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규나 소설
김규나 지음 / 푸른향기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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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통되지 못하는 외로움 속에서 길을 묻다

 

 

오랜만에 한국 문학을 읽은 느낌이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사랑과 불륜, 이별 등에 대한 소재로 이뤄져서 90년대 이후 여성성이 강조된 소설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90년대 이후의 여성적인 소설은 여자 화자의 개인 내면에 침잠해 들어가는 측면이 강했는데, 2000년 대 이후로는 다른 사람의 관계나 소통에 관한 얘기가 많아진 것 같다. 사회가 너무 각박해 지다보니, 결혼을 하지 않아도 외롭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아 길러도 개인의 외로움은 채워지지 않는 것 같다.

 

이 책의 단편들에서는 그래도 불륜이나 이혼한 이후에 만난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맺으며 텅빈 마음을 위로 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런 관계도 잠시일 뿐, 시간이 지나고 돌아선 현실에서는 관계의 단절과 소통의 어려움, 현실을 극복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왜 우리는 누구와 함께 있어도 결국 외롭게 느끼게 되는 것일까? 우리가 바라는 '행복'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우리의 삶은 하루 하루를 감내하고 인내하는 것으로 평생을 보내게 된다. 가장 가까워야 할 배우자와는 가장 먼 존재가 되고 다른 곳에서 자신을 위로해 줄 무언가를 찾아내려고 애쓴다. 다른 곳에서 '위안거리'를 찾아내면 우리는 정말 '행복'한 것일까? 그것도 한순간에 사라질 감정이지 않을까 싶지만,,, 요새는 그 순간적인 감정에 너무 맹목적으로 몰두하고 있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게도 했다.

 

최근 연예인들이나 국회의원, 유명인들의 불륜이나 성추행 사건이 많아진 것을 보면, 기사화 되지 않은 일반인들의 사례는 대체 얼마나 더 많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예전에 어떤 누가 차라리 이럴 바에야 우리 사회의 미개한 '결혼 제도'를 없애고 모두 자유롭게 만나거나 다부다처제를 추구해야 한다는 웃기지도 않을 말을 한 사람이 있었다. 그만큼 '결혼'이라는 사회 제도로 두 사람을 한평생 꼭꼭 묶어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말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사회적으로 결혼하는 비율이 많이 떨어졌고 결혼을 해도 불륜 등으로 이혼하는 비율도 많아진 것을 보면,,, 언젠가는 이런 제도가 사라지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프랑스의 '동거'처럼 말이다.

 

어쨌든 이 책의 단편들을 읽으며 참 많이도 씁쓸하고 마음이 공허해졌다. 누군들 그렇게 아프고 슬퍼하고 싶을까?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그렇게 애쓰고 또 애쓰는 데에도 쉽지 않은 현실이 여실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특히, 인간관계에서 말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한 것도 클 것이다. 하지만 각자가 지닌 상처와 가치관,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위안을 받으려는 과정에서 또 다른 상처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너덜너덜해진 '나'의 존재만이 남았다.

 

꽤 많은 단편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칼>이라는 작품과 자신이 우주인이라고 생각하는 <뿌따뽕빠리의 귀환>이었다.

<칼>은 시체와 부검의의 만남에서 과거를 추억하게 되는데, 그들은 바로 며칠 전에 급 만남을 가졌던 관계였다. 그러면서 서로의 채워지지 않는 공허한 마음을 느끼게 되는데,,, 급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시체의 죽음에 대한 작은 죄책감을 가지는 부검의의 마음이,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과 주제나 내용 전개 면에서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았다.

 

<뿌따뽕빠리의 귀환>에서 재미있는 것은 주인공의 생각을 훔쳐 가서 유명해지는 '찬수'라는 존재였다. 원래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꼭 이렇게 반전을 일으켜서 잘 되는 게 인생의 아이러니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에 주인공과 찬수의 상황이 또 바뀔 수 있다는 측면에서 사람 인생은 어떻게 될 것인지 알 수 없다는 말이 떠올랐다. 그런데 주인공이 맺어주게 된 여자가 찬수를 죽이는 것은 조금 동떨어져 있는 이야기처럼 느껴져서 아쉬웠다.

 

어쨌든 누구나 사람은 외로운 법이다. 그 외로움 버둥거리는 것이 우리의 지금 모습이다. 정말 어두컴컴한 우리의 인생에서 더듬더듬거리며 "거기 누구 없소?"라고 외쳐 부른다. 나와 함께 걸어갈 동반자를 찾기 위해서 말이다. 그 동반자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만큼 어렵지만 말이다. 그래서 손을 잡고 인생을 함께 걸어갈 '사랑'은 위대하다. 우리의 지구 어디선가는 그런 '사랑'이 존재하는 걸 보면,,, 아직 우리는 희망을 버리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다.

 

온갖 생존 위협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 당신과 내가 있다. (작가 후기, 280쪽)

 

 

* 네이버 책콩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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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없는 나라 - 제5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이광재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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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제5회 혼불문학상을 받은 역사 소설이다. 표지 그림만 봐도 어떤 사건을 소재로 했는지 감이 잡힐 것이다. 표지 왼쪽에 있는 세 명의 남자 복색과 제목의 의미까지 연관지어 생각해 보면 말이다. 녹두장군으로 유명한 전봉준과 동학농민운동이 바로 이 소설의 소재가 되었다. 표지만 봐도 참 우울하고 씁쓸한 기운이 퍼지는 것 같았다.

 

어쨌든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든 생각은 조선 후기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났던 시기와 오늘날의 모습이 어떻게 이다지도 닮을 수 있는 건지 오싹할 정도였다. 게다가 국정 역사교과서 사태로 인한 찬성과 반대 세력의 모습들까지도 이렇게 닮아 있다니,,, 뭔가 시간을 거꾸로 되돌리고 있는 건 아닌지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전봉준은 동학당보다 더 넓은 농민군들의 세력을 규합하려고 노력했다. 자신들의 논을 마음껏 경작할 수 있는 권리를 얻기 위해 농민들은 참다 참다가 겨우 일어섰다. 총칼을 든 여러 강국들이 조선으로 밀려 들어오는 시점에서 나라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도 컸을 것이다. 이러한 농민군들을 그 당시 위정자들은 다른 나라의 군인들보다 더 큰 위험 요소, 즉 적으로 규정 짓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말았다.

 

그래서 조선이라는 나라에는 우리나라 백성으로 이뤄진 군대는 허수아비로 벌판에 서 있고 청나라와 일본, 러시아 군대 등의 세력이 밀고 들어왔다. 우리나라 위정자들을 지켜주겠다는 명분으로 말이다. 왜 그들은 자신들이 지키고 보호해야 할 백성들을 다른 나라 군대보다 더 큰 위험요소로 규정지었을까? 그것은 바로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을 놓지 않기 위해서였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프랑스 혁명처럼 민중으로부터의 혁명이 성공을 거둔다면 그들이 가진 기득권을 잃어버리게 될 거라는 위협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나라의 군대를 조선 땅에 끌어들여 백성들에게 총칼을 겨누고 말았다.

 

이러한 비참한 역사는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라는 강대국의 이데올로기에 휘말려 우리는 같은 민족끼리 총포를 겨누고 싸웠다. 그로 인해 한반도는 둘로 나뉘게 되었고 남북통일은 머나먼 얘기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도 같은 민족을 위협하기 위해서 남한에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같은 민족인 북한을 다른 나라인 미국 군대를 끌어들여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대립과 갈등이 우리 민족 스스로 선택한 결과일까? 조선 후기에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해 일본에 나라를 판 위정자들과 일제강점기 시대에 독립운동가들을 팔아서 부를 축적한 친일파들이 아직도 기득권을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민중을 위한 선택'이 있어 왔는지 궁금할 뿐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정 역사교과서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정말 제대로 된 역사교과서를 만든다면 왜 집필자를 비밀로 하고, 왜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수용하여 토론할 생각을 하지 않고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소설 속에서 농민군들을 양반 유림 세력들은 반상의 기강이 무너진다며 불만을 토로하며 혼을 낸다. 그리고 일본군이 농민군들을 물리치자 잘 죽였다고 고소해한다. 오늘날에도 국정 역사교과서에 찬성하는 세력들은 나이가 많은 분들이라고 한다. 그들은 어떤 논리에 따라 국정 역사교과서에 찬성하는 것일까? 일제강점기를 근대화의 시기라고 찬양하고 쌀 강출을 수출이라고 표현하는 역사교과서인데 말이다. 그들은 알까? 박정희가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들을 죽인 일본군 장교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역사'를 잊어버린 민족은 '나라 없는 민족'일 뿐인 것이다.

 

이 책에서 색다른 해석은 전봉준과 흥선대원군 사이에 무언가 밀약이 오고갔다는 점이 꽤 흥미로웠다. 하지만 흥선대원군이나 개화기파 인물들이 권력에 대한 아무런 욕심도 없이 오직 조선의 미래만을 걱정하는 인물들로 등장하는 점에서는 조금 의문이 들었다. 특히, 명성황후가 여우사냥이라는 작전명으로 일본군에 의해 죽임을 당할 때를 거의 묘사하지 않고 건너뛰고 있는 점은 아쉽게 느껴졌다. 게다가 명성황후의 시해 당시 흥선대원군이 그 사실을 일본인들이 일을 저지른 순간에 알았다고 묘사되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미야모토 소위, 명성황후를 찌르다>라는 책을 보면, 일본인들이 그 전부터 흥선대원군을 자주 찾았으며 명성황후 처리에 대한 모종의 암시를 받았을 거라는 점이 일본인들 간의 서신에서 드러나 있는 걸 볼 수 있다.

 

이처럼 흥선대원군과 개화기파 인물들을 너무 이상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조선이라는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건 똑같지만 그 방법이 조금 다를 뿐이라는 걸 나름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요인이 나라를 지켜 내려고 분연히 일어섰던 수많은 민중들의 의롭고 안타까운 모습을 조금 약화시키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웠다.

 

'나라'는 없다. 나라가 없어도 민중들은 어떻게든 살아남는다는 사실이 참 씁쓸하다. 기득권을 가진 세력들은 카멜레온 처럼 그때마다 잘도 적응하여 떵떵거리며 살아가는 것에 비해서, 민중들은 참으로 어렵고 힘들게,,, 겨우겨우 살아남기 때문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는 것만이 뚜렷한 한 가지 사실로 남는 것 같다.

 

 

* 네이버 책좋사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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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 - 소비와 절제 인성학교 마음교과서 3
김경옥 지음, 이현주 그림 / 상상의집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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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착한 소비를 해야 하는 건가요?

 

 

요즘엔 어린이를 위한 경제 동화가 예전보다 부쩍 늘어난 것 같다. 단순히 용돈을 모으는 용도로 쓰이는 용돈기입장 정리를 벗어나서 경제 원리를 쉽게 설명하는 책들이 많이 늘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경제가 어려워진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경제적인 사고방식을 길러서 나중에 경제적인 어려움을 덜 겪기 바라는 부모님의 마음이 나타나는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어렸을 때부터 올바른 소비 습관을 형성해 놓는 것이 어른이 됐을 때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용돈을 모으고 그것을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은 함부로 사지 않는 습관이 바로 어른이 됐을 때 신용카드를 함부로 긁지 않도록 해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이러한 차원에서 어린이들에게 물건을 사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돈을 모으는 것에 대한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다. 실제로 요새 아이들이 경제 동화를 스스로 찾아 읽는 것을 보면 본인들도 경제에 대한 필요성이 형성되어 가는 것 같아서 대견하면서도 조금은 씁쓸하기도 했다. 순수한 동심의 세계에서 빠져나와 빨리 어른이 되어 버리는 것 같기 때문이다.

 

민호 가족은 버는 것에 비해서 지출이 많은 편이다. 서점을 운영하는 엄마는 아끼려고 하지만, 아빠와 민호는 이것저것 많이 사는 편이었다. 아빠는 금요일마다 민호와 마트에 가서 먹을 것을 잔뜩 사왔고 민호도 마트에 가서 눈에 들어오는 장난감을 샀다. 그런 민호네 옆집으로 독일에서 래연이네가 이사온다. 래연이네는 물건을 아끼고 채소를 직접 키우면서 살고 있었다. 민호와 엄마는 그런 래연이네에게 많은 영향을 받게 되었다.

 

민호의 엄마는 어느 날, 인터넷을 하다가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남편과 민호에게도 11월 마지막 날을 아무것도 사진 않는 날로 만들자고 하였다. 민호는 반대하지만 아빠는 흔쾌히 찬성하여 각서를 쓰기도 했다. 민호의 엄마는 래연이 엄마인 콜라비 여사와 얘기하다가 아무것도 사지 않는 날을 기념하여 동네에서 물물 교환의 이벤트를 열자고 의기투합하게 된다.

 

그렇게 아무 것도 사지 않는 날이 다가왔다. 그런데 하필 그날 민호가 정말 사고 싶었던 조립 장난감이 근처 문방구에서 50% 세일에 들어갔다. 점포를 정리한다면서 그날 하루만 그렇게 판다는 것이다. 민호는 돈을 적게 쓰는 것이 엄마에게 효도하는 거라는 이상한 논리를 갖다 붙이며 조립 장난감을 사려고 한다. 그런데 지갑을 들고 나가는 것을 엄마에게 들키고 만다. 민호는 자기 용돈으로 정말 사고 싶은 물건을 사지 못하자 엄청 화가 나서 엄마에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아빠까지 나서서 그런 민호를 혼내지만 민호는 감정이 격해져서 아빠에게도 소리를 지른다. 그렇게 민호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자, 평소에 거의 화를 내지 않던 엄마가 공중으로 영수증 더미를 던지고 말았다. 그리고 엄마는 너무 쓸데 없는 데에 돈을 쓴다며 화를 내며 통장을 내놓기까지 했다. 결국 민호네 가족은,,,

 

어느 가족이나 이런 문제로 부부 싸움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것을 누가 얼마나 슬기롭게 이겨 내느냐가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방법이 될 것이다. 한 가족으로서 서로 서로를 생각하고 노력해야지만 가정이 화목해질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한 사람만의 노력만으로는 가정이 유지되기가 힘든 것이다. 요즘처럼 가정이 쉽게 깨지는 시대라면 더욱 더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말이다.

 

어쨌든 그렇게 물물 교환 장터에서 민호는 래연이와 함께 웃었다. 래연이의 입에서는 치아 교정기가 빛을 발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었다. 래연이의 치아 교정기에 작가의 주제의식이 반영되고 있어서 특별히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았다. 삐뚫어진 치아를 교정기로 교정하는 것처럼, 삐뚫어진 소비 습관이 있다면 교정해야 한다는 작가의 의식이 담겨 있었다.

 

마지막에 경제와 소비, 절제, 착한 소비, 지구 환경을 위한 소비 등을 교사나 부모님과 함께 얘기를 나눌 수 있는 페이지가 마련되어 있어서 좋았다. 조금은 그 내용이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 같았지만 경제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는 아이들이라면 얘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이 지구를 위한 착한 소비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 인터파크 신간리뷰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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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온 마고 할미 돌개바람 3
유은실 지음, 전종문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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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무섭지만 그리운 우리네 할머니

 

 

우리는 우리의 전통을 얼마나 가꿔 나가고 있을까? 하루하루가 너무 정신없이 지나다 보니, 옛것을 지키거나 새롭게 변형해 나간다는 일이 많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동화에서는 전통 문화나 설화, 전설 등에 대한 이야기가 제법 풍성하게 남아 있는 편이다. 그래도 설화나 전설 등의 얘기를 오늘날의 현대적인 의미로 재해석하고 되살리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아쉬움 속에서 우리의 이야기 속에 남아있는 '마고 할미'를 되살려 낸 책이 있었다.

 

요즘 하도 경제가 어렵다 보니 맞벌이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 되었다. 젊은 층에서는 그것마저도 감당하지 못해 결혼과 출산까지도 포기하고 있지만 말이다. 어쨌든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아이들은 학원으로 내몰리거나 집에서 혼자 지내는 경우가 늘었다. 어쩔 수 없어서 돈을 벌지만 집에 혼자 있을 아이가 걱정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으면 집에서 일하는 분을 쓰는 경우도 생겼는데, 이 책도 이런 경우를 다루고 있었다.

 

맞벌이를 하는 부부가 있다. 엄마는 웨딩플래너로 돈은 많이 벌지만 너무 너무나 바쁘다. 그동안 바깥일과 집안일을 함께 해오던 아빠는 너무나 지쳐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윤이네는 집에서 가정일을 돌봐줄 할머니를 모신다. 그 할머니는 좋고 싫은게 분명하고 괴팍하고 무섭다. 하지만 집안일은 너무나 완벽하게 해내는  슈퍼 할머니였다. 윤이는 한 시간에 열 두 반찬을 해놓는 할머니를 요정이거나 마법사가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윤이는 어느 날 우연히 마고 할미 전설이 실린 책을 읽게 된다. 그런데 그날 우연히 할머니가 옛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아주 먼 옛날 얘기, 그러니까 세상이 만들어졌을 때의 여러 이야기들을 할머니가 직접 보고 들은 걸로 표현하고 있었다. 윤이는 이런 과정을 거치며 할머니가 바로 마고 할미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어린 아이다운 호기심으로 할머니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그녀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던 어느 날, 윤이는 모두가 잠든 밤에 할머니가 한복을 입고 나풀나풀 춤을 추는 것을 보게 된다. 근데 그것을 들켜 버리고 말았다. 그 다음으로 일어난 일은,,,

 

윤이는 처음에는 할머니가 카랑카랑하고 괴팍하고 깔끔을 떨어대서 무섭기만 했다. 하지만 할머니가 자신에게 해주는 옛이야기들이나 집을 든든하게 지켜주면서 자신을 맞아주는 것 등을 겪으면서 윤이는 그녀에게 마음을 열어가고 있었다. 그만큼 할머니에 대한 호기심이 높아갔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윤이는 할머니와의 관계에서 거리 조절에 실패하고 말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윤이는 오랫동안 할머니를 기억하고 그리워 할 것이다.

 

이 책에서 특히 재미있는 부분은 마고 할미의 말투였다. "난 ~하는 게 제일 싫어."라고 단정적인 말투로 단호하게 말했는데, 그게 입버릇처럼 남아서 어쩔 때는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가 어렸을 때 돌아가신 할머니가 많이 생각났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옛날에 세상을 창조해 내었던 여러 신들이나 정령, 어떤 무언가들이,,, 오늘날에도 남아 있다면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순수한 동심의 세계를 잃지 않은 어린이들은 아직도 그런 존재들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어쨌든 어떤 모습으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우리 곁에서 지내고 있을까 궁금하다. 아니면 먼 옛날에 이미 사라져 버리고 지금은 남아있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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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축일기 - 어쩌다 내가 회사의 가축이 됐을까
강백수 지음 / 꼼지락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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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직장인들이여, 일어나라!

 

 

이 책을 읽고 왠지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이 떠올랐다. 얼마 전에 '사축'이라는 신조어가 생겼다는 얘기를 듣게 되었다. 사축? 이게 뭐지? 했는데,,, 참 씁쓸하게도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들을 가리키는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직장인들을 사람으로 대하지 않고 길들이려고 하는 가축으로 대한다는 회사 오너들의 오만한 생각을 한 마디로 보여주는 말일 것이다. 이런 말이 만들어지고 책의 제목으로까지 등장하는 우리의 현실이 참 씁쓸하고 슬프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회사를 소재로 하는 '웃픈' 이야기는 넘치도록 많다. 모든 힘든 일은 떠맡아 하지만 결국 재계약이 되지 않아 직장을 떠나야 하는 불안정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미생>, 최근에 화제를 모으고 있는 <송곳> 외에도, 웃기지만 그 속에서 회사 생활의 약육강식을 꼬집는 <무한도전>의 무한상사 편 등이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왜 회사와 직원들은 함께 공존하며 성장하는 관계가 되지 못하고 있는 걸까? 80년 대부터 경제가 급속도록 발전할 때는 회사와 직원들이 맨땅에 헤딩을 하는 것처럼 달라 붙어서 어떤 어려움도 헤쳐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그 시대를 그리워하는 추억팔이가 넘쳐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 당시와 오늘 날의 회사가 많이 다를까? 그 때나 지금이나 박봉에 야근도 많이 하고 윗사람 눈치도 보고 일을 못해서 많이 깨지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다를까??

 

그 때는 그래도 회사를 키워 나간다는 '보람'은 있었을 것 같다. 그리고 성과를 내면 그만큼 좋게 평가를 받아 승진을 하기도 했다. 게다가 지금보다는 회사에 오래 재직하고 있을 확률도 높았다. 그렇다면 지금은 어떨까? 낙타가 바늘 구멍을 뚫는 것보다 더 힘든 구직 활동 후에 겨우 들어간 직장,,, 그곳에는 그곳만의 법칙이 확고한 틀로 만들어져 있다. 그 틀에 겨우 적응하려는 찰나에 정규직이 아닌 인턴이나 계약직인 사람은 다시 일을 할 수 있을까 싶어서 불안에 떤다. 그러다 정규직으로 일을 할 수 있다고 해도 언제 잘릴지, 회사가 망하게 되는 건 아닌지, 불안한 미래 때문에 삶을 즐길 여유 따위는 없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노후 생활이나 제2의 인생을 위해서 일 외에도 계속 무언가를 배워야 하고,,, 그 이후 직장에서 40~50대에 잘려서 창업을 해도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일에 대한 성취감도 보람도 없다. 회사 일에 대해서 내 열정을 불태울 여유가 없는 것이다. 그저 윗사람에게 "네네~"하며 비위를 맞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그저 하루하루를 감내하며 살아갈 뿐이다. 대체 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이 한 명의 사람이 아니라,,, 그저 쓰다 버리고, 금방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생각, 직장인이 사람이 아니라 짐승만도 못하다고 인식하면서, 무조건 회사의 단기적인 이익에만 목을 매달고 있는 회사 경영자들의 무모한 사고방식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사축일기>에서 직장인들은 동물들 중에서 가장 약한 존재인 '토끼'로 표현된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는데,,, 토끼는 어째 밟아도 밟아도 그저 당하고만 있는 존재같다. 눈은 벌게지지만 말이다. 마음은 있는데 그걸 표현하지 못하고 속으로 삭히고만 있는 우리 모두의 모습일 것이다.

 

이 책은 회사 생활의 다양한 모습들을 짧은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었다. 앞 부분은 시처럼 짧은 이야기에 직장인들의 애환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걸 읽으면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이 얘기에 공감하며 애잔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럴 때 누군가의 다정한 위로, 프리 허그가 필요한 게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이 특히 인상 깊었다. 마지막에는 이제 막 신입사원이 된 직장인의 회사 생활에 적응하는 분투기가 그려지고 있었다. 신입사원은 타임리프를 하는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자신의 회사 생활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타임리프를 이용한다. 그런데 그런 타임리프 능력을 이용해도 완벽한 회사 생활을 할 수는 없었다. 이렇게 해도 혼나고, 저렇게 해도 혼나고,,, 결국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더 혼날 걸 알지만, 신입사원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결근을 선택하고 만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결과를 알 수 있다면 인간은 완벽한 인생을 살 수 있을까? 그때는 우리가 알 수 없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어쨌든,,, 열심히 살려고 해도 맘처럼 쉽지 않은 게 우리의 인생이고,,, 특히, 직장 생활일 것이다. 그래도 열심히 살려고 애쓰는 모든 직장인들을 위해 파이팅을 외치고 싶다~!!!

 

겨우 몇 마디 핀잔을 듣는 것이 무엇이 대수냐고, 그걸 참아내는 것도 다 사회생활이라고 스스로 이야기해보지만, 지금 당장 괜찮아도 이런 생활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자신이 없어집니다. 매번 옳은 선택을 할 수는 없지만, 내가 선택한 것이 오답이라면 무엇이 정답이었는지는 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오늘처럼 정답은 '답 없음'. 언제까지 이렇게 답 없는 생활을 해나갈 수 있을까요? 나는 직장생활을 계속해나갈 수 있을까요? 아니, 사회생활을 할 수 있을까요? (192쪽)

 

 

* 네이버 책콩 서평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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