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막 난 시체의 밤
사쿠라바 카즈키 지음, 박재현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첫인상부터 무척 강렬했다. 붉은 바탕에 꼭두각시 인형이 매달려 있고 그 옆에 큰 글자로 토막난 이라는 단어가 누가봐도 공포소설이라 생각하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은 일본 경제의 어두운 면을 보여주는 책이다. 우리에게도 알려진 일본의 잃어버린 10년, 그것이 바로 이 책의 배경이다.

 

잃어버린 10년은 침체된 일본경제의 10년을 말하는 거지만 아직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한번 침체된 경제가 쉽사리 회복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잃어버린 10년의 경제는 거품경제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빛좋은 개살구였던 것이다. 사람들은 경기호황을 바라보며 상류층을 꿈꾸지만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대처하지 못하고 몰락하게 된다.

때문에 그것을 배경으로 한 이 책 역시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둡고 암울하다.

총 4명의 인물(사바쿠, 사토코, 사토, 사토루)들이 등장하며 각자의 시선에서 동일하게 발생되는 사건을 바라본다.

좁고 답답하며 더럽고(사바쿠의 방) 현대사회와는 어울리지 않는 장소(사토의 고서점)에 인물들이 등장함으로써 이들이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한다.

힘들고 어려운 현실을 이길수가 없어 도피적인 삶을 꿈꾸는 인물들에게 이 사회는 냉혹한 시선을 던진다. 그리고 결국에는 파멸로 이끌게 된다.

토막난 시체는 인물들의 파멸이 정점으로 치닫는 것을 의미한다.

 

다양한 시각으로 사건을 살펴봄으로써 저자는 이 사회가 돌파구도 한줄기 희망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을 말한다. 냉혹하고 비참한 현실을 강조하는 것이다.

 

저자는 직선적이고 날카롭게 글을 펼쳐낸다. 강하고 때로는 적나라하기까지 하다. 그렇기에 독자는 보다 책에 집중 할 수 있게 된다.

 

책을 읽는동안 남일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어렵고 힘든사회, 돈의 폭력에 시달려야만하는 현실, 청춘의 퇴폐, 신용불량자, 하우스푸어 등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어려운 상황이 이 책속에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에 힘들어하는 사람들까지..

 

이 책은 독자들의 기호를 탈 만한 책인거 같다. 특유의 어둡고 절망적인 분위기가 어색한 사람들은 딱히 좋아할만한 요소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노력, 도전,희망이라는 표현보다는 포기 낙담,절망이 어울리는 책이다.

어쩌면 그것이 더 정확하게 현실을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발버둥쳐도 현실은 제자리걸음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겉표지의 꼭두각시 인형의 모습이 애처롭게 안타깝게 느껴지는 것은 우리의 현재모습이 투영되어 보이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 전세계는 경제난에 허덕이고 있다. 잃어버린 10년이 어느 한 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이 책 속의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고 어느곳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을 통해 조금은 경각심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