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느질 소녀 사계절 아동문고 86
송미경 지음, 김세진 그림 / 사계절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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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치유하는 아이의 이야기

 

 

예전에 어떤 마을에 개나 고양이들이 죽기 시작했다. 사람이 아닌 동물이 죽었기 때문에 그 사건은 주목받지 못한 뉴스가 되어 우리의 기억 속에서 쉽게 잊혀졌다. 미국의 유명한 연쇄살인마들은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공격성을 드러내었다고 한다. 연쇄살인마를 잡고 그의 삶을 역추적하였더니, 어렸을 때 마을에서 개나 고양이들이 갑자기 죽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개나 고양이가 죽었다고 해서 크지 않은 일로 치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나라에는 연쇄살인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아주 먼 나라의 얘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의 사람들을 보면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공격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에 간과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개나 고양이가 상처를 받듯이,,, 우리도 서로 서로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은지 모르겠다. 육체적인 상처는 물론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상처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상처를 받은 날에는 생각한다. 누군가 나의 상처를 치유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이 동화책 속에서는 그런 꿈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느 날, 수지는 자신이 기르던 강아지인 구름이가 사라졌다. 구름이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는데, 이제 거의 쇠락해 가고 있던 반달 공원에서 구름이와 비슷하게 생긴 강아지를 찾게 된다. 구름이와 비슷하지만 네 다리가 정상적으로 붙어서 뛰어다니는 강아지라 구름이라고 생각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수지는 자신이 만들어준 목걸이를 보고 구름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구름이는 한 다리를 못 썼는데 어떻게 된 일일까?

 

수지는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반달 공원으로 찾아간다. 그 곳에는 바느질을 하는 거지 소녀가 있었다. 수지의 마을에는 최근에 개와 고양이의 꼬리가 잘린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꼬리가 잘린 개와 고양이가 모두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떠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닌 모양이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것이 바느질 소녀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송미경의 단편 동화집인 <돌 씹어 먹는 아이>를 재미있게 읽어서, 이 동화책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요즘 아이들의 소재와는 관게가 먼 듯한 '바느질'을 가지고 어떤 동화의 세계를 만들어 낼까 싶었다. 그런데 <돌 씹어 먹는 아이>에서의 독특한 이야기 세계를 찾아 보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아픈 동물들을 바느질을 해서 고쳐줄 수 있다니? 게다가 인간까지? 정신적인 문제까지? 하나님 만큼의 무한한 능력을 지닌 '거지 소녀'는 대체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것일까?

 

그런데 바느질을 해서 여러 동물들과 사람을 고쳐준다는 생각은 조금은 위험한 사고일 것 같았다. 바느질을 해서 고쳐준다는 것 자체가 '부족하거나 모자란 것'을 고쳐서 '완전한 것'으로 바꾼다는 사고방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완전한 것이 '정상적인 것'이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것'은 고쳐야 하는 대상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냥 '그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어느 누구든 완벽한 사람은, 아니 완벽한 동물은 있을 수 없다. 하나님도 인간을 만들 때 똑같이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똑같이 복제한다는 것은 생명이 없은 로봇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하지만 유전자 복제도 완전하고 완벽하게 똑같게 만들어 내지는 못한다. 자라나는 환경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쌍둥이도 서로 똑같을 수 없는 것처럼.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느 누구나 조금씩은 부족한 게 당연하다. 그 부족한 것을 다른 누군가를 만나서 메우기도 하고, 그런 관계가 더 잘맞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혼자가 아닌 어우러져 함께 살아가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화를 읽으면서 조금은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 어느 누구나 하나님 같은 존재가 나타나 아픈 곳을 싹 다 고쳐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것은 자연스럽지 않은 현상이다. 내가 비현실적인 사건으로 불편함을 느낀 이유는 바느질 소녀의 그 행위 자체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선과 악이 분명한 세계이다. 그 세계 속에서 아이들은 꿈을 꾼다. 슈퍼맨과 같은 바느질 소녀를 말이다. 하지만 요즘의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자기 자신이 직접 행동하여 상황을 바꾸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나는 아이들이 직접 행동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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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주의 결혼식 푸른숲 역사 동화 2
최나미 지음, 홍선주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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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결혼 형식이 변화된 모습

 

 

누구나 결혼을 한다. 아니, 많은 사람들이 결혼을 한다. 옛날에는 부모의 강압에 의해서. 오늘날에는 개인의 선택 비중이 높아졌다. 옛날에는 결혼을 하지 않으면 개인에게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적당히 괜찮은, 자신과 맞는 사람과 만나 결혼을 했다. 하지만 이제 '결혼'은 선택이 되었다. 경제적인 이유든, 개인의 취향 문제이든 말이다.

 

보통 결혼을 하게 되면 여성의 일이 많아진다고 한다. 가사와 육아는 물론이고 명절이나 제사를 챙기는 일까지도 말이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시댁에 들어가서 사는 경우도 있었다. 그럴 때 여자는 시집 살이를 당하며 힘들게 지냈다.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이란 말도 이것 때문에 나온 우스갯 소리였다.

 

그런데 우리가 언제부터 결혼을 하고 시댁에 들어가서 살게 된 것일까? 바로 그 시점을 보여주고 있는 게 바로 이 책이다. <옹주의 결혼식>은 세종대왕 시대에 유교를 서민들에게까지 정착을 시키면서 유교적 결혼 문화를 알리기 위한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바로 세종대왕 자신의 친척을 결혼시키고 시댁으로 보낸 것이다.

 

옹주인 운휘는 자신이 하고 싶은 꼭 하고야 마는 아이이다. 자신만의 고집을 가지고 좁은 궁궐을 답답해 하는 아이였다. 자꾸 말썽을 부리는 운휘는 떠밀리 듯 결혼을 강요 당하게 된다. 궁궐 속에서의 어지럽고 비정한 정치에 의해서 말이다. 그것을 피하려고 해도 어린 나이의 운휘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주변의 여성들은 서로의 힘을 모아 세종대왕의 의견을 물리치려고 한다. 운휘에게 자신읙 결혼 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한다. 하지만 운휘는 결국 조선 최초로 시댁에 들어가서 사는 여성이 된다. 하지만 서로 엇갈리고 부딪치는 며느리와 시어머니의 사이를 처음으로 견뎌낼 수 있을까? 운휘는 시댁에서 자신의 어머니 제사를 지내려고 하지만, 시댁에서는 그걸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운휘는,,,

 

결혼 문화는 시대에 따라 변해가는 것이다. 잘 변하지 않지만 조금씩 변하기는 한다. 요새 스몰웨딩이 조금씩 뜨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도 아직 우리의 결혼 문화는 허례허식이 많은 것 같다. 두 명의 부부가 함께 해 나가는 '처음'을 빚으로 시작하고 마는 것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일까?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커플이 싸우고 깨지기도 하던가?

 

어쨌든 옹주 한 명의 결혼식을 위해 많은 여성들의 사이에서 많은 연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가 저 상황의 운휘라면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유교적인 문화의 결혼식으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갈등이 생겨나게 되었을까?

 

'결혼식'이라고 해서 전통적인 결혼식에 대한 설명이 많이 나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결혼 전 후의 상황에 대한 설명이 많았다. 운휘의 성격을 만들어 가고 왜 운휘가 결혼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나, 그리고 왜 결혼 이후 갈등이 있었고, 운휘가 결국 어떤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타당한 설명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전통 결혼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책으로 아동이 읽기에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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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아이 - 제11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문지아이들 136
장성자 지음, 김진화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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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관계, 우리는 서로를 몰라요

 

 

우리의 역사는 수많은 슬픈 사건들을 많이 겪어 왔다. 아주 짧은 시간 속에서. 특히, 광복 이후의 혼란한 상황 속에서 말이다. 어쩌면 일제강점기 때보다 더 힘들고 혼란을 겪었던 시간이 아니었을까? 왜 우리는 그렇게 힘들고 슬픈 시간들을 보내게 되었던 것일까? 어른들도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을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그걸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러한 고민이 묻어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제주 4.3 사건은 우리 역사에서 아직도 제대로 분석되지 못하고 있는 사건 중 하나다. 나도 잘 모르는 일이지만 제주 4.3 사건은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더 많은 민간인 피해가 있었다고 한다. 그것이 아무리 이데올로기의 싸움이었다고 해도 결국은 우리 민족끼리 죽고 죽이는 사이가 되고 말았다. 내가 살기 위해서는 한 마을의 친구나 이웃 사촌을 죽여야 한다. 왜 우리에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게 된 것일까? 이 모든 게 이데올로기를 가장한 인간의 탐욕이 아닐까 싶다.

 

제주 4.3 사건을 직접적으로 겪은 아이가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연화는 어느 날, 어머니와 어린 동생인 민구와 함께 덤불숲에 숨었다. 갑자기 사람들이 찾아와 마을 사람들을 죽이는 일이 벌어졌다. 왜? 소위 산사람들과 소통한 사람이 있다는 이유였다. 대체 산사람들이 누구길래? 우리의 사회 체제와는 맞지 않는 이데올로기를 믿는 사람들이다. 결국은 모든 사람을 이유 없이 죽이는 것이다.

 

이 책은 이렇게 어려운 이데올로기에 대한 내용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죽고 어머니까지 죽은 상황의 충격을 겪은 연화는 자신에게 남은 민구를 위해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한다. 게다가 민구는 정신적으로 불안을 겪는 아이여서 연화는 더 힘든 시간을 보낸다.

 

연화는 민구를 데리고 아빠의 친구에게 몸을 의탁한다. 그곳에서 자신의 신분을 속이고 해녀의 물질을 배우며 지내게 된다. 하루하루 마을 사람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언제 자신의 신분이 들통 나서 붙잡혀 죽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문제가 생기면 동생인 민구를 돌볼 수 없기 때문에 어린 나이의 연화는 필사적으로 노력한다.

 

수영을 못하는 데도 매일 깊은 바다 속으로 들어가 잠수 훈련을 한다. 나중에는 결국 물속에 잠수해 작은 전복을 따기까지 한다. 하지만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을 마을에 들이지 않기 위해 마을 외곽에 돌덩이를 쌓으면서 갈등이 생기기 시작한다. 외부 사람들을 받아 들이려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을 막으려는 사람들,,, 그러한 갈등 속에서 그들을 죽일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권력자가 등장한다. 그 권력자는 사람들끼리 서로 싸우다가 자중지란에 빠지길 원한다.

 

그리고 결국 연화는 자신의 신분이 들통 난다. 그리고 자신의 오빠일지도 모르는 산사람을 불러내는 데에 이용 당한다. 그때 자신과 만나게 되었던 마을 사람들과 마주 서게 된다. 서로를 알고 있냐는 권력자의 질문! 고민하면서 서로의 눈치를 살피던 그들은 결국,,,

 

한민족끼리 서로에게 총을 겨눈 슬픈 현실 속에서 어린 아이는 엄청난 슬픔을 겪는다. 그 아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이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대체 '연화'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겠냐고 말이다. 어른으로서 이런 슬픈 일을 설명해 주기가 얼마나 난감한지,,, 게다가 그 슬픈 일이 아직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 씁쓸할 뿐이다. 하지만 이 동화책을 통해서 그 당시의 슬픈 사건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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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5-29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광주 민주화운동은 잘못 왜곡돼서 전달되고 있어서 문젠데, 제주 4.3 사건은 모르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문제입니다.

바람향 2016-05-30 18:58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우리나라의 역사인데도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잊혀진 사건들이 얼마나 많은 걸까요? 우리의 현대사는 너무나 슬픈 일들이 많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ㅠ
 
돌 씹어 먹는 아이 - 제5회 창원아동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61
송미경 지음, 안경미 그림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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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세계관이 돋보이는 동화집

 

 

내가 동화책을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나마 읽은 동화책 중에서 보면 이런 내용의 동화를 본적이 없는 것 같다. 이 동화책을 읽어보면 독특한 세계관이 돋보인다. 그래서 동화집이지만 정작 어린이보다는 어른들이 그 독특한 분위기를 더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힐링을 주목적으로 하는 '어른을 위한 동화'라고 할 수는 없다.

 

얼마 전에 이 책의 저자인 송미경 작가의 강연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본인의 경험담을 살린 재미있는 강연이었다. 그 중에서도 기억에 남았던 것은 송미경이 동화 쓰는 것을 포기하려고 했던 시기의 얘기였다. 그녀는 등단을 하고 난 이후에 몇 년 동안 자신의 글 세계에 대해서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만족할 만한 동화를 쓰지도 못한 시간을 보내며 동화를 포기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몸이 아파서 병원에 입원해 있었던 송미경은 한달 동안 자신만을 위한 동화를 쓰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상을 준다는 의미로.

 

거의 하루에 한 편 가까이 쓰면서 고통스럽고 힘들기도 했지만 어쨌든 가까스로 자신만을 위한 20편의 동화를 적어낼 수 있었다. 그리고 때마침 작품을 원한다는 전화를 받고 작성한 원고를 정리해서 보낸다. 그 동화집들로 인해서 송미경은 드디어 평단에 이름을 알릴 수 있었다. 조금씩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송미경은 그렇게 동화 창작의 세계로 본격적으로 들어선다.

 

무엇이든 끝까지 매달리고 난 후에야 달콤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지금까지 너무나 쉽게 포기해 버리는 내 자신이지 않았을까 반성해 보았다. 30 중반이라는 늦은(?) 나이에 유학을 결심한 사람도 있듯이, 무슨 일을 하든 '늦은 나이'라는 건 없는 것 같다. 예전에 어떤 책에서 80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사하라 사막을 걷는 할머니를 만났다. 자신에게 생일 선물을 준다는 의미로 사막을 횡단하는 할머니가 그렇게 멋져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어쨌든 송미경은 미술을 배운 적이 있어서 동화를 쓸 때 그림 그리기를 많이 활용한다고 한다. 그림 한 장에는 글로 쓰는 것보다 더 많은 이야기들이 내포되어 있을 수 있다. 그림을 그리 듯 하나의 장면을 눈에 보이 듯 서술할 수 있다면 글을 쓰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이 동화집 중에서 가장 강렬했던 것은 처음으로 나오는 <혀를 사왔지>라는 작품이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시원이는 무엇이든지 파는 시장에 갔다. 이곳에서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자신이 태어난 해의 동전을 내야 한다. 그 시장에서는 각종 표정에 맞는 눈썹이나 귓속말을 듣는 귀나 안에 넣는 순간 무엇이든 사라지는 지갑, 다양한 동물 꼬리 등을 팔았다. 시원이는 그곳에서  무슨 말이든 시원하게 할 수 있는 혀를 사왔다. 신기하게도 그 혀를 입에 넣는 순간 입안에 착 달라 붙었다. 그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시원이가 평소에 하고 싶었던 말을 거침없이 쏟아낼 수 있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분노조절장애로 인한 폭력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들은 평소에 얼마 만큼 속엣말을 꺼내서 하고 있을까? 속엣말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속엣말을 잘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나이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는 혀가 있다면 나도 잠깐 사용하고 싶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들을 향해 "그러지 마!"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고양이가 진짜 부모라고 나타난 아이가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 따뜻하고 미지근한 돌을 씹어 먹는 아이의 이야기 외에도 신기하고 다양한 이야기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다. 누구든 이 동화책의 분위기를 한껏 살리는 일러스트와 독특한 세계관의 동화를 재미나게 읽어볼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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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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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원이 이뤄지길,,, 그 결과가 무엇이든

 

 

우리는 꿈을 꾼다.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나서 나의 소원이 이뤄지길 바란다. <알라딘>의 마법 램프에서 '지니'가 내게도 나타나기를 얼마나 소원했던가. 어른이 되어서야 '지니'가 얼마나 허황된 것이었는지 알게 된 이후에는 더 이상 지니를 꿈꾸지 않게 되었다. 이제는 '로또'를 사서 대박의 꿈을 꾼다. 돈이 많으면 나의 소원은 무엇이든지 이뤄질 수 있을까? 그러면 나는 행복해지게 될까?

 

'위저드 베이커리'는 누구나 한 번쯤 꿈꾸었을 만한 공간이다. 평범한 빵이나 쿠키를 먹었는데, 그것을 통해 내가 바라는 일이 이루어지게 되다니 말이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누구가와 사랑하고 싶기도 하고, 나를 못살게 구는 누군가를 괴롭히고 싶기도 하다. 그래서 이 '위저드 베이커리'라는 공간은 온,오프라인에서 꼭 있을 만한 공간 같다. 마법을 사용해서 내게 관심이 없는 사람을 나를 돌아보게 만들고 싶다. 그리고 나를 못살게 구는 누군가에게 저주를 퍼붓고 싶기도 하다. 이런 생각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정말로 이뤄지면 어떻게 될까?

 

<위저드 베이커리>는 소원이 이뤄지고 난 이후의 결과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을 읽는 청소년들은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받아들일 위험이 있다. 그리고 어떤 일의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장난으로 일을 벌이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은 어떤 일의 결과를 심각하게 생각할 수 있는 반성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어렸을 때 엄마에 의해 지하철 역에서 버려졌다.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일반 시민들에 의해 역무원으로 인계 되었다. 병원과 경찰서로 옮겨지면서 일주일 만에 아버지를 찾게 된다. 엄마는 뭔가 힘든 상태였다. 결국 엄마는 자살을 하게 된다. 그 이후 아버지는 교사인 배 선생과 재혼하게 된다. 그 배 선생에게는 무희라는 딸이 있었다. 주인공은 낯선 가족들과 친해질 수 있었을까?

 

주인공은 집에 잘 적응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매일 집 앞에 있는 '위저드 베이커리'라는 빵집에서 빵을 사먹는다. 그러던 어느 날, 무희의 옷에서 피가 묻은 걸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학원 상사를 고발하며 사태는 일파만파로 커진다. 학원 강사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오히려 배 선생을 고소한다. 수세에 몰린 배 선생은 무희를 닥달하는데, 무희는 얼떨결에 옆에 있던 주인공을 가리킨다. 그리고 주인공은 집을 뛰쳐나가 위저드 베이커리에 몸을 의탁한다. 그곳에서 주인공은 '마법의 빵'을 만나게 된다.

 

마법의 빵은 생각보다 달콤하지만은 않았다. 어떤 아이는 별 생각 없이 혼내주는 빵을 먹여서 친구를 자살 시도를 하게 만들었다. 그 사태를 바꿔보고자 했지만 자신이 만든 결과를 바꾸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사랑을 이뤄주는 빵을 먹였다가 상대방이 집착을 하게 되어 도리어 떼어내기 위한 저주의 빵을 사려고 했다. 그 빵을 사지 못해서 결국 몸을 다치게 된다.

 

이 외에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빵이 있지만 그것은 세상이 흘러가는 인과율에 반하기 때문에 쉽게 가질 수 없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먹으면 입 속에서 톡톡 터지며 말을 하는 신기한 빵도 있었다. 이런 빵들을 우리 현실에서 진짜로 만날 수 있다면 막상 더 많은 고민을 하며 힘들어 할 것 같다.

 

이 책에서 나오는 상황들은 의외로 현실적이다. '마법'이라는 말이 있어서 환상적이고 달콤할 것 같지만 책 속의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이 선택한 결과가 잔인하게 현실적으로 나타난다. 그 선택에 의한 '책임감'이 무겁게 다가왔다.

 

마지막 결말이 씁쓸했다. 우리 현실에서도 많이 일어나는 상황이라서 더 할말이 없지만 말이다. 이런 현실을 청소년 성장 소설 속에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어른으로서 아이들에게 많이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그리고 시간을 되돌려 다른 선택을 했어도 마냥 행복하지는 않다는 사실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가끔은 내가 다른 선택을 하면 다른 결과가 되었을 것 같은데,,, 막상 더 나쁜 상황이 될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지금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최선을 다한 '선택'이다. 그 선택의 결과는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그 결과 자체를 받아들이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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