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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역사
데이비드 존스턴 지음, 정명진 옮김 / 부글북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예상외로 큰 인기를 끌게 되면서 사람들의 시선이 정의라는 키워드에 맞춰지기 시작했다. 각종의 정의 시리즈가 출판되었고 이의 흐름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시선의 정의가 등장하게 되었다.
왜 사람들은 갑자기 정의라는 키워드에 시선을 맞춘 것일까? 그 만큼 이 사회가 살기 힘들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살아가기 힘들기 때문에 무엇인가 기댈 것이 필요했고 때마침 정의라는 개념으로 등장하면서 사람들의 마음속의 권선징악의 마음이 정의라는 개념으로 표출된 것은 아닐까?
'정의의 역사'는 제목 그대로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정의'의 역사에 관해서 다룬 책이라 하겠다. 고대 시대부터의 정의관을 시작해서 현대까지 무수히 많은 시간속에 등장했었던 정의를 총정리한 책이다.
함무라비 법전, 히브리어 경전 등의 다양한 고대 문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헌들을 인용하고 철학자들의 사상들을 펼쳐내면서 정의관을 설명한다.
저자는 고대 정의관은 플라톤의 사상을 기점으로 그 이전에는 상호성의 정의관, 그 이후에는 목적론적 정의관으로 나눈다. 상호성의 정의관은 말 그대로 사람과 사람과의 상호성(동등관계, 차별관계)을 들어 정의관을 실천한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의 신분제도와 보복적 정의가 상호성의 정의관으로 표현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대시대는 딱히 정의를 사상적으로 다루지 않았기에 정의관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그 당시의 법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최초의 정의를 다루었다고 생각되는 고조선의 8조법 역시 보복적 정의가 나타나는 법으로써 고대 정의와 그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겠다.
목적론적 정의관은 상대성보다는 절대성을 따르는 것으로써 받아들 일 수 있겠다. 권선징악, 약자보호 등의 절대적인 정의는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 목적론적 정의관이다.
현대적 정의관은 크게 벤담의 공리주의를 바탕으로 나뭇가지처럼 뻗어나간 다양한 정의관이 등장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센델의 공동체주의 역시 공리주의에 바탕을 둔 것이다.
이 책은 앞서 설명한 정의관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이 밖에 다양한 정의관들이 등장한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홉스, 칸트 등 기라성 같은 학자들의 정의관이 등장하며 각 시대의 정의관이 어떠했고 학자들의 정의관이 어떠했는지 비교하면서 읽을 수 있다.
다양한 학자들의 정의관을 책 한권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큰 매력이다. 어느 한 명에게 치우치지 않고 다양하게 읽을 수 있기에 보다 사고적으로 또는 비판적으로 생각하면서 읽을 수 있겠다.
아쉬운 점은 물론 저자가 앞에서 언급했지만 서양쪽의 정의관만 등장한다는 것이다. 동양에서도 서양 못지 않게 다양한 정의관이 등장했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등장했던 공자, 묵가, 법가 등등 다양한 학자들의 사상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 조금 아쉽다.
하지만 괜찮다. 이 책은 그런 아쉬운 점을 서양쪽에 보다 치중하여 다루기 때문이다.
정의(Justice)는 인류의 역사가 시작되면서 같이 시작되었다. 가장 오래된 개념이자 통치 철학이라 할 수 있겠다. 정의의 역사를 한 권의 책으로 알아보고 싶다면 이 책이 안성맞춤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