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그래
교고쿠 나쓰히코 지음, 권남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제목부터 참 특이하다라는 생각이 드는 책이다. '죽지그래' 무언가 핵심적이고 함축적인 의미를 가진 말이라 생각하면서 책을 펼쳤다.
 
< 줄 거 리 >
 
한 여자가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가시마 아사미, 나이도 젊고 외모도 준수한 여자였다. 항상 친절하고 웃음을 보이는 그녀가 어느날 이유도 모르는 살해를 당했다. 범인이 누구인지도 모른체 수사는 일단락 되어가는 듯 했다.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와타라이 겐야, 사회생활도 엉망이고 변변한 대접조차 못 받는 그러면서 스스로 바보고 멍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가시마 아사미와는 아는관계인 그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자 그녀와 관계되는 인물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한다.
 
< 관계자들을 바라보는 겐야 >
 
주인공은 와타라이 겐야 그러나 이야기 중심인물은 그가 아니라 아사미의 관계자들이다. 겐야는 아사미라는 여자의 이야기를 듣고자 관계자들을 찾아다닌다. 왜 일까? 친한것도 아니고 그저 아는 사이 관계인 그가 말이다.
바로 저자의 첫번째 의도가 표출되는 시점이다. 그것은 바로 '인간관계의 부재' 이다. 아사미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듣고자하는 겐야는 그녀와 그저 아는 사이다. 그러나 그녀에게 관심을 보인다. 그가 만나러 다니는 사람들은 그 보다도 더 아사미와 관계가 깊은 사람들이다. 직장, 혈연, 이웃 등의 다양한 관계를 맺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겐야가 이야기를 듣고자 찾아갈 때마다 그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기에 바쁘다. 겐야는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관심의 부재를 느끼고 실망한다.
 
겐야와의 만남을 갖는 관계자들은 아사미와의 관계의 불편함, 자신의 상처 및 열등감을 토로한다. 여기에 두번째 저자의 의도가 표출된다. 그것은 '이기적인 불행' 이다. 관계자들은 모두가 자기 중심적이다. 겐야가 듣고자 하던 것은 아사미라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만 펼쳐대며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아사미라는 인물을 신경쓸 겨를 조차 없다. 이들은 이기적인 불행을 느끼며 자기회피만을 주장한다. 겐야는 불행을 피하지 못하는 그들에게 '죽지 그래'라는 최후의 수단을 제시한다. 그러나 그들은 죽지 못한다. 아니 용기가 없다.
 왜? 그들은 자신들만 불행한 세상에 미련이 남고 억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이기적인 생각일 뿐이다. 그들은 그저 그들이 생각하는만큼 불행하지 않기 때문이다.
 
겐야는 학벌이 뛰어나지도 않고 남들이 부러워할만큼 잘사는 인물도 아니다. 자기 스스로 바보, 멍청이라고 부를 정도이다.
그와 대화를 나눈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그와의 논리대결을 펼친다. 자신의 주장과 변명을 겐야에게 인정받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에게 지고만다.
왜? 여기서 저자의 세번째 의도가 표출된다. 그것은 '자아상실' 이다. 겐야라는 인물은 사회적 지위가 약한 인물이다. 그러나 누구보다 자신에 대해서 알고 있다. 즉 자아정체성이 뚜렷한 인물이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그렇지 못하다. 자기자신이 누구인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깨닫지 못한다. 때문에 자신의 입장을 겐야에게 논리적으로 설득시키지 못한 것이다.
마치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처럼 말이다.
 
< 미스테리 같지 않은 미스테리? >
 
책 겉표지에는 이 책이 미스테리 소설로 정의하고 있다. 글쎄...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나 미스테리라는 장르는 이 책과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한다. 추리력이 떨어지는 전개와 중심이 되어야 할 사건이 부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사미의 죽음과 용의자 찾기에 포커스가 맞춰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니다. 그저 미스테리라는 장르가 어색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마 무 리 >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저자의 서면 인터뷰가 실려있다. 저자는 인터뷰에서 책의 의도를 정확하게 말하지 않고 그 평가를 독자 스스로 내라고 말한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어설픈 독자의 평가를 내보려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부조리하고 이기적이며 행복하지 못한 이 사회와 그렇게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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