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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1 ㅣ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클래식 27
조르주 상드 지음, 이재희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정보, 통신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은 전화, 이메일, 문자 등 다양한 방법으로 타인과의 연락을 주고 받는다. 이런 방식들은 즉흥적, 간편하다는 점 때문에 많이 이용하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연락수단으로 이용했던 편지는 서서히 그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편지는 타인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까지 몇 번이라도 고쳐쓴다. 즉흥적이지 않기 때문에 한 통의 편지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각고의 노력과 정성이 들어간다. 때문에 지금의 전화나 문자에는 존재하지 않는 편지 만의 매력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문학계에서도 편지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문학가들의 감정은 일반인보다 더 섬세하고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이들의 편지는 그들의 감정이 고스란히 묻어나거나 작품세계관이 내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서간 문학이라는 것이 생겨난 것이다.
프랑스의 작가 조르주 상드는 서간문학의 대표자라 할 정도로 많은 편지를 남겼다. 자신의 일생동안 총 4만여편의 편지를 남겼고 그 편지의 상대자들은 우리에게 익히 알려져 있는 쇼팽, 리스트, 발자크 부터 그녀의 사소한 인물들까지 다양하다.
그녀의 본명은 오로르 뒤팽으로 조르주 상드는 그녀의 가명이다. 당시 시대적으로 여류작가가 활동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조르주 상드라는 남자의 가명으로 남장을 하면서 활동했던 것이다. 그녀는 어린시절부터 할머니와 어머니의 갈등의 영향으로 반항적인 인식을 형성하게 가지게 되었는데 남장 행세를 하며 활동을 한 것도 여성해방운동의 활동을 하게 된 것도 어린시절의 반항적 인식때문이라 생각된다.
'편지'는 그녀의 1만 8000여 통의 편지 중 508통을 선별하여 엮은 책으로 첫 번째 시리즈인 '편지 1'은 1818년부터 30년까지 그녀가 쓴 72편의 편지가 실려있는 책이다. 1권에서는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 비중은 크지 않으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들은 어린시절 수녀원 기숙사에 생활하던 시절 절친이였던 잔 바주앵과 그녀와 정신적인 사랑을 나누었던 오렐리앙 드 세즈, 그리고 그녀의 남편인 카지미르 뒤르방이다.
그녀는 자신의 편지에 상대방에 대한 생각과 자신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그녀의 자유분방적인 성격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다.
오렐리앙과 정신적 사랑을 나누지만 남편 카지미르에 대한 배신과 죄책감으로 시달리며 남편에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 그와의 결혼생활이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았다는 장문의 편지는 이 책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친구 잔에게 자신의 제멋대로인 성격으로 인해 잔에게 사과하는 편지의 내용도 많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잔에 대한 그녀의 우정이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다.
반면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는 그다지 많은 편지가 나오지 않다는 점에서 당시의 상드에게는 가족과 편지를 주고 받지 못하는 어떠한 감정의 갈등이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편지의 내용은 마치 그녀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혹은 그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것처럼 진실되게 적혀있다. 편지 속에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표현하는 문장력은 읽는 이로 하여금 동화되게 만들어 내가 그녀의 입장에서 편지를 쓰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과연 서간문학의 걸작이라 평가를 받는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그녀가 쓴 편지가 모두 발견되지 않았고 많은 부분이 사라지거나 태워졌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개인적으로 서간문학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해보게 되었는데 이 책은 그 매력을 마음껏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고마움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