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시 에디션 D(desire) 2
제임스 발라드 지음, 김미정 옮김 / 그책 / 201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시절 영화 태양의 제국을 보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었다.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감독이 내 뇌리에 들어온 것은 그때 부터이다.

아직도 태양의 제국은 내 맘속에서 잊혀지지 않는 영화 중 하나로 남았다. 그렇기 때문일까? 태양의 제국의 원작자인 제임스 발라드의 작품이라고는 생각지 못한 책을 접하게 되었다. 책의 표지부터 심상치 않은 느낌을 주는 책 '크래시'이다.

태양의 제국과는 전혀 다른 작품이기에 이 책이 제임스 발라드가 만든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들었다. 보통 작가들은 작품마다 그 작가 특유의 느낌이나 분위기가 배어나오기 마련인데 이 책은 태양의 제국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제임스 발라드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는 책이였다.

 

주인공은 발라드는 우연히 자동차 충돌사고를 경험하면서 자신이 느껴보지 못한 성적 쾌락을 느끼게 된다. 자신이 들이박은 상대방의 부인을 쳐다보면서 성적 흥분을 느끼면서 점차 괴이한 성적 판타지를 상상하게 된다. 이 때 등장하는 것이 로버트 본이다. 본은 발라드에게 자동차 충돌과 동시에 느껴지는 성적 흥분을 전수해 주는데 이 둘의 관계는 마치 스승과 제자 같다. 유유상종이라고 해야 할까.. 내 눈에는 그저 변태적 성적흥분을 느끼는 정신이상자로 비쳐질 뿐이다.

발라드의 부인 역시 남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남자와 정사를 즐긴다. 이 책 속의 등장인물들은 도덕적 양심보다는 성적 쾌락을 더 중시하는 본능에 충실한 사람들 뿐이다.

본은 자신의 궁극적 목표인 자신의 차와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탄 차와 충돌을 위해 여러 준비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그 순간이 다가오자 거침없이 엘리자베스 차에 들이박기 위해 차를 운전한다. 그러나 그의 계획은 실패하게 되고 본은 죽음을 맞이한다.

 

크래시의 중심적 인물인 본.. 그가 목표로 했던 것을 이루지 못한 채 허무한 죽음을 맞이한 것은 어쩌면 작가가 우리에게 무언가를 말하려 했던 것은 아닐까?

저자는 사람과 테크놀로지라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이 자아적 성찰이나 이성적 행동보다는 짐승처럼 성적 쾌락만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통해 왜곡된 현대 사회의 인간관을 비판하고 이들이 '섹스'라는 행위로써 소통을 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사랑과 애정이 메마른 현대 사회를 비꼬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은밀한 성적 쾌락을 자동차의 충돌과 연결하여 책을 이끌어 간다는 점이 여느 포르노그라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신선한 주제였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신선하다는 것은 어쩌면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할지도 모르겠다. 책을 계속 읽고 있노라면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이 있기에 이 책은 한 번의 완독을 통해서는 작가가 무엇을 의도하고자 이 책을 썼는지 이해하기 어려울 듯 하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내면적으로 이런 변태적 성욕을 상상 해봤을 것이라는 것이다.

마치 나 자신이 본이 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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