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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 - 9.11 이후 달라진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 것인가 ㅣ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7
이현우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1월
평점 :
책표지부터 인상적이다. 두 여인이 나란히 팔짱을 끼고 걸어가는 모습은 한가한 모습이다. 그러나 배경이 되는 도시는 온통 종잇조각으로 더럽혀져있고 연기가 가득차 있다.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는 로쟈라는 사람이다. 이 시대 가장 위험한 철학가라 평가받는 슬라보예 지젝의 이론 전문가인 사람이다.
'로쟈와 함꼐 읽는 지젝'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이 책은 지젝의 이론을 쉽게 독자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로쟈가 풀어쓴 책인 것이다.
지젝의 다양한 서적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의 내용을 중점적으로 해석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다가는 금세 책을 접게 된다. 쉽게 풀어썼다고 하지만 철학은 쉽게 표현한다고 해서 쉬운 학문이 아니다. 읽는 독자들도 같이 생각하고 느끼고 저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판단해야만 비로소 책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이 책 역시 그러한 점에서 어렵다고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책을 3번을 읽고 나서야 지젝이라는 사람, 로쟈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지젝은 로캉의 정신분석학에 따라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실재계, 상상계, 상징계로 나누어 본다. 상징계가 현실을 관장하고 실재계가 이런 상징계를 침범하는 변수가 되고 구멍이 되는 역할을 한다. 즉 이 세상을 방해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실재의 사막에 오신것을 환영한다는 말의 뜻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부조리한 세상, 자본주의가 지배하지만 그런 자본주의를 참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본주의를 변색시켜 살아가는 사람들 등등 이 세상의 가득한 실재계를 비판하는 것이다.
내용을 거슬러 올라가 책표지에 인상적인 사진 역시 그런 실재계를 나타난다. 우리는 상징계를 믿고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실재가 아닌 실제) 현실은 추악하고 어지러운 것이다. 바로 실재계가 넘쳐나는 세상이기 떄문이다.
'이래서 위험한 철학자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사람들은 지젝을 가까이 하지 않으려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지젝을 만나는 동안 '이 사람은 정말 비관적이고 염세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로쟈의 해석이 어느정도 이런 생각을 희석시켜주었지만 말이다.
얼마전 지젝이 반월가시위에 나와서 했던 연설 장면이 떠오른다. "1%가 지배하는 미국, 우리는 99%다." 라고 말했던 군중들 속에 당당히 나타나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던 그의 모습이 말이다. 과연 지젝 답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딱히 그가 바라보는 시각이 맘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우리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생각해봐야 하는 부분이다.
보다 나은 세상, 밝은 세상을 희망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