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표지부터 인상적이다. 두 명의 앳띤 군인들이 거침없이 전장터를 달리고 있다.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은데...'라고 생각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의 복장을 보라. 한 명은 대한민국 군인이고 다른 한 명은 일본의 군복을 입은 군인이다. 한국과 일본, 그것도 가장 껄끄러운 군인들의 관계이다. 온갖 악을 쓰고 달리는 두 사람의 표정에는 살고자 하는 절박함이 엿보인다. 그들에게 어떤 일이 있던 것일까? 이 책은 주인공은 조선 청년 한대식과 일본 청년 후지와라 요이치이다. 때는 일제 강점기시대. 항일운동을 펼치다 숨진 아버지로 인해 대식의 가족은 위기에 처해지지만 요이치의 아버지 후지와라 덕분에 목숨을 살리고 후지와라 저택 옆 오두막에 살게 된다. 나이도 동갑인 대식과 요이치는 첫 만남부터 서로에게 안 좋은 인상을 남긴다. 마치 물과 기름처럼.. 도저히 섞일 수 없는 운명을 타고난 것처럼 말이다. 이들의 첫만남은 많은 것을 암시한다. 대식은 친해지고자 자신이 아끼는 구슬을 요이치에게 건낸다. 그러나 요이치와 그의 친구들은 대식을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괄시하고 하찮게 대한다. 조선의 모든 것을 빼앗는 일본. 그것은 대식이 건낸 구슬을 받고도 대식을 무시하는 요이치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일본 천황은 신이며 일본이 저지르는 전쟁은 합당한 것이며 그 전쟁에 나가 용감히 싸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일본의 남자라 생각하는 요이치. 반면 올림픽 육상 출전이라는 자신의 꿈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전쟁터에 끌려나가는 한대식. 이 둘의 운명은 이 처럼 극과 극을 달린다. 작가는 이 둘이 전쟁터에 나가는 시점부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대식과 요이치를 한 부대에 소속되게 함으로써 말이다. 갖은 고초와 사투를 겪고 포로생활을 하면서 대식과 요이치는 점차 서로를 의지하며 상대방을 자신의 등을 맡길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많은 갈등과 시련을 통해 점차 관계가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의 대한민국과 일본의 모습이기도 하다. 아직 관계가 회복되지 않았으나 시간이 흐르고 서로의 갈등을 풀어나간다면 대식과 요이치처럼 등을 맡길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과연 D-DAY는 무엇일까? 그것은 대식과 요이치가 자신들이 상대방에게 품었던 마지막 오해와 미움이 사라지는 그 순간이 바로 D-DAY라 생각한다. 그것은 앞으로 우리 대한민국과 일본이 언젠가 맞이하게 될 D-DAY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이후 강제규 감독의 지휘아래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다. 과연 소설을 감동을 그대로 살려서 스크린에 담아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태극기 휘날리며를 만들었던 경력이 있기에 충분히 전쟁의 참상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감동을 이끌어 낼 수 있을것이라 생각된다. 한국과 일본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었던 D-DAY. 작가가 생각하는 D-DAY가 언젠가 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