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세시봉 이야기
김종철 지음, 강모림 그림, 고서점 호산방 자료제공 / 21세기북스 / 2011년 4월
평점 :
얼마 전 MBC 예능프로 놀러와에 뜻깊은 사람들이 출현했었다.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이 그들이었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통기타 하나씩 어깨에 둘러메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토크를 하기도 했다. 70~80년대 대한민국 가요계를 이끌었던 그들이 2010년에 갑자기 예능프로에 출현하게 된 것은 어떠한 계기일까?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아주 좋다라는 의미의 세시봉(C'est si bon) 출신 가수들이라는 것이다. 세시봉은 서양음악을 접하기 어려웠던 60~70년대 차 한잔 값만 내면 얼마든지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음악감상실이다. 당시 세시봉의 사장이 미군부대 간부의 부인이였던 사람이라 다량의 서양음반의 보유가 가능했던 것이다. 세시봉은 서양음악에 목말라있던 당시 20~30대 젊은이들에게 오아시스 같은 곳이였다. 이후 카네기, 아카데미, 시보네 등 다양한 음악감상실이 등장하게 된다.
'세시봉 이야기'는 당시 세시봉의 프로그램 중 대학생의 밤의 기획자였던 저자가 자신이 세시봉에서 겪었던 에피소드와 자신의 눈에서 바라본 세시봉의 주역들에 관해서 소개한 책이다. 세시봉의 1세대 가수라 할 수 있는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의 이야기가 주로 이루며 그 밖에 당시 세시봉에서 확약하던 박상규, 한대수, 이장희 등 주옥같은 가수들이 등장한다. 이들과 같은 시대에 살았던 지금의 40~50대들에게는 다시 한번 그 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게 하며 이들의 잘 모르는 지금의 20~30대(나 역시 20대이다.)에게는 이들의 어떠한 인물이였으며 당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알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60~70년대 우리나라는 박정희 정권시대였다. 이 시대에서는 문화 전반에 검열이 매우 심한 시대였다. 여성들은 짦은 치마를 입지 못했고 남성들은 장발을 할 수 없었으며 야간에는 통행금지가 있던 시대였다. 음악 역시 검열의 바람을 피할 수 없었는데 많은 음악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이유로 금지곡 판정을 받았다. 일본 트로트 엔카의 리듬을 따라하였다고 왜색이라는 판정을 받기도 하였고 평범한 내용의 가사를 자기들 식으로 멋대로 해석하여 정부를 비난하였다는 이유로 금지곡으로 선정한다는 등 지금 생각하면 그저 웃음만 나올 뿐이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세시봉 시대에 살았던 것처럼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통기타 치는 것과 포크송을 좋아하가에 그렇게 느껴진 것일까?
현재 우리나라 음악계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아이돌의 세상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아이돌이 TV에 등장하며 새로운 아이돌 가수들이 우후죽순 탄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모든 아이돌 가수들이 그런것은 아니나 그 중에는 가수로서의 능력은 없고 그저 외모, 춤 실력만으로 가수를 하는 소위 가짜 가수들이 있다.
언제부터 노래 실력보다 외모, 춤이 가수로서 우선순위가 되었는지 안타까운 마음이다. 또한 지금의 가요계의 흐름을 보면 작품성보다는 그룹의 인지도, 대중성을 너무 중시한 나머지 노래마다 개성이 없고 획일적인 느낌의 노래들이 대부분이다. 오디오 보다는 비디오 가수를 더 중시하는 요즘의 가요계에서 세싱봉의 재등장은 큰 의미를 준다.
MBC 예능 프로그램 중에 '나는 가수다'라는 프로가 있다. 이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가수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파 가수들이다. 이들의 공연무대는 나날이 화제가 되고 있으며 음원 역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무분별한 아이돌 세상에 싫증이 난 대중들의 기호가 반영된 것이라 생각한다. 세시봉이 재주목 받는 것도 이와 같은 이치이다. 대중들은 자신들에게 눈으로 보는 감동보다는 귀로 듣는 감동을 원하는 것이다.
몇 십년 전까지 우리나라에는 멋진 음악들이 있었다. 대중들의 마음, 감정을 뒤흔들었던 훌륭한 음악들이다. 통기타 하나만 있어도 누구나 감동 받을 수 있고 어디라도 공연무대가 되던 그 시절 그 모습 ....
세시봉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 시점에 대중들의 관심이 그저 한 순간에 끝나질 않기를 바라며 제 2, 제 3의 세시봉이 등장하기를 바란다. 이 책은 그 역할을 대중들에게 충분히 할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