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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없는 경제학 - 인물.철학.열정이 만든 금융의 역사
차현진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나아지고 점차 여유를 가지기 시작하면서 경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물론 생활수준이 나아지기 이전에도 경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있었다. 단지 그런 사람들이 학문적연구나 이론 등에 관해서 전문적인 사람들이었거나 경제에 관련된 전문직업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대다수의 서민들은 생활유지에만 바빴었다.
최근에는 경제에 관심 갖는 사람들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시중에는 각종 경제 서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이 실생활에 관련된 제테크 내용서적 아니면 경제 이론에 관련된 서적들이다. 때문에 경제관련 서적들은 그 내용이 유사한 것들이 많아지게 되었고 구성 역시 획일화 되는 부분이 있어, 새 책을 구입해도 마치 이전의 접했던 내용을 다시 보기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숫자없는 경제학'은 기존의 경제학 서적들과는 달리 인문,역사, 철학을 내포한 스토리를 담은 책이다. 숫자없는 경제학이라는 제목 자체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의 경제학 서적의 따분한 그래프나 기호 들은 등장하지 않는다. 금융의 역사라는 시간적 흐름 안에서 발생했던 역사적 사건들과 거기에 관련된 경제사건들을 펼쳐낸 책인 것이다.
기존의 똑같은 내용만 다루던 경제서적에 싫증이 날 때쯤 이 책은 다시 한번 나를 경제학의 매력에 빠지게 만들었다.
총 10챕터로 구성되어 있고 각 챕터는 금본위제 탄생배경과 소멸, 히틀러의 중앙은행 독점 등에서부터 우리나라 한국은행 탄생까지 동서양을 넘나드는 흥미진진한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작가의 탄탄한 구성솜씨와 경제 뿐만 아니라 인문 철학 등의 폭 넒은 지식에 감동하게 되었다. 다양한 사진 명화등을 첨부하여 독자의 이해력을 도와주는 노력까지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2차 세계 대전 당시 전쟁군수 물자 지원을 위해서 중앙은행을 정부의 시녀로 전락시켜 번린 히틀러의 스토리가 재미있었다.
히틀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단순히 2차세계대전의 원흉, 유태인 학살 정도 밖에 없었던 나에게 독일 수내부 안에서 경제 권력을 얻기 위해 벌어지는 싸움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다. 권력자와 중앙은행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좋은 사례였다.
책의 구성에서 한 가지 재밌던 사실은 저자가 한국은행 소속이라는 것이 반증이라도 하듯이 한국은행에 관련된 스토리가 많이 등장했다.
특히 친일파의 후손으로 태어나 그 현실을 속죄라도 하듯이 한국에 애정을 쏟고자 했던 한국은행 총재 민병도의 스토리에서 작가의 애정이 느껴졌다.
정부의 지휘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 끝까지 한국은행의 자존심을 지키려 했던 인물이기에 작가의 정성은 더 했을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마치 한 편의 독립운동가 일대기를 보는 것처럼 느껴졌으니 말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모든 경제학 서적들이 가지는 공통된 점인데 분야가 분야인지라 간혹 어려운 용어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어려운 부분은 없었으나 일반인들이 보게 되었을 때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시중에 경제용어에 관련된 서적들이 많이 있지만 책을 읽는 독자의 욕심에서 생각해본다면 아쉬운 부분이라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아쉬운 점은 그저 사소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 책의 가지고 있는 가치는 매우 뛰어나다. 단순히 경제학을 다룬 것이 아니라 그 안에 포괄적으로 인문,철학 등을 구성하여 마치 인문학 서적을 보는 듯한 느낌은 주었다.
책 한권을 통해 경제, 인문, 철학을 배울 수 있었던 뜻깊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