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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소디 인 베를린
구효서 지음 / 뿔(웅진)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구효서, 그의 작품을 만나봤다.
우리가 방관했던 '코리안 디아스포라' 의 삶을 음악예술로 승화했다.
일본인 여인 하나코는 자살한 첫사랑의 행적을 쫓아 독일로 향한다.
재일교포 2세이자 재독음악가였던 겐타로가 고향도 조국도 아닌 독일에서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바로크 시대 풀무꾼에서 천재적인 음악가로 성장한 힌터마이어의 혈총,
그리고 1944년 한 유대인 수용소에서 탄생한 '이디시어 랩소디' 는 겐타로, 즉 김상호에게
지을 수 없는 흔적을 새기고 마는데,
음악가 김상호를 보면서 나는 '윤이상'을 떠올리며 어쩌면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역시나 작가가 후기에서 밝히듯 윤이상 선생의
작품과 생애에 혹독히 빚졌으면서도 선생을 드러내지 않았다한다.
(하지만 나는 이책을 읽으면서 '윤이상' 을 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
또한 아이블링거와 힌터마이어를 통해 바흐가 남긴 풍요로운 업적에 대한
흠모와 비판 사이에서 탄생됨을 알게 해줬다.
작중 화자, 하나코와 함께 크로이츠베릌, 사비니 광장, 바이마르, 라이프치히, 비텐베르크,
할레, 일름 강, 뮐하우젠, 드레스덴의 미하엘 벡크만, 작센, 튀링겐, 헤센의 흔적과
함께했다.
아프릴이 프로이센 공사인 바론 폰 플로토 남작이, 프로이센을 매장시킬수도 있다는
위협적인 문서를 전달하려던 아프릴박사를 아래층으로 집어던진 1757년의 사건을 말한다는 것도,
드러그가 뉴질랜드사 초유. 송아지 첫 우유로 만든 분유압착정이라는 것도,
발목(撥木)으로 튕기는 사미셴이나 활로 긋는 해금을 생각해도
하나의 음에 기승전결도 있음에 음의 생애가 생성 발전 소멸, 삶이라는 건 그런 기복이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해금과 비슷한 중국 얼후도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서
배우는 또다른 즐거움이었다.
또한
구구절절 가슴에 와 닿는 표현이 너무 많았던점도
나를 소설에 빠져들게 했던 매력 중 매력이라 할 수 있다.
*누군가의 첫사랑이란,
전해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근거 없이, 덮어놓고 좋은 인상을 갖게 하는 걸까. (84쪽)
*우린 말없이 걸었어. 길고 먼 길을 걸었어. 온통 흔들리는 보라색과 연둣빛이었어.
네가 보였다 안 보였다 했어. 연둣빛 안구에 보라색 동공.
내 눈이 그렇게 물들었을 거야. 들이쉬는 숨은 연둣빛이고 내쉬는 숨은 보라색이었어.
정말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 어떻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수 있을까.
하여튼...... 그렇게 길은 끝났고, 정말 어떤 일이 일어났어. 확고하게. 섭리라면 어쩔 수 없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섭리이길 바랐어......(112~113쪽)
*국적은 한국이지만, 토마스는 한국말 몰라요. 일본에서 살았고 독일에서 살았죠.
세상엔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살고 싶은 곳에서 살지 못하는 거죠. 떠도는 것도 아니면서
떠돌지 않는 것도 아니죠. 영원히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음울한 운명을 불치의 통증처럼
안고 사는 사람들. 물론 그들 잘못은 아니죠......(207쪽)
*주어진 형식 안에서 음악적 자율성을 극대화 하려는 것은 예술의지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율마저 압박하려 형식을 강요하는 것은 권력의지에 지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스스로 신심을 내어 믿는 신과 두려워 복종하는 신이 있듯(243쪽)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모르는 사람은 묻지 않으며, 질문한 사람에게 대답하지 않는다....
히틀러 치하 독일인에게 널리 퍼져있던 불문율이라 했디.(357쪽)
*삶의 곤고함을 위로했던 건 꿈과 희망이 아니었다.
체념과 한숨, 자조와 실소가 외려 숨 쉴 겨를을 주었다. 위안은 언제나 진전이 아닌
멈춤과 후퇴의 순간에 찾아왔다.나아가려던 방향에서 돌아섰을 때.
그럴 때마다, 애써 좇던 풍경이 환상이었음을 비로소 깨달았다.
살아야 한다는 핑계가 모든 걸 견디게 했다. 견딘 것뿐이었다. 견디지 않고도 단 한순간도
살 수 없다는 것, 산다는 건 견디는 것. 그러나 삶을 견디게 하는 건 꿈과 의지가 아닌,
분명 체념과 한숨이었다.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인정할 수 없었다.
체념과 한숨, 그것의 궁극은 삶이 아닌 죽음이었기에.
모든 생명이 한 번은 향해야 할 곳이면서 아무도 가보지 않은 곳, 그곳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방향이 반대일 뿐 삶과 다르지 않을. 단지 삶의 모든 조건과 이유가 헐벗는 곳.(439~440쪽_)
18세기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독일에서 일본과 한국에 이르기까지
확장된 시공간을 배경으로 정치적 억압과 유랑의 역경을 혼신의 열정으로 부딪혀 간
두 음악가의 삶을 추적하는 구효서의 소설은 '예술가 소설' 로 승화했다.
구구절절 공감가는 글에 고개 끄덕이면서
나의 삶도 되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행복한 책읽기였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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