만큼 사람들의 사랑은 더욱 빛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그런 가볍고 쉬운 사랑을 하는 현대인들에게 사랑에 대해 재고하게 만드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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