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소설

위험한 소설
송수경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1년 6월

우리는 역사를 배우고 역사속에서 살아간다. 역사의 흐름을 이해하고 그 흐름속에서 역사를 평가하기도 한다.
현재의 우리에게 평가받는 과거의 역사 중에는 가슴 뿌듯한 자랑스러운 역사가 있기도 하고 수치스럽고 치욕스러운 역사가 있기도 했다. 또한 너무나 안타까워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하는 역사도 있다. 하지만 타임머신이 존재하지 않는 한 역사는 되돌릴수가 없다. 때문에 우리는 안타까운 역사를 우리의 방식으로 재해석한다. 재해석하는 방식 중 하나가 바로 책이다.
책을 통해 그 당시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만약에.. 라는 가설을 세운다. 그렇게 안타까운 역사에 위안을 삼는 것이다.
 
'위험한 소설' 역시 그런 기류의 책이라 할 수 있다.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의 저자로 유명한 허균의 죽음과 홍길동전의 실제 내용을 바탕으로 그려낸 역사추리소설이다.
역사속의 허균은 인목대비의 폐모론을 주장하였고 영창대군이 선조의 아들이 아닌 민가의 아들을 데려와 키운것이라는 주장을 한다. 이 주장은 그 당시에는 광해군에게 받아들여지지만 이후 허균은 여론으로부터 배척되고 역모죄에 휘말려 능지처사를 당하게 된다.
이 책은 허균이 살아있을당시 여류 문인이자 명기였던 매창과 그의 정인 촌은 유희경과 교류하며 홍길동전을 짓던 시기와  허균의 죽음으로부터 수년 후 그의 죽음에 의문을 가지는 조카 허보와 외손자 필진의 '허균의 누명벗기기' 의 시기가 같이 진행이 된다.
허균은 홍길동이라는 인물을 통해 백성들이 꿈꾸었던 세상과 자신의 꿈을 이루려고 하였다. 당시의 조선시대보다 개방적인 사회를 꿈꾸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소망을 담은 홍길동전은 유희경에 의해 각색되어 오히려 허균의 목숨을 노리는 수단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홍길동전은 '위험한 소설'이 된 것이다.
 
이 책에는 총 3권의 홍길동전이 등장한다. 허균이 쓴 원본의 홍길동전과 이를 언문으로 고쳐쓴 매창의 홍길동전, 허균을 죽음으로 몰아넣기 위해 유희경이 고쳐 쓴 홍길동전이 그것이다.
홍길동이라는 인물을 통해 조선시대를 비판했던 허균, 그러나 그것이 그의 목숨을 빼앗아 가게 되었지만 정작 역사속에는 그의 죄목에 홍길동전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허균의 죽음은 미스테리가 된 것이다.
 
'기행을 일삼는 천재', '시대를 잘못 타고난 비운의 지식인' 모두 허균을 평가하는 말이다. 후세에 그처럼 극단적인 평가를 받는 인물도 드물 것이다. 조선시대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개혁을 꿈꾸었던 허균의 꿈은 비록 무너졌지만 그의 의지가 담긴 홍길동전은 현재의 우리들에게 사랑받고 회자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의 죽음에 대한 위안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