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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따윈 필요 없어 - 포용력 ㅣ 아리샘주니어 가치동화
길지연 지음, 김진우 그림 / 기댄돌(아리샘주니어)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동생 따윈 필요 없어!
지금은 3학년인 주인공 하린이는 초등학교 입학하던 해 엄마가 돌아가셨다. 더욱 불행한 건 엄마가 돌아가신지 얼마 안 되어 하린이가 사랑하던 하얀 고양이 햇살도 죽었다. 엄마는 화가는 아니었지만 그림 그리는 걸 무척 좋아하셨다. 때문에 하린이는 벽에 걸린 엄마의 그림들을 보면서 놀곤 했는데, 어느 날 낯선 언니와 어린 남자 아이를 데리고 온 아빠가 벽에 걸린 엄마의 그림들을 하나 둘, 내려서 노끈으로 묶는다. 더구나 하린이가 가장 좋아하는 그림인 고양이 햇살의 그림까지도…….
하린이가 사랑하는 고양이 햇살은 하린이가 유치원 다닐 적에 돌아가시기 전의 엄마가 새하얀 고양이 햇살을 안고 왔다. 그림 속 햇살의 모습은 살아있을 때와 똑같은 모습이다.
“하린아, 인사 드려. 이 꼬마 신사는 하롱! 이분은 하롱의 어머니 호아 아줌마시다.”
아빠의 말과 함께 집안으로 들어선 낯선 언니 같은 호아 아줌마와 하롱을 보며 하린은 며칠 전 아빠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아빠 공장에서 사고로 돌아가신 응우엔 아저씨 있지?”
“그 아저씨 부인이 아빠 공장에서 일하기로 했어. 어차피 일 년만 있으면 베트남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그 동안 우리 집에서 살게 될 거야.”
라던 아빠의 말을 생각하니, 차마 떼를 쓸 수가 없다. 그건 엄마가 돌아가신 것처럼 응우엔 아저씨가 돌아가신 건 너무나 슬픈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하린이는 이제 엄마 방에는 엄마가 그린 그림이 한 개도 걸려 있지 않은 엄마 방에서, 호아 아줌마와 하롱의 옷이 걸린, 그래서 엄마 방을 다 차지한 그들이 밉기만 한 나날을 보내게 된다.
어른도 힘든 낯선 사람들과의 삶, 더구나 엄마를 잃은 아픔 때문에 외롭고 힘든 때에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사는 하롱을 보면 볼수록 하롱이 밉고 엄마가 더욱 그리워진다.
그래서 하린은 놀이터에서 하린을 기다리던 하롱을 모른 척 외면한다.
그러다가 하롱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런데도 하롱의 엄마는 하린이를 따스하게 감싸안아주자 하린은 눈물이 난다. 그때 마침 초인종이 울리면서 10층에 사는 할아버지가 하롱이 자기 집에 있다고 한다. 혼자 비를 맞으며 놀이터에서 놀고 있어서 자기 집에 데려다 놓았다고 한다. 그래서 하롱의 엄마가 고맙다고 인사하는데 할아버지는 오히려 아줌마에게 고개 숙이며 “신로이 신로이(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라고 한다.
그 이유는 할아버지가 젊었을 적에 베트남 전쟁에 갔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될 짓을 많이 했기 때문에 미안하다고 한다. 하린이 궁금해 하자 호아 아줌마가 하던 일을 멈추고 말한다.
베트남은 자원이 많은 데다 바다를 끼고 있어서 항구로도 좋아서 옛날부터 베트남을 탐낸 나라가 많았다고 한다. ‘베트남이 좋은 나라였다니!’ 하린이는 믿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아줌마는 프랑스라는 나라가 베트남을 여러 번 쳐들어왔다고 한다. 베트남은 오랜 전투 끝에 프랑스를 물리쳤지만 곧 미국과의 전쟁이 일어났다고 한다. 바로 그 미국과의 전쟁 때 한국 사람인 10층 할아버지가 미국과 함께 베트남 전쟁에 참여했다고 한다.
하린이가 베트남이라는 나라에 대해 알게 되어서일까. 그리고 하린이 엄마를 잃은 것처럼 하롱도 아빠를 잃었기에 처지가 같아서일까, 하린이는 하롱과 함께 할머니 댁에 가면서 지갑을 잃어버리고, 손님이 먹다 만 빙수를 먹다가 빵집 언니한테 혼나는 하롱을 편들게 되고, 할머니댁까지 걸어가다가 만난 나쁜 오빠들이 하롱을 밀치자 “내 동생을 왜 때려요?”라면서 하롱을 일으켜 세운다. 그리하여 마침내 하롱을 친동생처럼 감싸며 배려하기 시작했는데, 하롱은 베트남의 하노이에 사는 하롱의 할머니가 아프셔서 헤어져야만 한다.
이 동화에선 등장인물들 모두가 서로 배려한다. 즉 하린의 아빠가 갈 곳 없는 하롱의 엄마와 하롱을 한 집에 살도록 배려한다. 하롱의 엄마 또한 토라진 하린의 마음을 사랑으로 이해하고 감싸면서 배려하고, 나이 어린 하롱도 하린을 누나라면서 누나가 좋아하던 고양이 햇살을 그림으로 그려서 배려하는 마음을 보여준다. 그리하여 마침내 하린도 하롱을 내 동생이라면서 좋아하게 되고, 진심으로 배려하게 된다.
오늘날은 베트남이나 중국, 또는 필리핀 등 외국의 여성과 국제 결혼하는 일이 보통이고, 따라서 타인종이나 외국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어린이들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때문에 내 민족과 다른 민족이라고 해서 배타할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문화를 소개하고 배우면서 이해하고 배려하는 가운데 서로 신뢰감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끝으로 산뜻한 문장, 사금파리가 빛나듯이 반짝이는 비유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