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 포 엘리펀트 (반양장) - 운명처럼 아픈 사랑이 그립다
새러 그루언 지음, 김정아 옮김 / 도서출판두드림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1900년대 초 미국에는 많은 유랑 서커스단이 있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아시아 지역에서도 서커스는 큰 흥행을 불러왔다. 30년대 경제 대공황의 위기가 찾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서커스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마땅히 볼거리가 없던 시절 대중들에게는 서커스의 볼거리가 큰 재미와 감동을 주었다.

'워터 포 엘리펀트'는 미국의 많은 유랑 서커스단 중 벤지니 형제 서커스단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코일 대학의 수의학과 졸업을 앞둔 제이콥은 갑작스런 부모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의 모든것이 틀어지기 시작한다. 학교생활, 가정생활, 꿈 모든것이 한순간에 무너진 제이콥은 우연히 달리던 기차를 목격하고 아무 생각없이 기차안으로 뛰어든다.

그 기차는 벤지니 형제 서커스단의 기차였다. 기차로 뛰어든 제이콥은 수의사 자격으로 서커스단의 생활을 시작한다.

이곳저곳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알게되고 서커스에 적응하던 시기에 말레나라는 여인을 알게 된다. 말레나는 동물원 총감독 오거스트의 아내이자 동물을 이끌고 공연을 하는 여배우이다. 말레나에게 점차 호감을 느끼는 제이콥.. 동시에 제이콥에게 같은 감정을 느끼는 말레나. 둘은 위험한 사랑의 줄타기를 시작하게 되고 그 시점에 로지라는 코끼리를 만나게 된다. 로지는 폭스형제 서커스단이 망하자 벤지니 서커스단으로 팔려온 코끼리다. 로지를 처음 본 순간부터 호감으로 대하던 제이콥과는 달리 오거스트는 아무런 능력도 재주도 없는 코끼리라는 이유로 로지를 학대한다. 훗날 이 사건은 제이콥, 말레나, 오거스트 이들의 운명을 큰 소용돌이에 몰아넣는 계기가 된다.

 

서커스단은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 이 책은 이런 서커스단의 희노애락을 잘 표현한 책이다. 동물들을 잘 다루고 갖가지 묘기등을 부리며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서커스의 사람들... 하지만 이들은 그 화려하고 즐거움속에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좋게 표현하면 유랑 서커스단원이지 사실상 뜨내기, 방랑자인 사람들이다. 주인공 제이콥처럼 이들에게는 정착할 곳도 이들을 기다리며 반겨 줄 행복한 가정도 없다.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며 낮에는 공연을 하고 밤에는 기차안에서 불편한 잠을 이룬다. 그러다 서커스단이 망하거나 더이상 자신의 가치가 서커스단에서 인정을 받지 못할 때 가차없이 내쳐지는 것이 이들의 현실이다. 책 속에 등장하는 '빨간 불'이라는 은어는 이런 배경에서 생겨난 것이다.

 

로지와 교감을 나누는 것, 말레나와 사랑을 나누는 것은 서커스단 생활의 유일한 낙이다. 이들이 이러한 모습은 벤지니 서커스단의 삶과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일까? 이들의 점점 더 깊은 교감과 사랑을 이룰수록 이를 지켜보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불안감이 느껴진다. 그런 감정이 절정에 달했을때 서커스단에는 재앙행진곡이 울려퍼진다. 책의 도입부에 재앙행진곡이 울려퍼지는데 그 시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사건의 결과를 제시하고 원인을 되집어 가는 형식인 것이다.

 

책의 구성은 액자형식소설이다. 늙은 제이콥과 젊은 시절의 제이콥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다. 늙은 제이콥은 휠체어나 보행기의 도움 없이 혼자 걷기 힘들 정도로 나약하고 비참한 모습이다. 젊은시절의 제이콥이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자식의 이름도 까먹는 그이지만 서커스단의 기억은 마치 지금의 일처럼 생생히 기억한다. 그에게 있어 서커스단의 기억은 평생의 자부심이자 소중한 추억인 것이다.

 

책을 읽는 동안 서커스단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해 보았다. 비록 지금은 전성기가 사라지고 볼 수 없게 되었지만 서커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제이콥과 말레나의 사랑, 로지와의 교감은 독자로 하여금 불안감과 행복을 느끼게 하는 이중의 매력을 제공하여 흥미진진했다.

얼마 후 영화로 개봉된다고 한다. 과연 원작의 느낌을 살릴 수 있을지 기대반 걱정반이다. 원작이 좋은 만큼 영화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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