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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초보 의사의 생비량 이야기 - 20대 초보의사가 본 더 리얼한 시골의 웃음과 눈물
양성관 지음 / 북카라반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생각하는 시골은 어떠한 모습일까? 공기좋고 물 맑은 살기 좋은 곳, 언제나 마음이 따뜻한 시골 어른들의 넉넉한 인심. 텔레비젼에서 비춰지는 시골의 이미지는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노스텔지어 같은 곳이다. 도시에서 피곤과 힘듦에 찌든 삶에 회유를 느껴 한적한 시골에 내려가서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새롭게 살고 싶은 것, 이것은 도시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꾸어 보았을 것이다. '나이가 들면 시골에 내려가서 텃밭이나 일구고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시골에 대한 환상이 있었서이다.
그러나 실제로 시골은 이런 좋은 모습만 간직한 곳은 아니다. 불편한 시설과 힘든 농사일이라는 현실이 존재한다. 그 안에서 시골 사람들은 항상 웃고만 있는 것이 아니라, 힘듦과 짜증도 부린다. 시골은 우리가 생각한 것 만큼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닌 것이다.
'생초보 의사의 생비량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젊은 생초보의사가 생비량이라는 듣도 보도 못한 시골 마을의 보건지소 지소장으로 부임하면서 자신이 직접 그곳에서 겪는 일상생활을 담아낸 책이다. 처음 의사가 되어 군복무 대신 보건소 일을 택한 저자는 불운의 제비뽑기로 인해 경남 산청군 생비량면이라는 곳으로 부임하게 된다. 급수시설 조차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관사에서 처음 의사직을 수행하게 된 저자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렵기만 하다. 더욱이 시골에서 생활해 본 적이 없는 주인공은 시골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힘들어 한다. 마치 농활을 온 초짜 대학생의 느낌이랄까?
생비량마을은 그 흔한 자장면은 고사하고 통닭 한 마리를 사먹기 위해선 옆마을 까지 가야하는 흔히 말하는 깡촌이다. 근처에 가로등도 없어 밤이 되면 손전등 없이는 보건소에서 10미터도 벗어나기 힘들다.
하지만 그 덕분에 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운 은하수를 마음껏 볼 수 있어 행복하다는 글 속에서 점점 생비량 마을 생활에 익숙해져가는 저자의 모습이 느꼈진다. 술이 떨어져 대신 콜라를 사먹는데 동네 작은 구멍가게에서 구입한 콜라의 유통기한이 4년이나 지났다는 에피소드는 웃음을 자아나게 한다. 이런 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점점 마을 사람들과 친해지고 생비량 마을의 한 사람으로서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이다.
저자는 밤마다 울어대는 새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쌍안경과 조류도감을 사서 보기도 하고 혼자있는 외로움을 달래보기 위해 밤하늘의 별도 쳐다보기도 한다. 혼자만의 외로움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유일한 친구인 초등학교 1학년 민규와의 추억은 마치 어린시절 시골에서 놀던 나의 모습을 생각나게 하였다.
책을 읽는 동안 참 따뜻한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름다운 자연을 간직한 생비량 마을의 모습과 마을 사람들의 순박한 모습에 인간미가 느껴진다. 저자의 문체 또한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게 표현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낸다. 농촌드라마를 생비량 마을과 비교하는 글과 진료를 받으러 오는 노인들의 갖가지 사연들에서 감동과 재미가 있다.
마지막에 시골에 줄어드는 젊은 인구층과 늘어나는 노인 인구층에 대한 걱정을 하는 글에서 저자가 생비량 마을에 얼마나 애정을 가졌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시골은 항상 우리를 밝게 맞이 해주고 아름다운 자연이 있고 사람들의 넉넉한 인심을 베풀어주는 좋은 곳이라 생각한다. 막상 시골에서 살아보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적당한 의료시설 없이 멀리까지 진료를 받으러 가야하고 마땅한 이동수단도 없어 생활권의 한계도 크다. 농사는 얼마나 힘든지 건장한 성인들이 해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노동량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골의 따뜻함은 항상 존재한다. 아무리 살기 어렵고 힘들더라도 그 따뜻함은 지워지지 않는다.
시골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줄어드는 이 시점에 시골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