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막대기 아빠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203
줄리아 도널드슨 지음, 노은정 옮김, 악셀 셰플러 그림 / 비룡소 / 2000년 6월
평점 :
[들어가며]
'막대기 아빠'라는 그림책을 즐겁고 재미있게 읽었다.
이 그림책은 정말 많은 것을 나에게 보여주고 있어서,
첫 번째는 막대기 아빠의 줄거리와 느낌을,
두 번째는 막대기 아빠의 역할들을,
세 번째엔 막대기 아빠의 개성에 대한 이야기로 나누어 보았다.

첫 번째 -줄거리와 느낌
누군가 ‘인생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했던가, 그림책 ‘막대기 아빠’는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이야기이다. 이야기는 커다란 보금자리 나무 집에서 알뜰살뜰한 아내와 함께 올망졸망한 아이들 셋을 기르는 막대기 아빠 가족이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나뭇가지의 잎새들이 작고 앙증맞은 모습으로 파릇파릇 돋아나는 어떤 화창한 봄날, 막대기 아빠는 산책을 나갔다가 나뭇가지 위의 다람쥐가 “어머머머, 개를 조심하세요!”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는다. 다람쥐의 말과 함께 개에게 발견 된 막대기 아빠는 던지면 물어오고, 던지면 물어오는 장난감 막대기가 되어 개와 개의 주인에게 시달림을 받는다. 하지만 개는 공원의 경비에게 발각되었고 ‘개를 풀어놓지 마시오.’란 표지판의 글처럼 개의 주인은 더 이상 막대기 아빠를 소유할 수 없게 되며 막대기 아빠는 그 자리에서 도망친다.
마침내 집을 향하여 허둥지둥 도망치던 막대기 아빠는 "어머머머, 막대기 아빠 여자 아이를 조심하세요!“ 라는 파랑새의 말과 함께 막대기 아빠는 다시 여자아이의 눈에 발견되었고 그 여자 아이의 장난감이 된다. 막대기 아빠는 여자 아이에게 ”난 막대기 아빠야, 막대기 아빠라고! 아, 가족들이 있는 보금자리 나무에서 멀어지고 있어!“ 라고 외치지만 아무도 막대기 아빠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막대기 아빠는 여자 아이의 손에 의해 시냇물에 던져지고 막대기 아빠는 시냇물을 따라 떠내려가던 막대기 아빠는 알을 낳아 품으려는 백조의 눈에 발견되고 백조의 둥지를 만드는데 사용된다. 백조의 둥지가 된 막대기 아빠는 백조의 알이 부화되어 아기 백조가 태어날때까지 둥지를 떠나지 못한다. 그 동안 시간은 흘러서 무더운 여름이 된다.
백조의 둥지를 떠난 막대기 아빠는 강물을 따라 흘러흘러 집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진 바닷가로 간다. 바닷가엔 해수욕을 하는 사람들이 수영을 즐기거나 모래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막대기 아빠는 어느 아저씨의 손에 의해 모래성의 깃발을 단 깃대가 된다. 몹시 기분이 상한 막대기 아빠는 자신의 몸에 걸린 깃발을 떼어낸다.
“쳇, 나는 깃발을 다는 깃대가 아니라고!”
깃발을 떼어내 버린 막대기 아빠는 다시 전쟁놀이하는 나무칼이 되었다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이의 책가방 걸이가 된다. 또 어느 여자 아이의 그림 그리는 나뭇가지가 되기도 하고, 인디안 소녀의 활이 되었다가 어느 남자 아이의 야구 배트가 되었을 땐 나뭇잎이 노랗게 물드는 가을이 다가온다.
그런데도 막대기 아빠가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다. 막대기 아빠는 여전히 사람들의 눈에 발견되고 흰눈이 내리던 어느 날 부메랑이 되어 던져진다.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뒤덮은 날 눈사람의 팔이 되었던 막대기 아빠는 길을 잃고 헤매다가 차가운 눈 위로 푹 쓰러져 잠이 든다.
하지만 막대기 아빠는 사람들 눈에 여전히 쓸모있는 막대기로 보였고, 마침내 벽난로의 땔감으로 쓰이게 된다. 깊은 잠에 빠진 막대기 아빠를 잠에서 깨운 것은 “으허, 으랏차차, 끙! 굴뚝에 끼었어요! 누가 좀 도와줘요!”라고 외치는 굵고 나직한 목소리 때문이었다.
막대기 아빠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 두리번거렸고, 마침내 소리나는 곳을 북북 긁고 벅벅 긁어서 굴뚝에 끼인 목소리의 주인공이 내려올 수 있도록 도와준다. 쿵! 목소리의 주인공이 굴뚝에서 내려오자 막대기 아빠는 깜짝 놀란다. 그는 바로 산타 할아버지였기 때문이다.
“막대기로군, 자넨 정말 훌륭해! 고맙네, 고마워! 자네가 아니었다면 계속 굴뚝에 끼어 있었을 거야.” ‘훌륭한 막대기 아빠.’ 막대기 아빠가 얼마나 기뻤을까! 가족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훌륭한 막대기 아빠’를 알아 봐 준 건, 이 세상의 어느 누구도 아니고 바로 산타 할아버지였다.
이 훌륭한 막대기 아빠는 산타 할아버지를 도와 이 집 저 집 다니면서 선물을 나누어준다. 마침내 선물을 다 나누어준 산타할아버지는 맨 마지막 집이 남아 있다고 한다. 그 맨 마지막 집은 누구의 집일까? 그 집은 바로 막대기 아빠가 지금까지 몹시도 가고 싶어하던 집, 너무나 멀리 떨어져버린 집으로 가고 싶어하는 막대기 아빠의 집이었다.
그 머나먼 길을 막대기 아빠는 산타 할아버지의 썰매를 타고서 단숨에 갈 수 있었고,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과 함께 그리운 가족들을 만나 서로의 품에 안겨 기쁨의 눈물을 흘릴 수 있게 된다.
이 그림책의 그림은 정말 매력적이면서 아름답다. 얼마나 아름답던지, 한슬이(5세)에게 천천히 텍스트를 끝까지 읽어 준 다음, 아름다운 그림들을 함께 보면서, 그림책에 숨어 있는 것들을 찾기 시작했는데, 그건 바로 매 장면마다 “어머머머, 막대기 아빠! 개(여자아이, 백조, 아저씨)를 조심하세요!”라는 등의 말을 한 동물들이 누구인지 찾아내는 놀이였다.
한슬이는 “어머머머! 막대기 아빠 조심하세요!” 라며 말하는 장면의 그림들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어머머머! 막대기 아빠 조심하세요!”라고 말해 준 다람쥐, 파랑새, 개구리, 갈매기, 작은 새를 잘 찾아냈다.
또 막대기 아빠가 곤경에 처할 때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림책의 그림들은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변화되는데, 한슬이에게 나뭇잎이 움트는 봄, 해수욕장이 등장하는 여름, 나뭇잎이 노랗게 물드는 가을, 하얀 눈이 펑펑 쏟아지는 겨울로 변화되는 그림들을 이야기해 주었더니 더욱 흥미로워 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막대기 아빠가 가족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가족을 사랑해 왔었는지를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 번째 -막대기아빠의 역할들
다른 한 편 막대기 아빠 그림책을 잘 살펴보면 막대기 아빠가 산책을 하던 도중에 집을 벗어나게 되는데, 그 동기는 막대기 아빠의 몸이 매우 쓸모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개를 풀어놓은 주인이 막대기 아빠를 던지면 물어오는 개의 주인에게 쓸모가 있고, 두 번째로는 막대기를 시냇물에 던지는 놀이에 쓸모가 있게 된다.
세 번째는 둥지를 지어 알을 낳아 기르려는 백조에게 쓸모 있는 막대기가 되었고, 네 번째엔 모래성에 꽂을 깃발이 필요한 아저씨에게 쓸모 있게 된다. 다섯 번째엔 어떤 아이의 나무칼로서, 또 다른 아이의 가방걸이로서, 어떤 여자 아이의 그림 그리는 막대기로서, 또 어떤 인디안 여자 아이의 활로서, 어떤 남자 아이의 공을 치는 방망이로서, 어떤 남자 아이의 부메랑으로서, 또 어떤 아이가 만든 눈사람의 팔로서......
막대기 아빠의 쓰임새는 참으로 많고도 많다. 하지만 그 일들은 모두 남을 위하는 일이지, 결코 막대기 아빠를 위한 일은 아니다. 뿐만 아니라 그 일들은 마치 막대기 아빠의 운명처럼 찾아와서 막대기 아빠로 하여금 집에서 너무나 멀리 떠나오게 만들었다. 때문에 막대기 아빠가 사회적으로는 쓸모 있는 막대기일지 몰라도 막대기 아빠 개인에겐 너무나 피곤한 일이고, 집에서 너무나 멀리 떠나와서 길을 잃어버렸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막대기 아빠가 인정 없고 마음씨가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그가 백조의 둥지로 사용되었을 때, 막대기 아빠는 백조가 알을 품어 새끼 백조가 태어나서 둥지를 떠날 때까지 잘 참아주었기 때문이다.
막대기 아빠가 훌륭한 점은 그뿐만이 아니다. 막대기 아빠는 아이들이 나무칼로 사용할 땐 마치 칼인 것처럼 용도에 맞게 몸을 잘 겨눠주었고, 가방걸이로 사용할 땐 가방을 잘 걸치도록 해 주었으며, 여자 아이가 땅위에 그림을 그릴 땐 그림이 잘 그려지도록 몸을 펼쳤으며, 인디안 소녀가 활을 만들었을 땐 활인 것처럼 몸을 휘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공을 치는 방망이로 사용될 땐 공이 잘 맞도록 몸을 탱탱하게 해 주었으며 부메랑이 되었을 땐 정말 부메랑인 것처럼 몸을 휘어주었으며 눈사람의 팔이 되었을 땐 눈사람이 다 녹아버릴 때까지 눈사람의 팔이 되어준다.
이처럼 막대기 아빠는 누군가의 손에서 쓰임새가 있을 때마다 마치 그것인척 해 줌으로서 아이들을 기쁘고 즐겁고 해 주었던 것이다. 바로 이것이 마지막 장면에서 산타가 ‘훌륭한 막대기’라 불렀던 까닭이라고 본다. 왜냐하면 산타 할아버지는 우리가 착한 일을 하는지 안하는지 잘 지켜 본 다음에야 선물을 가져다 주시기 때문이다.

세 번째 -- 막대기 아빠의 개성
이 그림책을 보면 막대기 아빠는 자신을 장난감처럼 여기는 사람이나 동물들에게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말하는 것은 “나는 막대기 아빠.”라는 것이다. 이는 사회적으로는 막대기 아빠의 개성이 존중 받지 못하지만 막대기 아빠의 가정에선 자신이 값어치 있으며 존중받는 아빠라는 것을 그들에게 알려주는 듯 하다.
하지만 “어머머머, 막대기 아빠 조심하세요!”라고 말해주는 동물들 외엔 어느 누구도 막대기 아빠를 막대기 아빠로 보아주는 사람이나 동물은 없다. 그들은 다만 막대기 아빠가 부메랑처럼 휘어지거나 활처럼 휘어지거나 백조의 둥지에 넣을 막대기처럼 부드러워지거나 깃대처럼 꼿꼿하거나 마치 무엇인척, 해주면 그만인 것이다. 때문에 막대기 아빠의 외침은 아무에게도 들리지 않는다.
“어휴, 이러다 가족들에게 영영 돌아가지 못하면 어쩌지?”
불쌍한 막대기 아빠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고 헤메다가 하얀 눈 위에 쓰러지고 춥고 기운이 빠져 그대로 잠이 들고 만다.
죽음처럼 깊은 잠에 빠진 막대기아빠는 꿈속에서도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지만 현실적으로는 벽난로의 땔감이 되어 죽기 일보 직전에 있었다. 그러한 막대기 아빠가 “굴뚝에 끼었어요! 누가 좀 도와주세요!”라는 목소리에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데, 그는 지금까지 누군가의 장난감이 되거나 어떤 쓰임새로 사용되던 때와는 달리 진심으로 위험에 빠진 산타를 구함으로서 마침내 ‘훌륭한 막대기’로서 존중을 받는다.
또한 남에게 베푸는 산타를 만남으로 해서 막대기 아빠는 남을 돕는자로서 행동할 수 있게 되었으며 막대기 아빠라는 개성을 인정받고, 가족에게 돌아갈 수 있게 된다. ♣
2009. 12. 26. ⓒ金慶子(함초롬)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