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는 왜 달리기 경주를 했을까? - 청소년, 인문학에 질문을 던지다 꿈결 청소년 교양서 시리즈 꿈의 비행 1
김경집 외 지음 / 꿈결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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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 대한 철학적 사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이야기가 있다. 분명한 책을 읽은 기억이 없는데도 아주 어린 아이들도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이야기를 알고 있을 정도다. 토끼가 자꾸 겨루자고 해서 하게 된 달리기 경주. 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천재적인 능력이 없어도 천천히 가더라도 자기 일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하다보면 도달점에 도착해 승리할 수도 있다는 교훈을 얻는다. 하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처음 토끼와 거북이 경주 얘기만을 듣고서 이런 교훈을 스스로 얻어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찬찬히 생각해 보면,,, 이러한 교훈도 누군가가 내게 주입한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토끼와 거북이 얘기를 듣고 그 의미를 되새겼던 중간 과정에 대한 기억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생각에 대해 전혀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우리의 자녀들에게 또 똑같은 얘기를 전달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그렇다. 나도 모르게 어느 새 조카들에게 천편일률적인 얘기를 주입해 온 것 같다. 사람의 생각은 항상 깨어 있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을 의식하지 않으면 어느새 무의식적인 고정관념이나 편견이 나를 지배해 버리기 때문이다. 데카르트가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라고 한 말은 항상 의문을 갖고 곰곰이 생각해 보는, 깨어 있는 의식을 설명한 것이다. 아주 짧은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이야기에서도 하고 싶은 말, 해야 할 말,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할 내용들이 무궁무진하게 들어 있다. 옛날 선현들이 문헌의 글자 해석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여 고민해 온 것처럼 말이다.

 

먼저 생각해 볼 문제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가 공정한가의 문제이다. 여기서 우리는 '스포츠 정신'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스포츠 정신이란 무엇인가? 경기에서 질 수는 있다. 하지만 경기에서는 졌어도 그만큼 최선을 다했다면 사람들은 박수를 보낸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스포츠 정신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먼저 공정한 경기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서 경기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심판도 여러 명 두고 체급도 나누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하는 것 자체가 공정하지 못한 일이다. 토끼는 땅에서 자유롭게 다니지만 거북이는 물에서 더 자유롭게 움직이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둘의 경기가 공정하기 위해서는 토끼와 거북이가 각각 다른 환경에서 경주를 하든지, 아니면 땅과 물에서 각각 경주를 해 보든지 하는 방법이 활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문제는 토끼가 자고 있을 때 거북이가 그냥 지나친 점이다. 이것은 토끼의 자만이 스스로 불러온 결과이기 때문에 거북이가 그냥 자기 길을 간 것이 타당한 일처럼 보인다. 하지만 스포츠맨 정신의 측면에서 봣을 때도 과연 그렇게 생각할 수 있을까? 만약 토끼가 나무 근처에서 쓰러져 있는 상태였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거북이는 쓰러진 경쟁자를 밟고 그냥 지나간 거라고 볼 수 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지도 모르는데, 경기를 위해 그냥 지나친 걸, 생명의 존엄성의 차원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서 짧은 이야기에서 다양한 문제의식을 발견하고 여러 질문을 던졌다는 점이 좋았다. 특히, 공정성과 인간의 존엄성, 행복추구권 등의 철학적인 사유를 스포츠 정신과 왕따 문제, 존엄사 논란 문제와 함께 연결하여 설명하는 부분은 눈여겨 볼 만했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인문학을 재미있게 느끼고 어떤 일에도 스스로 다양한 질문을 던지며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이 책은 세상의 보는 눈을 키워주기 위한 청소년 인문학 강연을 정리한 것이다. 토끼와 거북이 경주의 얘기로 윤리학을 강연한 사람은 김경집이다. 이 외에도 문학 분야는 이승우, 서양 철학은 박승찬, 과학은 전중환, 역사는 김육훈, 동양 철학은 김선희, 롤 모델은 김보일, 예술은 윤희수가 각각 맡아 강연을 했다. 이러한 인문학 강의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해주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첫 번째 이야기인 토끼와 거북이 경주 이야기 외에는 대충 아는 내용들이 많았다. 하지만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은 수준으로 재미있고 쉽게 전달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엿보였다. 청소년들이 인문학을 접하기에 좋고, 성인이라고 해도 다양한 분야들에 입문하는 책으로 접근하면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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