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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비틀 Mariabeetle - 킬러들의 광시곡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무더운 여름 공포소설을 읽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나 역시 그 흐름에 맞추어 한 동안 공포, 호러, 스릴러만을 찾으러 도서관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동네 서점을 왔다 갔다 했었다. 맛있는 음식도 계속 먹으면 질리는 법!
계속되는 공포소설의 독서로 인해 이내 흥미를 읽어버린 나에게 참 재밌는 책이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마리아비틀' 참 의미를 모를 제목이다. 마리아가 비틀된다는 것인지.. 마리아비틀이라는 의미있는 단어가 있는 것인지.. 아무튼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한다.
책 표지의 그림만 봐도 알듯이 이 책의 전체적인 배경은 시속 200Km를 달리는 신칸센 열차 안이다. 달리는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 책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책의 주인공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우연히 아니 어쩌면 필연 일지도 모르는 다섯명의 킬러들(기무라,왕자,나나오,밀감과 레몬)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킬러들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옴니버스식의 느낌도 들 수 있다. 이 책은 옴니버스의 특징인 각 인물과 사건의 개연성을 충분히 발휘한다. 기무라의 시점에서 관심없이 지나쳤던 인물이 또 다른 주인공인 나나오였다든지 밀감과 레몬이 관심없이 바라보던 승객이 나나오가 결정적으로 이 열차에 몸을 실게 만드는 인물,늑대였다든지 등의 재미가 있다.
언뜻보면 이 구성은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이 든다. 2007년에 개봉한 한국영화 '마을금고 연쇄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제각기 다른 사정으로 한날 한시에 동네 마을금고를 털러 들어오는 사람들.. 마치 신칸센 열차를 탈 수 밖에 없었던 킬러들의 모습과 비슷하지 않은가?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인물들의 사건과 심리묘사는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배경이 기차안이기 때문에 이들이 언제 어떻게 마주칠 것인가.. 마주치면 어떤 사건이 벌어지는가.. 이들은 종착역에 도착할 수 밖에 없는 기차의 제한된 시간속에 자신들의 사건을 해결 할 수 있을 것인가.. 등의 다양한 긴장의 요소가 있어 독자들을 계속적으로 책에 집중시키게 만든다.
책의 구성은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재미있어진다. 점점 갈등이 고조되기 때문이다. 600쪽의 두께의 부담감을 느끼고 중도에 포기한다면 이 책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인내력을 가지고 끝까지 읽어봐야 한다.
무더운 여름 하루하루가 시간이 참 길게 느껴지는 계절이다. 내리쬐는 햇볕에 어서빨리 밤이 찾아와 시원해졌으면..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하지만 이 책을 읽었던 지난 시간들은 그런 무더위조차 느낄 수 없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가는 줄 몰랐다는 말이다.
이 책을 통해 이사카 코타로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되었다. 책을 덮는 순간 나의 관심리스트에 또 한명의 작가가 이름을 올리게 될 것이다. 후속작이 기대되는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