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싶어지면 전화해
이용덕 지음, 양윤옥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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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녀에게 빠진 한 남자의 운명

 

 

이 소설의 작가는 이 욘도쿠이다. 바로 재일 한국인 3세인 작가는 이 소설로 제51회 문예상을 수상하게 된다. 표지만 봐도 뭔가 오싹함이 느껴진다. 검은 머리를 늘어뜨린 창백한 얼굴의 여자를 우리는 흔히 귀신으로 착각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건 검은 머리가 아니라 두꺼운 목도리나 망토를 머리에 두른 모습일 뿐이다. 어쨌든 저런 모습의 여자가 "죽고 싶어지면 전화해." 라고 한다. 당신이라면 과연 전화할 수 있을까? 이 책의 주인공인 도쿠야마는 결국 그녀와 자주 통화를 하게 된다. 싫다고 밀어내고 밀어내도 다가오는 그녀에게 도쿠야마는 자기도 모르게 빠져들게 되었던 것이다.

 

도쿠야마를 유혹한 여자는 술집 여자로서 미미라고 불렸지만, 도쿠야마에게는 자신을 하쓰미라고 불러달라며 이름을 밝힌다. 도쿠야마는 일하는 곳의 선배가 관심을 가진 여자였기 때문에 싫다고 하지만 결국 그녀와 만나 데이트를 하며 즐기게 된다. 얼굴이 무척 예쁘고 말상대를 잘 해줘서 술집에서 인기가 많은 하쓰미는 유독 도쿠야마에게 모든 걸 맞추면서 간과 쓸개까지 빼주려고 한다. 도쿠야마는 얼굴은 잘생기긴 했지만 겉만 그럴 뿐, 일하는 곳에서 실수도 많이 하고 삼수생인 학생일 뿐이었다. 이런 도쿠야마는 하쓰미와 사귀게 되면서 그녀의 영향을 받아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하쓰미는 세상의 모든 나쁜 것에 매력을 느끼고 탐독을 하는 악녀였다. 나쁜 것은 바로 전쟁, 고문, 고통, 살인, 강간, 생체 실험 등의 모든 부정적인 것들을 포함하는 거라고 할 수 있다. 하쓰미는 멋진 집에서 살면서 이러한 책들을 수집하고 읽고 즐길 정도로 마니아적인 면모를 보였다. 도쿠야마는 그런 그녀의 성향에 대해 큰 문제를 느끼지 못한다. 도리어 가학적인 성욕에 눈뜨며 하쓰미와 서로 즐기는 놀이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그쪽으로만 빠져 있는 하쓰미를 깨닫기도 하지만 도쿠야마는 이미 그녀와 너무 친밀해져 있는 상태라 그녀에게서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그러면서 도쿠야마는 다른 사람들에게 냉담하다 싶을 정도로 심하게 말하게 된다. 바로 하쓰미의 단호한 어투를 따라하면서 그녀의 가치관을 닮아가게 된 것이다. 도쿠야마는 점차 사람들의 관계가 단절되고 외출도 귀찮다고 느끼고 먹는 것도 줄어들게 되었다. 도쿠야마는 과연 하쓰미의 악마적인 손길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 책을 소개하는 글에 살인, 엽기, 고문, 학살 등의 세계의 잔혹사와 함께하는, 사신과 같은 여자에게 빠져든 연애라고 하기에 얼마나 그로테스크하고 우울한 세계가 펼쳐질까 싶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소설 자체는 그로테스크하거나 엽기적이지는 않았다. 여자 주인공인 하쓰미가 세계의 잔혹사를 유난히 좋아하며 그런 얘기에 흥분을 하는 변태적 성향을 보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건 뭐 일단 책 속의 이야기이니,,, 조금 거리감이 생겨서 심리적인 압박이 크지는 않았다. 이야기 자체가 잔혹한 얘기지만 말이다. 게다가 그게 예전에 진짜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하면 오싹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하쓰미가 인간의 자살에 대한 논하는 말은 상당히 공감이 되고 논리적으로 설득 당할 정도였다. 지금도 안락사가 허용된 유럽으로 많은 사람들이 방문한다고 하니,,, 얼마 지나지 않은 미래에는 '자살여행'이 일반적인 일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씁쓸한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자살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논하고 있는 소설의 결말을 어떻게 할까 싶었다. 궁금한 사람들은 직접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책 중간에 피라미드 사기를 치는 인물과 세상의 재물인 경제적인 부유함이 우리의 인생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점을 얘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중에 작가의 말을 보면, 이 부분이 가정 어려웠다고 하는데,,, 나도 읽으면서 그 부분이 다소 엉뚱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책 전체 스토리에서 조금 튀는 부분이었다. 그래도 도쿠야마가 악녀 하쓰미에게 영향을 받아 조금씩 변해 가는 모습을 잘 포착해 내었다.

 

최근에 읽은 제임스 에이지의 자전소설인 <가족의 죽음>과 함께 <죽고 싶어지면 전화해>가 서로 연관성이 있는 작품이라고 느껴졌다. <가족의 죽음>은 갑작스런 사고에 의한 죽음이고 <죽고 싶어지면 전화해>는 스스로 선택하는 자살 문제를 다루고 있어서 조금 성질이 다른 죽음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어떤 이유라고 해도 가족의 죽음은 남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충격과 삶의 뿌리가 흔들릴 정도의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의 열린 결말을 보면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른 자살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죽고 싶어지면 전화해... 언제든지 죽여줄게. or 언제든지 구해줄게,,, 어떻게 해줄까??

 

"생명력이라는 거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정말 엄청난 것이라고 요즘 들어 특히 느끼고 있어. 뭔가 마구 그리운 것이기도 하고, 생명의 본질은 이 그리움에 있다, 하는 생각도 들어...... 뭐, 그래서 어쩌라고, 같은 얘기지만." (304쪽)

 

 

* 북이십일 arte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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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죽음
제임스 에이지 지음, 문희경 옮김 / 테오리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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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남겨진 자들의 갈라진 마음

 

 

여기에 나름 오붓하고 화목하게 지내는 한 가족이 있었다. 어느 날, 아버지가 할아버지의 병문안을 위해 새벽에 나갔다가 그날 밤 늦게 집에 돌아오는 길에 일어난 사고로 갑작스럽게 죽게 된다. 남은 가족들은 어떻게 될까? 충격과 슬픔, 혼란스러움으로 제정신을 차릴 수 없을 것이다. 그 순간에 가족들이 어떤 혼돈과 마음의 갈등을 겪는지 작가인 제임스 에이지는 그들의 심리를 돋보기로 들여다 보듯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바로 이 소설이 제임스 에이지의 자전적 소설이라는 점에 있었다.

 

남편인 제이를 잃고 절망에 빠진 아내 메리, 그리고 메리를 위로하기 위해 집에 모인 메리의 부모님과 오빠, 고모 등의 시선과 생각들이 바로 내가 책 속에서 생각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손에 잡힐 듯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감탄스러웠다. 특히, 제이의 동생인 랠프가 아버지가 위급 상황에 있다며 제이에게 전화하기 전에 겪는 심리적 갈등은 작가인 제임스 에이지가 이런 심리나 정신을 주로 다루는 심리소설을 써도 대단할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까지 그의 작품이 우리나라에 온전히 소개된 적이 없다는 점이 이상할 정도였다.

 

랠프는 아버지가 위급하다는 말을 듣고 심리적 압박감에 술을 마시게 되는데, 너무 많이 마셔서 조금 취한 상태에 빠졌다. 랠프는 술 중독에 빠진 자신을 한심하게 바라보는 어머니와 아내를 신경쓰며 미안한 감정과 함께 반발심도 느낀다. 그러면서 심한 갈증을 느끼며 술을 마시고 싶은 욕구를 참을 수 없어 한다.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이성을 가로막는 신체의 본능적인 욕구에 심각한 갈등에 빠져 고민한다. 랠프의 알코올 중독은 피해 망상과 부정적 생각을 더욱 부채질하여 그날 밤 형 제이를 부르고 만다. 그 결과로 인해 아버지의 위급 상황은 아무 일없이 무사히 지나게 되었지만, 집으로 돌아가던 제이는 교통사고를 내며 죽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일어나게 되었다.

 

우리는 주변에서 누군가 죽게 되면,,, 그 사람과의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특히, 마지막 만남의 순간을 몇 번이나 돌려보고 또 돌려보며 자신이 놓친 것이 있었는지 찾아보며 의미를 되새긴다. 지나서 생각해 보면,,, 모든 게 의미있게 다가온다. 아주 사소한 것까지도 말이다. 그때의 말투, 눈빛, 표정, 손길, 대화 내용,,, 심지어는 그때의 날씨, 시간, 바람, 분위기까지도 의미있는 것이 된다. 그리고 후회하고 또 후회한다... 이걸 극복할 수 있는 걸까?

 

제이의 아내인 메리에게는 그래도 든든한 믿음의 대상인 '하나님'이 있었다. 그랬기 대문에 36살의 젊은 남편을 잃은 메리는 그 신앙의 힘으로 인해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세상을 원망하며 울고불고 하지는 않았다. 그래도 독한 술을 마시며 이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기는 했다. 메리에게는 자기를 걱정해주는 가족들과 자신이 지켜야 하는 두 자녀가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렇게 이성을 갖고 가족들과 대화를 나눈다는 것에 뭔지 모를 불안과 불편한 마음을 갖는다. 어쨌든 메리는 이러한 힘든 고난의 시간을 하나님께 의지하여 조금씩 이겨낸다. 이걸 보면 신앙의 힘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작가의 분신이라고 할 수 있는 6살 정도의 어린 루퍼스와 그 동생 캐서린. 루퍼스와 캐서린은 아버지의 죽음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모습에서 한 가족에게 닥친 비극이 더 절실하게 다가왔다. 그 의미는 분명하게 모르지만,,, 어른들 사이에서 느껴지는 불안과 혼란, 슬픔 등을 눈치 빠르게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루퍼스는 아버지의 죽음까지도 또래 아이들에게 뭔가 으스대며 자랑할 일이라고 철없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그러면서도 루퍼스는 알 수 없는 꺼림칙함에 불안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들은 이성적으로는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감성적으로는 어둠의 기운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이 소설은 아버지의 사고 전날과 사고가 일어난 날, 그리고 장례식 날과 그날 밤에 대한 얘기만으로 이뤄져 있다. 이렇게 짧은 시간만을 가지고 한 권의 소설로 완성하기는 힘든 점이 있을 것이다. 그 짧은 시간 안에 어떤 사건이 많이 일어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나 한 사람의 심리가 치열하고 구체적으로 그려지고 있을지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인간의 고뇌와 갈등과 슬픔 등의 감정들을 아주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단지,,, 결말 쪽에 '이전 이야기'가 있는데, 이 부분은 아버지의 죽음 이전에 있었던 사건들을 단편적으로 늘어놓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야기들은 큰 흐름의 측면에서 서로 연관성이 낮은 편이라, 그저 작가의 단편적인 기억들을 적어 놓은 듯한 인상을 받게 돼서 아쉬운 부분이기도 했다.

 

한 인간에게 한평생 일어나는 일 중에서 부부의 사별이 가장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게다가 건강한 사람이 한순간의 사고로 갑자기 죽는 경우에는 그 충격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엄청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니, 예전 기억들이 자꾸 말을 걸어와 마음을 잡아챘다...

 

 

* 인터파크 신간 리뷰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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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는 왜 달리기 경주를 했을까? - 청소년, 인문학에 질문을 던지다 꿈결 청소년 교양서 시리즈 꿈의 비행 1
김경집 외 지음 / 꿈결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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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 대한 철학적 사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이야기가 있다. 분명한 책을 읽은 기억이 없는데도 아주 어린 아이들도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이야기를 알고 있을 정도다. 토끼가 자꾸 겨루자고 해서 하게 된 달리기 경주.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천재적인 능력이 없어도 천천히 가더라도 자기 일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다보면 도달점에 도착해 승리할 수도 있다는 교훈을 얻는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처음 토끼와 거북이 경주 얘기만을 듣고서 이런 교훈을 스스로 얻어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찬찬히 생각해 보면,,, 이러한 교훈도 누군가가 내게 주입한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토끼와 거북이 얘기를 듣고 그 의미를 되새겼던 중간 과정에 대한 기억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생각에 대해 전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우리의 자녀들에게 또 똑같은 얘기를 전달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그렇다. 나도 모르게 어느 새 조카들에게 천편일률적인 얘기를 주입해 온 것 같다. 사람의 생각은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의식하지 않으면 어느새 무의식적인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나를 지배해 버리기 때문이다.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라고 한 말은 항상 의문을 갖고 곰곰이 생각해 보는, 깨어 있는 의식을 설명한 것이다. 아주 짧은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이야기에서도 하고 싶은 말, 해야 할 말,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내용들이 무궁무진하게 들어 있다. 옛날 선현들이 문헌의 글자 해석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해 온 것처럼 말이다.

 

먼저 생각해 볼 문제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가 공정한가의 문제이다. 여기서 우리는 '스포츠 정신'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스포츠 정신이란 무엇인가? 경기에서 질 수는 있다. 하지만 경기에서는 졌어도 그만큼 최선을 다했다면 사람들은 박수를 보낸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스포츠 정신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정한 경기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서 경기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심판도 여러 명 두고 체급도 나누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하는 것 자체가 공정하지 못한 일이다. 토끼는 땅에서 자유롭게 다니지만 거북이는 물에서 더 자유롭게 움직이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둘의 경기가 공정하기 위해서는 토끼와 거북이가 각각 다른 환경에서 경주를 하든지, 아니면 땅과 물에서 각각 경주를 해 보든지 하는 방법이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문제는 토끼가 자고 있을 때 거북이가 그냥 지나친 점이다. 이것은 토끼의 자만이 스스로 불러온 결과이기 때문에 거북이가 그냥 자기 길을 간 것이 타당한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스포츠맨 정신의 측면에서 봣을 때도 과연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만약 토끼가 나무 근처에서 쓰러져 있는 상태였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거북이는 쓰러진 경쟁자를 밟고 그냥 지나간 거라고 볼 수 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지도 모르는데, 경기를 위해 그냥 지나친 걸, 생명의 존엄성의 차원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짧은 이야기에서 다양한 문제의식을 발견하고 여러 질문을 던졌다는 점이 좋았다. 특히, 공정성과 인간의 존엄성, 행복추구권 등의 철학적인 사유를 스포츠 정신과 왕따 문제, 존엄사 논란 문제와 함께 연결하여 설명하는 부분은 눈여겨 볼 만했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인문학을 재미있게 느끼고 어떤 일에도 스스로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이 책은 세상의 보는 눈을 키워주기 위한 청소년 인문학 강연을 정리한 것이다. 토끼와 거북이 경주의 얘기로 윤리학을 강연한 사람은 김경집이다. 이 외에도 문학 분야는 이승우, 서양 철학은 박승찬, 과학은 전중환, 역사는 김육훈, 동양 철학은 김선희, 롤 모델은 김보일, 예술은 윤희수가 각각 맡아 강연을 했다. 이러한 인문학 강의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첫 번째 이야기인 토끼와 거북이 경주 이야기 외에는 대충 아는 내용들이 많았다. 하지만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은 수준으로 재미있고 쉽게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청소년들이 인문학을 접하기에 좋고, 성인이라고 해도 다양한 분야들에 입문하는 책으로 접근하면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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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김종성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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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중국일본이 가르치지 않는 역사

 

 

'역사왜곡'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하지만 역사 자체가 후대의 역사가들에 의해 논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역사가들의 관점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얼마만큼 객관적이고 공정한 역사를 서술할 수 있는지는 바로 글을 적는 역사가들의 도덕과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 역사가 국가 차원에서 바라보게 된다면 국가의 이익이나 민족의 자부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가 드러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과 중국, 일본은 서로와 관련된 역사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어떤 사실을 거짓으로 만드는 것도 문제지만 이 책에서는 가르치지 않는 역사도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가 중요한 이유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때 배운 내용을 하나의 진리로 받아들이고 평생 살아가기 때문이다. 특히, '역사'는 한 나라의 민족적인 정신과 정수를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에 중요하게 다루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성인이 되었을 때 자신이 배운 게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기에는 전공자가 아닌 이상 어려운 일이다. 그런 만큼 주변 국가로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고 받는 한국, 중국, 일본이 학생들에게 어떤 역사를 가르치느냐는 무척 중요한 일이다.

 

먼저, 한국의 역사 교육을 살펴보자. 저자인 김종성은 한국의 역사가 사대주의 사상이 아니라 더 넓은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었다. 고려나 조선이 중국에 '조공'을 보내는 것은 그 당시 나라에서 주관하는 공적인 '무역 행위'였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우리나라의 국력이 약해서 많은 선물을 바쳐야 했던 것이 아니라, 주는 만큼 중국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받아낼 수 있었다는, 특수한 물물교환 형식이었다는 점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중국에 사대를 하기는 했지만, 그만큼 다른 나라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사대를 받는 입장이기도 했다. 또한, 우리의 옛날 역사에서 왕이 아니라 중국의 황제를 의미하는 '태왕'이라는 말을 쓰기도 했다면서 민족의 자부심을 고취시키고 있었다. 김종성은 한국의 역사에서 자부심을 느낄만한 부분을 중심으로 글을 전개해 나가고 있어서 그가 역시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실감하면서 책을 읽었다.

 

한국의 역사에서 새롭게 알았던 부분은 조선 시대에 분서갱유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점이었다. 중국의 진시황처럼 특정 지식의 책들을 없애버리려고 꾸준히 노력했는데, 그것은 바로 고조선의 역사였다. 얼마 전에 김진명의 <글자전쟁>도 읽은 터라 내가 고조선을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고조선의 역사가 더 대단하고 유구하게 흘러왔다면,,, 그 시대를 고스란히 중국에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고조선을 단순히 단군신화로만 받아들이고 있지만 실제 고조선은 살아움직이는 고대문명 중 하나였던 것이다. 왜 지금까지 신화나 전설로만 치부하면서 더 알아보려고 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었다. 우리는 우리의 시조라고 하는 단군의 고조선에 대해서 대체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화랑도의 세속오계가 불교가 아닌 우리의 전통 종교인 '신선교'에서 나온 가르침이라는 점도 새롭게 알았다. 우리의 전통 신앙을 일제강점기 시대에 철저하게 미신으로 치부해 버린 일은 단편적으로는 알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에게 중국의 도교와는 비슷하지만 다른 사상이라고 하는 '신선교'의 전통이 있었다고 하니, 뭔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사실 화랑도의 사상을 배우면 유교, 불교, 선 사상을 함께 결합했다고 하지 않았나.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중국의 도교와 우리나라의 신선교의 차이점은 이 책만으로는 알기 어려웠다. 이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책이 있는지 궁금했다.

 

어쨌든 이외에 중국과 일본은 민족적인 자존심을 훼손할 수 있는 내용은 잘 가르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며 다양한 예시를 들고 있었다. 중국은 동북아공정의 문제, 그리고 소수민족의 독립과 관련한 다양한 갈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일어볼 만한 이야기가 있었다. 그리고 일본은 왜 일본이 독일처럼 자신들의 전쟁 역사에 대해 책임을 가지고 사과를 하지 않는지, 미국과의 연관성을 가지고 설명한 부분은 무척 흥미로웠다. 미국의 세력 확장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희생으로 우리나라는 아직도 친일파들이 득세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이 책은 우리가 몰랐던 역사, 그리고 우리가 자세히 알기 어려운 중국과 일본이 가르치는 교과서까지 참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았다. 하지만 해적이나 무역과 관련된 부분은 조금 반복되는 감이 있어서 아쉽게 느껴졌다. 이런 역사책을 읽으며 느끼는 것은 역사의 한 페이지를 바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헛된 망상이었다.

 

 

* 네이버 책콩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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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 : 셀프 포트레이트 비비안 마이어 시리즈
비비안 마이어 사진, 존 말루프 외 글, 박여진 옮김 / 윌북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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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포스를 풍기는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

 

 

 

여기 비슷한 인물이 등장하는 사진이 있다. 무뚝뚝하고 뚱한 표정의 키가 크고 짧은 머리의 여자가 화면의 위쪽이나 자신의 사진기를 쳐다보고 있다. 사진에는 거울이나 유리창 등이 많이 등장하면서 그곳에 비친 자신을 찍어낸다. 유리창 안쪽의 모습과 자신이 비친 모습이 겹치면서 특별하고 인상적인 화면 구성을 만들어낸다. 거울이나 유리창은 서로를 비추고 비춰내면서 몇 겹의 잔상을 한 화면에 모두 담아낸다. 그 순간과 공간이 갖는 깊이가 남다른 포스를 풍긴다.

 

 

 

 

나도 한때는 사진기를 들고 이것저것 많이 찍어볼 때가 있었다. 요새 제법 많이 갖고 다니는 DSLR 카메라 같이 거창한 건 아니었다. 단지 중고로 산 흔한 디카였다. 그래도 사진을 찍는 재미에 흠뻑 빠져 이런저런 사진들을 많이 찍어댔다. 나중에 사진을 더 찍고 싶어서 미러리스급 사진기를 사기도 했지만,,, 결국 무거워서 자주 갖고 다니지는 못했다. 그때 휴대하기 편한 디카의 가벼움을 깨달았고 다시 가벼운 디카를 샀지만,,, 요샌 휴대폰 사진의 화소도 높아지고 바로 꺼내서 찍기에는 스마트폰의 활용도가 더 높았다.

 

어쨌든 그 당시에 사진을 찍으면서 셀카보다는 내 그림자를 더 많이 찍었다. 그래서 비비안 마이어가 자신의 그림자를 많이 찍은 것을 보고 반가움이 일었다. 사람들은 왜 자신의 그림자를 찍는 것일까? 그림자를 자신의 분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하늘에 태양이 있을 때만 볼 수 있는 이질적이고 불안정한 존재처럼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바로 인간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매일 깨닫게 해주는 존재가 아닌가.

 

 

비비안 마이어처럼 나도 유리창이나 거울에 비친 모습, 사진기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많이 찍었다. 거울이나 유리창이 만들어내는 형상의 겹침이 흥미롭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리고 사진기를 바라보는 모습은 뭔가에, 아니 그 순간에 집중하고 있는 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져서 그 모습이 좋았다.

 

 

디카와 DSLR 카메라가 대중화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특기나 직업 외에도 취미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게다가 요즘에는 스마트폰의 화질이 좋아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간편하게 그 순간의 미학에 빠져드는 것 같다. 이제 거울을 보는 것보다 셀카를 찍는 횟수가 더 많아졌다고 느낄 정도다.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분위기 좋은 곳이나 음식 사진을 올리기 위해 더 열심히 찍고 있다. 이렇게 가볍고 자기 만족의 사진을 찍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은 사진 한 장 만으로도 많은 의미를 전달하는 철학적이고 깊이가 있는 작품을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 작가 중 한 명인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그 시간의 찰나를 잡아 채는데 천재적인 작가였다. 취미로 찍는 사진이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한 자기만의 철학적인 세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 찍는 취미와 프로 작가의 경계점에 서 있었던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들을 지금이라도 볼 수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그녀는 자기 만족을 위해 몇 천 장의 사진을 찍어 댔다. 그 사진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고 모두 인화해 놓은 것도 아니었을 정도로 사진 찍는 것 자체를 즐겼던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에는 자신의 내면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무심하고 무뚝뚝하고 시니컬한 시선,,, 네가 뭐라고 해도 나는 내 갈 길을 가겠다는 단호한 의지,,, 하지만 한 편으로는 삶의 고단함과 허무함이 함께 느껴지기도 한다.

 

사진을 찍으면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텐데,,, 평생 사진 찍는 것을 혼자만 즐긴 비비안 마이어. 그래도 자기 만족이었던 사진으로나마 세상에 무언가 흔적을 남긴 그녀를 보면서 나도 다시 사진을 찍고 싶어졌다. 사진의 화면 구성을 더 공부해 보고 싶어졌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느낌을 나만의 방식으로 잡아내고 싶다,,, 여운이 남는 사진이다.

 

 

* 네이버 책좋사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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