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 전쟁 큰곰자리 21
전은지 지음, 이경석 그림 / 책읽는곰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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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친구 화해 시키기

 

 

어렸을 때는 사소한 일로 친구들과 많이 싸웠던 것 같다. 특히, 더 곤란했던 상황은 내가 잘 알고 있는 친한 친구들끼리 싸우게 됐을 때였다. 그 친구들 사이에서 내가 낀 상황이 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 지 많이 고민스러웠다. 그들이 서로 자기 편을 들라고 하면 더욱 더 힘든 상황이 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 둘을 화해시키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며 서로의 오해를 풀기 위해 애쓰며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그럴수록 늪에 빠지는 것처럼 그 둘은 서로의 오해가 더 높게 쌓이며 갈등의 골이 깊이지기 일쑤였다. 나는 좋은 의도로 서로의 말을 전달했는데, 본인들은 자기들 위주로 한번 꼬아서 받아들여 사이가 더 나빠졌다.

 

이 동화책은 이런 상황을 그린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신헌철은 싸우는 아이들 가운데에 끼게 되었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이 딱 들어 맞는다. 게다가 싸우는 아이들이 자신과는 뗄레야 뗄 수 없이 친한 사이다. 단짝 친구인 지현이와 이종사촌이 수혜가 한 달째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처음에는 사소한 일이었다. 수혜가 지현이 이름이 여자같다고 놀렸던 것이다. 하지만 지현이는 자기 이름을 가지고 놀리는 걸 가장 싫어했다. 지현이가 수혜에게 화가 나 있다는 것을 안 헌철이는 자기도 모르게 이종사촌인 수혜의 입장을 대변하게 되었다. 수혜가 나쁜 의도로 일부러 놀리려고 그런 말을 했던 것은 아니라는 식으로 말이다. 수혜가 말이 조금 직설적이라 다른 애들이 듣기에는 잔소리나 참견으로 들을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둘의 관계를 좋게 만들어 보려던 헌철이의 노력은 지현이가 수혜의 따돌림 사건을 떠벌리는 바람에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지현이에게 수혜의 입장을 전달한다는 것이 헌철이는 자기 스스로 수혜의 약점을 떠벌린 꼴이 되었다. 그리고 수혜에게 지현이의 입장과 상황을 전달한다는 것이 그만 지현이의 약점을 말해준 게 되어 버렸다.

 

지현이는 수혜의 따돌림 사건을 상기시켰고, 수혜는 지현이와 라이벌 관계에 있었던 여자 지현이를 데려와 그의 아픈 기억을 들쑤셨다. 그렇게 시작된 둘의 갈등은 한 달이 넘도록 사사건건 부딪히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결국 선생님은 둘에게 극단의 처방을 내린다. 서로에게 할 말이 있으면 쪽지로 써서 전달하라고 말이다. 그리고 선생님은 헌철이를 남겨서 둘이 왜 싸우게 되었는지 묻는다.

 

헌철이는 스스로의 잘못으로 둘의 싸움이 더 커졌다는 말을 도저히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간략하게 전달하게 되는데,,, 선생님은 그들을 친하게 만들기 위해 하나의 모둠으로 묶어서 과제를 내준다. 모둠에서 학급 신문을 만드는데, 헌철이와 수혜, 지현이는 원어민 선생님의 인터뷰를 맡게 되었다. 하지만 수혜와 지현이의 싸움으로 헌철이는 인터뷰를 하지 못하는 위기를 맞게 된다. 그래서 헌철이는 수혜와 지현이의 사이를 화해시킬 수 있는 방법 찾는다,,,

 

어린이들은 작은 일에도 감정적으로 싸울 때가 많다. 그 갈등이 깊어졌을 때 어떻게 화해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특히, 수혜와 지현이가 쪽지로 싸우는 과정과 화해하는 과정이 재미있게 그려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헌철이가 발을 동동거리는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며 따뜻한 코코아가 무척 그리워졌다. 이 책을 읽고 아이들 스스로 화해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 인터파크 신간리뷰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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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전쟁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10
로버트 코마이어 지음, 안인희 옮김 / 비룡소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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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념과 너의 게임 논리 사이에서

 

 

1974년에 출판되었다고 하니, 꽤 오래된 책이다. 작가는 자신의 아들인 피터가 학교에서 초콜릿을 판매해야 한다는 논리에 저항했던 일을 계기로 이 책을 적게 되었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실제로 이런 학교가 있을까 싶었는데, 실제 있었던 일이라니 놀라웠다. 만약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이런 일어 실제로 벌어졌다면 금방 온라인 뉴스에 나오며 난리가 났을 것 같았다.

 

이 책을 읽으며 놀랐던 점은 청소년 문학이면서도 청소년들의 생각과 생활을 사실적이고 적나라하게 표현했다는 점이다. 아동이나 청소년 문학이라고 하면 흔히 계몽적이고 정의로운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일반적인 생각을 깨고 있었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약하고 그에 대립하는 악한 캐릭터는 너무나 강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특히, 악한 캐릭터는 학교 전체를 좌지우지 하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머리가 비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캐릭터는 게다가 운도 무지 좋았다.

 

이러한 캐릭터를 기반으로 전개된 내용은 사실 충격적이었다. 원래의 청소년들의 모습을 전혀 미화하지 않고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들이 가진 생각과 가치관은 분명 어른의 세계와 크게 다를 게 없을 것이기 때문에 더욱 더 씁쓸한 면이 있었다. 현재 우리 청소년들은 이 책에 나오는 청소년들과 얼마나 다르거나 같을지 궁금했다.

 

특히, 무엇보다도 이 책의 마지막 결말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이 산산히 부서졌다. 청소년 문학이라고 하니 마지막 결말도 결국 '정의'가 이기고 '악'이 죗값을 치루는 것을 기대하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권선징악'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은 전혀 그런 일반적인 논리를 따르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이 더욱 가치 있게 돋보이는 건지도 몰랐다.

 

많은 것이 개방적인 미국에서도 이 책은 오랫동안 금서로 지정되었고, 책을 없애려고 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금서로 지정될 정도면 이 책이 청소년들을 얼마나 사실적이고 부정적으로 그리고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교사나 사서들이 이 책을 옹호하며 학생들에게 권하고 가르치는 교재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이 책은 전세계적으로 청소년 문학의 고전으로 <호밀밭 파수꾼>과 쌍벽을 이루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제리 르노와 롤랜드 구버트는 명문 사립 고등학교인 트리니티에 다닌다. 그들은 학교에서 존재감이 미비한 아이들이었다. 그들은 친구 사이로서 함께 풋볼 선수로 연습에 매진하였다. 제리 르노는 얼마 전에 엄마를 잃고 어떤 상실감에 빠져서 힘들게 생활하고 있었다. 로랜드 구버트는 달리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소년이었다.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나름대로 지내던 그들은 어느 날에 '야경대'라는 학교 사조직의 부름을 받게 된다.

 

'야경대'는 소위 학교의 지하 조직으로서 학생들에게 짖궂은 게임을 명령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특히, 야경대의 두뇌인 아치 코스텔로는 폭력을 싫어하면서도 뛰어난 두뇌와 심리 게임으로 학생들을 조종하며 재미있는 장난을 창의적으로 만들어 낸다. 이러한 장난에 평범한 소년이었던 르노와 구버가 휩쓸리고 말았다. 

 

이때, 학교에서 레온 선생은 교장 대리로서 학생들에게 초콜릿 판매를 강요한다. 아치는 제리에게 초콜릿 판매를 거부하라는 게임을 명령한다. 레온 선생에게 반항하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었던 제리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힘들어 한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레온 선생을 당황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어떤 희열을 느낀다. 그래서 야경대와의 게임이 끝난 이후에도 초콜릿 판매를 거부한다.

 

하지만 제리의 명령 거부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아치는 어떤 음모를 꾸민다. 제리의 행동으로 야경대의 존재가 위협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치는 학교 전체가 제리를 왕따 시키도록 만들었다. 그러면서 야경대 조직을 활용하여 초콜릿을 모두 판매한다. 제리의 몫만 남겨두고. 아치는 제리와 힘쎈 친구를 권투 경기장에서 맞대결을 벌이도록 한다. 그리고,,,

 

약한 존재를 괴롭히는 이러한 모습은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아치는 머리가 비상하고 긴장감을 즐기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그려지는데, 누구나 학교에 영향력을 끼치는 아치와 같은 존재가 되고 싶을 것 같았다. 서로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세계를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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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하의 소녀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
티에리 르냉 지음, 조현실 옮김 / 비룡소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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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춰버린 한 소녀의 이야기

 


한 소녀가 있다. 집에 들어 온 소녀는 가만히 침대를 노려본다. 소녀는 갑자기 침대 위에 놓여있는 인형에 위해를 가한다. 배꼽 부분에 불을 붙이고 지문을 찍는다. 그 행동을 하고 난 이후에 가만히 있던 소녀는 순간적으로 미안하다며 울음을 터트린다. 소녀에게는 어떤 슬픔 사연이 있는 것일까?

소녀를 바라보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담임 선생님의 시선이 있다. 엄마에게는 소녀가 참 말을 안 듣고 속을 썩히는 딸이다. 아빠에게는 아내에게 과도하게 혼이 나는 걸 막아줄 수 없어 안타까운 딸이다. 담임 선생님에게는 갑자기 머리를 자르고 오고 말수가 적어져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학생이다. 대체 소녀는 어떤 비밀을 품고 있는 것일까?

 

담임 선생님은 소녀가 걱정스럽다. 그래서 소녀에게 뭔가 도움이 될만한 일은 없을까 고민한다.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소녀에게 더 이상 다가가고 싶지 않다. 소녀에게는 뭔가 자신의 과거를 생각나게 하는 게 있었다. 다시 생각하기 싫고 꺼내기 싫은 꺼림칙한 과거를 떠올리게 만드는 소녀가 무섭기도 한다. 어린 나이의 그녀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이 소설은 어떤 구체적인 사건이 전개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소녀의 현재의 감정과 담임 선생님의 과거가 조금씩 겹쳐진다. 소녀가 자라면 담임 선생님의 마음을 가지게 되는 건지도 모른다.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 무언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간다. 담임 선생님은 소녀에게 손을 내밀어 주고 싶다. 하지만 지금까지 자신을 보호해 온 틀을 깨기가 너무나 힘들다. 어떻게 해야 할까? 선생님은 소녀를 구해주는 것으로, 과거의 무기력 했던 자신을 구원해 줄 수 있을까?

 

담임 선생님은 과거의 '그 일' 이후에 자신의 사진을 불태워 버린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자신에게 배달 된 사진 한 장을 지금까지 갖고 있어 왔다. 그 사진은 자신을 과거의 어린 소녀에게 옭아매는 굵은 쇠사슬이다. 선생님은 그 사진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치지만 용기 내기가 쉽지 않다.

 

소녀도 '그 곳'에서 벗어나고 싶다. 하지만 엄마는 자꾸 자신을 그곳으로 보낸다. 소녀는 나름대로 저항을 해보지만 그것은 말을 안듣는 아이의 반항일 뿐으로 비칠 뿐이다. 아무도 자신의 얘기를 들어주려고 하지 않는다. 마음 속에서 어떤 울분이 솟아오른다. "날 구해줘, 날 구해줘, 제발!"

 

소녀는 얼어붙은 운하를 쳐다본다. 자신이 꼭 그 운하 같다. 매서운 추위 속에서 자신은 얼음이 되어간다. 그걸 막을 수 없다. 자신에게 손을 뻗는 '그 사람'의 손길을 벗어날 수 없다. 소녀는 자신의 마음을 배반하는 몸의 반응에 죄책감을 느끼고 괴로워 한다. 인형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동을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하지만 네 잘못이 아니야."

 

꼭 어떤 사건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청소년들이 수많은 상처로 힘들어 한다. 심각한 일일 수도 있지만 정말 사소한 작은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본인에게는 정말 세상에서 가장 심각하고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 오늘날의 수많은 청소년들이 방황하며 '운하의 소녀'처럼 얼어붙어 가는 건 아닌지 안쓰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기 힘든 아이에게 저지르는 나쁜 범죄가 더 이상 없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나의 꿈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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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혜 지음, 이효실 그림 / 천개의바람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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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이에 있는 경계선에 대한 이야기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영역을 가지고 있다. 그 영역이 얼마나 넓은지는 그 사람만의 고유한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어쨌든 그 영역은 사람들 사이에서 겹쳐지기도 하고 아주 멀리 떨어져 있기도 하다. 서로 가까운 사이라고 한다면 서로의 영역이 겹쳐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끔은 자기만의 영역을 침범 당했다면서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 동화책에서도 '개인의 영역'에 대한 상황을 다루고 있었다.

 

 

준수는 지아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지아에게 좋다며 껴안았다. 하지만 지아가 준수를 밀치며 화를 냈다. 준수는 이해할 수 없었다. '좋아서 껴안았는데, 왜 화를 내지?' 그 다음에는 지아가 화를 내는 이유를 차근차근하게 다양한 사례를 들면서 설명해 주고 있었다.

 

 

 

국가 사이에 국경이 경계선으로 있는 것처럼 사람 사이에도 경계선이 있다. 그래서 서로 간의 영역을 지켜주어야 한다. 특히, 우리의 '마음'에도 경계선이 있어서 좋은 기분을 느끼는 아이가 있는 반면에 조금 기분이 우울하거나 슬픈 아이가 있을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 아이들의 마음의 경계선을 지켜주어야 한다는 점을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경계선을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국가 간의 전쟁이나 교통사고가 일어나거나, 교실이 엉망진창이 되어 다칠지도 모르게 된다. 그래서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경계선'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경계선을 지키는 방법은 바로 '똑똑' 노크를 두드리며 허락을 구하는 것이다. 선생님 방으로 들어가거나 화장실 안으로 들어갈 때처럼 말이다. 그래서 한 사람의 영역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친구의 허락을 먼저 구하고 그 다음에 다가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준수는 비로소 좋아서 껴안았는데, 지아가 화를 내는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준수는 미안하다며 지아에게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앞으로 서로 더 친하게 지내자며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사람 간의 경계선의 중요성을 보여주면서 낯선 사람을 경계해야 하는 성폭력 예방 교육도 함께 담겨 있어서 좋았다. 이 책을 읽고 위험에서 벗아나기 위한 행동지침을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았다.

 

 

* 인터파크 신간리뷰단으로서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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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레미, 오늘도 무사히 사계절 1318 문고 86
자비에 로랑 쁘띠 지음, 김주열 옮김 / 사계절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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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통해 성장하는 형제의 이야기

 

 

'제레미'는 평범한 한 소년일 뿐이었다. 단지 미국의 작은 소도시에서 학교를 중단한 후에 동생과 음악을 연주하는 아이였다. 제레미는 무엇을 하고자 하는 염원이나 열망이 없었고 하루하루를 그저 그렇게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제레미를 보는 친동생과 가족들의 불만은 조금씩 높아지기 시작했다.

 

'제레미'는 어쩌면 오늘날의 많은 청소년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에도 해마다 많은 수의 학생들이 학교를 다니는 학업을 중단한다고 한다. 홈스쿨링을 하거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하는 학생들도 있지만, 자신이 할 일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학생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제레미는 그런 청소년들의 모습을 나타내는 표상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제레미는 자신을 찾아와 솔깃한 이야기를 건네는 사람들의 말에 넘어가 어떤 종이에 싸인을 하고 만다. 그 종이는 바로 군대에 입대를 하겠다는 서약서였다. 가족들은 함부로 싸인을 했다고 걱정했지만, 제레미는 단지 다리를 놓을 뿐이라며 당당하게 말했다. 하지만 제레미가 막상 군대에 들어가 보니, 그렇지 않은 현실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특수부대로 들어가 고된 훈련을 받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는 결국 걸프전에 참전하게 된다,,,

 

제레미의 아빠는 바로 베트남전에 참전한 일등 사수였다. 그 당시 아빠의 사진들이 남아 있어서 형제들은 그걸 보며 아빠의 거짓말을 하게 된다. 이 부분에서 직접 군인들이 발로 뛰어야 했던 베트남전과 모든 게 기계화 되어 전쟁 게임 같아 현실감이 없었던 걸프전과 비교가 되기도 했다.

 

오늘날의 청소년들에게 '전쟁'이란 무엇일까? 옛날에 대포나 총이나 칼로 직접 적과 맞닿뜨리며 싸워야 했던 전쟁과는 다르게 생각할 것이다. 그저 버튼 하나 누르면 미사일이 날아가게 설정된 전쟁에서 인간은 그저 먼 곳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 정도로 현실감이 없을 것이다. 미래에 대한 아무런 희망이나 열망도 없는 청소년들이 일상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PC방으로 달려가 전쟁 게임을 벌이는 것처럼 말이다.

 

이 소설의 구성 형식은 제레미 형을 관찰하는 동생의 시점에서 서술되고 있다. 형이 겪는 참혹한 전쟁 이야기와 함께 미국의 평화로운 소도시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첫사랑에 설레는 동생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군대 생활을 견디지 못한 형이 선택한 것은 결국,,,

 

이 책의 결말때문에 미국에서 오랫동안 금서로 지정되어 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읽기에는 국내의 문제와는 별개로 작용하여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해주었다.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형과 동생이 대비되는 구성은 청소년 문학에서 전쟁을 다루는 데에 딱 들어맞는 형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의무적으로 군에 입대해야 하는 국가로서 공감하는 부분도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오늘도 무사히'는 전쟁에서 하루 하루를 겨우 살아남아야 그들이 서로에게 묻는 말이기는 했지만,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 자신에게도 던져지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도 무사히'보다는 '오늘만이라도 무사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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