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그림을 쓴 저자는 임상심리 검사자가 내담자의 그림을 비공개로 진행한다는 규칙을 깨부수고 내담자의 그림에 대한 비밀을 하나씩 풀어간다. 즉 어린 시절의 ‘곤노 나오미’가 심리검사자의 지시로 그린 그림의 긍정적인 해석대로 되지 못하고 잔인한 살인마가 된다는 비밀을 폭로한 것이다.
왜냐하면 주인공(곤노 나오미)은 어린 시절에 자기가 사랑하는 조그만 새(문조)를 구하기 위하여 엄마를 살해했듯이 괴팍한 성격의 남편(미우라 요시하루)을 살해하고, 그 사건을 파헤치려는 ‘이와타 슌수케’를 살해한다. 그리고 완전범죄를 위하여 ‘도요카와 노부오’까지 살해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곤노 나오미는 자신이 할머니가 되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고 며느리인 ‘곤노 유키’를 살해하고 손자 유타의 엄마가 된다. 그것이 며느리 ‘곤노 유키’가 그린 다섯 장의 그림 중에 세 장의 그림에 담겨 있는 뜻이다.
그리고 나머지 두 장의 그림은 곤노 나오미의 아들 ‘다케시’와 손자 ‘유타’가 손을 잡고 있는 그림이다. 곤노 나오미의 아들 다케시는 아내 유키가 그린 다섯 장의 그림 중에 세 장의 그림의 뜻(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살해한다는 뜻)을 해석하고는 렌이라는 닉네임으로 어머니에게 유서(오늘부로 블로그를 그만두겠습니다.
그 그림 세 장의 비밀을 알아차렸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대체 어떠한 고통을 짊어지고 있었는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큰지, 나로서는 가늠도 안 됩니다.
당신을 용서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를 써놓고 자결한다.
곤노 나오미는 자신이 할머니가 되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함으로써 며느리를 살해하고, 손자의 엄마가 되었지만 그녀는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아들 다케시를 잃고야 만 것이다. 그러므로 곤노 나오미는 결코 행복해지지 못하고 외로움과 두려움에 떨면서 살게 된다.
어린 시절 자신이 사랑하는 작은새(문조)를 보호하기 위하여 엄마를 살해했듯이 곤노 나오미는 자신의 행복에 걸림돌이 되는 괴팍한 성격의 남편을 살해했고, 그 사실을 밝히려는 ‘이와타 슌수케’를 살해하고, 완전범죄를 위해 ‘도요카와 노부오’까지 살해한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곤노 나오미가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다함없는 사랑을 받지 못함으로써 사랑을 어떻게 주고받는 것인지 알지 못하고 오직 상대방을 죽여버림으로써 자신이 안전해진다는 것만 터득한 것 같다. 즉 사랑과 행복을 얻는 방법을 잘못 배운데서 이런 잔혹한 인간이 되었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자 하는 것 같다. ♣
<차례>
제1장 바람 속에 서 있는 여자 그림 15
제2장 집을 뒤덮은 안개 그림 71
제3장 미술교사의 마지막 그림 143
제4장 문조를 보호하는 나무 그림 243
2023년 10월 21일. 김경자(함초롬)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