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천 정사 화장 시리즈 1
렌조 미키히코 지음, 정미영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꽃은 자신의 만개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긴 시간을 기다린다. 봄에 피는 꽃들은 봄을 맞이하기 위해 여름, 가을, 겨울 이라는 긴 시간을 인내심을 가지며 기다리며 다른 계절에 피는 꽃들도 이와 마찬가지로 긴 시간을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는 것이다.

사람도 이와 같다. 자신이 원하는 것, 이루고 싶은 것 등을 위해 긴 시간의 노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꽃이 만개하는 모습처럼 자신의 인생을 활짝 피우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꽃이 시들듯이 나이가 들어 삶을 마감한다. 꽃마다 피는 시기와 만개하는 기간이 다르듯이 사람의 인생도 꽃처럼 다양하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꽃이 존재하고 그 꽃에 자신의 모습을 비쳐보곤 하는 것이다.

 

'회귀천 정사'는 꽃과 관련된 이야기를 엮은 추리소설이라 할 수 있다. 화장(花葬)시리즈라고 불리는 이 책은 총 8편의 화장 시리즈가 존재하고 그 중 5편이 한 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이야기마다 살인사건이 발생하게 되고 그 살인사건에 관련된 자들은 자신들의 행태를 꽃과 연결시킨다. 마치 자신의 모든 행태가 그 꽃의 삶과 연결된 것처럼 말이다. 5편의 작품 중 그런 느낌이 가장 강한 것이 회귀천 정사이다. 소설가 오 헨리가 지은 마지막 잎새에 등장하는 병든 소녀처럼 주인공 소노다는 자신의 사랑과 삶을 꽃창포의 꽃 봉오리에 비유하며 꽃창포가 시든 시기에 맞추어 생을 마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이야기 중 등나무향기, 도라지 꽃 피는 집은 큰 틀에서 바라보자면 히가시노 게이코의 용의자 X의 헌신과 느낌이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다른 이야기보다 친숙하게 다가오고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5편의 이야기는 공통적인 요소과 전혀 없다. 등장인물의 연계성, 당시의 시대적 상황도 같지가 않다. 300쪽이라는 제한된 분량에서 5편의 이야기는 즉 각 이야기마다 60쪽이라는 단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추리소설이 독자로부터 요구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독자의 흥미과 긴장감, 기대감을 끝까지 유지해야 된다는 것이다. 단편의 경우 그 문제점이 더 크게 작용한다. 사건의 전개가 빠르게 끝나기 때문에 독자의 입장에서는 흥미가 유지되려는 시점에서 이야기가 끝나버리고 또 다른 사건의 전개기 시작되기 때문에 쉽게 긴장감, 흥미를 유지하기 힘들다. 때문에 단편 추리소설의 모음집은 짧은 사건의 전개 속에서 독자의 흥미와 기대감, 긴장감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책의 반도 읽기 전에 독자들이 책을 덮어버릴 것이다.

회귀천 정사는 이런 면에서 이야기 구성이 깔끔하고 독자의 흥미가 유지될 수 있었다. 독자적인 이야기가 마치 한 편의 장편 소설같은 느낌을 준다.

 

렌조 미키히코의 책을 처음 접해보았기에 작가의 작품 구성력, 문체에 익숙하기 어려웠다. 온다리쿠, 히가시노 게이코, 무라키미 하루키 같은 이름난 작가들의 작품에 익숙해져 있던 탓일 것이다. 작가의 꽃을 모티브로 하여 이야기를 전개했다는 점이 무척이나 신선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에서 사람의 감정, 행동을 이입시켰다는 것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책을 통해 렌조 미키히코라는 작가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그의 작품에서는 여성적인 느낌과 섬세함이 묻어난다. 그 섬세함이 독자의 작은 감정까지 만지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작가의 작품은 읽을 수록 쉽게 익숙해지는 느낌이다. 후속작품이 기대되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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