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친숙한 술은 무엇일까?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소주, 우리나라 전통의 막걸리, 더운 날씨에 시원한 목넘김이 좋은 맥주.. 모두다 우리의 생활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렇다면 와인은 어떨까? 최근 와인 열풍이 불면서 와인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서민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와인은 왠지 분위기 좋은 곳에서 마셔야만 될 것 같고 격식있게 먹어야만 하는 술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서이다. 사람들은 술을 마심으로써 내 안의 복잡했던 기분, 생각들을 풀어놓고 해소시킨다. 그러므로 술을 먹게 되면 평상시의 나보다는 조금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곤 한다. 와인도 술이기에 많이 마시면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와인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때문에 그런 모습을 보이기 어려워한다. 와인은 조금은 고상하고 문학적이며 세련된 술이기 때문이다. '철학자 와인에 빠져들다'는 철학과 와인이라는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듯한 것들의 조합을 다루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솔직히 처음 책을 읽었을때 철학과 와인의 관계가 있기는 한 것인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와인이 앞서 말했다시피 고상한 술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사색을 많이 하는 철학이라는 학문과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안했다. 저자는 철학과 와인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갔을까.. 책 속에는 철학자들이 존재하는데 우리에게 친숙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부터 서양의 많은 철학자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학문을 살피면서 저자는 이 학자들의 이론과 어울릴만한 와인을 우리에게 추천한다. 솔직히 와인에 대해서는 거의 문외한이기에 저자가 추천하는 와인이 이 철학자와 어떤 관계가 성립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저 저자가 추천하기에 받아들이는 것 뿐이다. 저자는 철학 뿐만 아니라 와인에 대해서 박식한 지식을 전달한다. 어느지방의 와인인지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등의 내용을 우리에게 설명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와인에 중점을 둔 와인 소개서 같은 책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철학과 공존하면서 진행되는 책이기에 와인에 더 관심을 가지고 본다면 조금은 실망 할 수도 있다. 저자의 와인 경험담을 비롯해 갖가지 에피소드가 등장하면서 간혹 철학이라는 딱딱하게 느낄 수 있는 주제를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철학자들의 어려운 이론만 줄줄이 설명하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와인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내 주위에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나 역시 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와인에 다양성과 그 의미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다. 어쩌면 이것이 와인에 대한 나의 첫 관심이 될지도 모르겠다. 철학과 와인 두 가지 모두 배울 수 있었던 좋은 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