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안 마이어 : 셀프 포트레이트 비비안 마이어 시리즈
비비안 마이어 사진, 존 말루프 외 글, 박여진 옮김 / 윌북 / 2015년 8월
평점 :
품절


남다른 포스를 풍기는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

 

 

 

여기 비슷한 인물이 등장하는 사진이 있다. 무뚝뚝하고 뚱한 표정의 키가 크고 짧은 머리의 여자가 화면의 위쪽이나 자신의 사진기를 쳐다보고 있다. 사진에는 거울이나 유리창 등이 많이 등장하면서 그곳에 비친 자신을 찍어낸다. 유리창 안쪽의 모습과 자신이 비친 모습이 겹치면서 특별하고 인상적인 화면 구성을 만들어낸다. 거울이나 유리창은 서로를 비추고 비춰내면서 몇 겹의 잔상을 한 화면에 모두 담아낸다. 그 순간과 공간이 갖는 깊이가 남다른 포스를 풍긴다.

 

 

 

 

나도 한때는 사진기를 들고 이것저것 많이 찍어볼 때가 있었다. 요새 제법 많이 갖고 다니는 DSLR 카메라 같이 거창한 건 아니었다. 단지 중고로 산 흔한 디카였다. 그래도 사진을 찍는 재미에 흠뻑 빠져 이런저런 사진들을 많이 찍어댔다. 나중에 사진을 더 찍고 싶어서 미러리스급 사진기를 사기도 했지만,,, 결국 무거워서 자주 갖고 다니지는 못했다. 그때 휴대하기 편한 디카의 가벼움을 깨달았고 다시 가벼운 디카를 샀지만,,, 요샌 휴대폰 사진의 화소도 높아지고 바로 꺼내서 찍기에는 스마트폰의 활용도가 더 높았다.

 

어쨌든 그 당시에 사진을 찍으면서 셀카보다는 내 그림자를 더 많이 찍었다. 그래서 비비안 마이어가 자신의 그림자를 많이 찍은 것을 보고 반가움이 일었다. 사람들은 왜 자신의 그림자를 찍는 것일까? 그림자를 자신의 분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하늘에 태양이 있을 때만 볼 수 있는 이질적이고 불안정한 존재처럼 느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바로 인간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매일 깨닫게 해주는 존재가 아닌가.

 

 

비비안 마이어처럼 나도 유리창이나 거울에 비친 모습, 사진기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많이 찍었다. 거울이나 유리창이 만들어내는 형상의 겹침이 흥미롭게 느껴졌던 것이다. 그리고 사진기를 바라보는 모습은 뭔가에, 아니 그 순간에 집중하고 있는 정적인 에너지가 느껴져서 그 모습이 좋았다.

 

 

디카와 DSLR 카메라가 대중화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 특기나 직업 외에도 취미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게다가 요즘에는 스마트폰의 화질이 좋아지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간편하게 그 순간의 미학에 빠져드는 것 같다. 이제 거울을 보는 것보다 셀카를 찍는 횟수가 더 많아졌다고 느낄 정도다.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분위기 좋은 곳이나 음식 사진을 올리기 위해 더 열심히 찍고 있다. 이렇게 가볍고 자기 만족의 사진을 찍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가끔은 사진 한 장 만으로도 많은 의미를 전달하는 철학적이고 깊이가 있는 작품을 보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진 작가 중 한 명인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그 시간의 찰나를 잡아 채는데 천재적인 작가였다. 취미로 찍는 사진이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한 자기만의 철학적인 세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진 찍는 취미와 프로 작가의 경계점에 서 있었던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들을 지금이라도 볼 수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그녀는 자기 만족을 위해 몇 천 장의 사진을 찍어 댔다. 그 사진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고 모두 인화해 놓은 것도 아니었을 정도로 사진 찍는 것 자체를 즐겼던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에는 자신의 내면을 통해 세계를 바라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무심하고 무뚝뚝하고 시니컬한 시선,,, 네가 뭐라고 해도 나는 내 갈 길을 가겠다는 단호한 의지,,, 하지만 한 편으로는 삶의 고단함과 허무함이 함께 느껴지기도 한다.

 

사진을 찍으면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텐데,,, 평생 사진 찍는 것을 혼자만 즐긴 비비안 마이어. 그래도 자기 만족이었던 사진으로나마 세상에 무언가 흔적을 남긴 그녀를 보면서 나도 다시 사진을 찍고 싶어졌다. 사진의 화면 구성을 더 공부해 보고 싶어졌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느낌을 나만의 방식으로 잡아내고 싶다,,, 여운이 남는 사진이다.

 

 

* 네이버 책좋사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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