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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강 나라에서 현기증 도시까지 ㅣ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5
프랑수아 플라스 글 그림, 공나리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시리즈 제 5권 붉은 강 나라에서 현기증 도시까지이다.
이번 시리즈는 알파벳 순서 R~V까지 총 5개의 나라가 등장한다. 붉은 강 나라, 셀바 섬, 동굴 나라, 울티마 사막, 현기증 도시이다.
붉은 강 나라는 노예상인 조아오가 노예들이 왕으로 모시는 왕중의 왕과 만남의 과정을 그린 이야기이다. 조아오는 노예상인으로 붉은 강 나라의 원주민들을 잡아다 노예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파는 아주 나쁜 놈이다. 그런 그가 왕 중의 왕의 무사들을 만나 노예들을 풀어주고 같이 축제를 즐긴다. 어찌 이상하지 않은가? 자기들을 노예로 만들어 팔려고 하는 사람과 같이 축제를 벌이다니.. 아무튼 조아오는 축제가 끝나고 무사들과 같이 왕 중의 왕을 만나고 그 곳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 조아오는 자신이 생각지 못한 신비한 일들(왕이 동물과 대화를 하고 나비가 사람 머리위를 맴도는)을 목격하고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와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전하지만 미치사람 취급을 받게 된다.
마치 노예들과 식민지를 건설하기 위해 떠나는 유럽인들의 역사가 오버랩 되는 이야기이다. 자신들이 믿지 못하는 문명에 관해 아무리 떠들어봤자 믿어주지 않는 결론은 미지의 문명의 신비함과 너무 현실적, 과학적인 이 사회에 대해 조금은 씁쓸한 생각이 든다.
셀바섬은 거대한 나무 한 그루가 섬으로 이루어진 신비한 곳이다. 이곳의 소년들은 독특한 성인식을 치루는데 셀바섬 이야기는 성인식을 치르는 12명의 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12명의 소년들은 하늘을 날으는 호랑이와 대결하여 호랑이로부터 입은 상처를 가지고 마을로 가야만 훌륭한 어른이라는 것을 증명받게 된다. 무척이나 위험한 성인식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일행 중 한 명은 호랑이에게 물려 결국에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만 남은 소년들은 자신들이 당당하게 호랑이와 대결하여 영광의 상처를 입은 것을 자랑스러워 한다.
예전 TV에서 본 어느 아프리카 부족의 성인식이 생각나는 이야기였다. 그 부족의 성인식은 높은곳에서 마치 번지점프를 하듯이 다리에 줄 하나만을 묶고 뛰어내린다. 땅에 머리가 가까이 닿을수록 용감한 성인이라고 칭송받는다. 그 부족에게 있어 그것은 하나의 의식이지만 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 셀바섬 소년들도 역시 호랑이와의 대결은 너무도 위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굴나라는 마치 판타지에서 본듯한 구성이 등장한다. 엄청난 문명의 나라였지만 지진으로 인해 모든것이 부서진 나라, 과거 영광의 유적들을 관광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으로 생활을 이어가는 동굴나라 사람들... 어디선가 본 듯한 구성이 아닌가?
사진사 이폴리트는 동굴나라의 벽화를 촬영하기 위해 동굴나라를 찾는다. 짐꾼들과 안내인을 이끌고 유령의 문이라는 곳에 도달한 이폴리트는 유령의 문 안쪽에 벽화가 잘 보전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입구를 찾는다. 헤메고 헤멘 끝에 입구를 찾아내 문 안쪽으로 들어간 이폴리트는 완벽히 복원되어 있는 벽화를 촬영하지만 사진기에는 그저 뿌연 안개만 찍힐 뿐이다.
금지된 영역에 들어갔다가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나오는 이폴리트의 모습에서 아쉬움이 들었지만 그만큼 그 나라의 보물은 소중한 것이고 함부로 담을 수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였다.
울티마 사막은 울티마 사막 주변 12개의 나라가 사막 한가운데 있는 바위 울티마에 도달하는 레이스를 그린 이야기이다. 12개의 나라들이 마치 카타르 렐리처럼 1등을 향해 달려간다. 주인공 오네심 티폴로가 만든 맹렬호는 선두로 치고 나가지만 울티마 원주민 주술사가 부린 회오리 바람으로 전복되고 만다. 그리고 뒤를 따라오던 모든 경주배들도 부서지고 만다. 신성한 바위에 이방인이 들어오지 못하게 만드려는 원주민들의 의지가 있던 것이다.
현기증 도시는 건축가 이즈카다르가 파란얼굴의 죄수 콜비노와 함께 도시를 파괴하려 하는 뷔조뎅의 음모에 맞서는 이야기이다. 현기증 도시는 특이하게 건설된 나라인데 반짝반짝 돌멩이라 불리는 돌멩이가 이 도시의 중심을 지탱하고 있어 이 돌멩이가 빠져버리면 도시가 붕괴된다는 조금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이다.
이번 시리즈는 전반적으로 발전된 문명과 미지의 문명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느껴진다. 발전된 문명으로 미지의 문명을 깔보고 무시하는 고정관념이 얼마나 잘못되고 어리석은 것인가를 느낄 수 있었던 시리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