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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인수업 - 나를 넘어 나를 만나다
박찬국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살다보면 항상 궁금한 것이 '과연 인생이란 무엇인가?'이다.
내가 사는 방식이 결코 정답에 가깝지 않아 보이고, 어떻게 사는 것이 성공이고 실패인지 혼란스럽고, 지금 나의 인생이 최선인지 차선인지 아니면 최악인지 정말 궁금하다.
세상에 많은 책들이 이러한 궁금증을 가진 이들에게 정답을 보여주고자 노력하고 있고, 사람들은 그러한 책들을 읽으면서 인생의 정답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나도 여러 자기계발 책을 읽어 보았고, 심리학 책도 읽어보았고, 역사 책도 읽어보았다.
하지만, 아직은 그 책의 내용은 책일 뿐 내 삶에 완벽하게 반영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인생에 대한 이런저런 고민 속에 또 하나의 책을 읽었다.
박찬국 서울대 철학과 교수가 쓴 '초인수업' 라는 책이다.
이 책의 부제목은 '니체 씨, 인생이란 무엇인가요'이다.
니체라는 철학자의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다.
실존주의 철학자,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신은 죽었다...
이 책은 저자가 니체의 철학을 기반으로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기술한 책이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니체가 주창하는 정신은 '약한 자들에 대한 사랑과 동정을 주창하는 경건한 정신으로, 고통과 험난한 운명을 자신의 고양과 강화를 위해 오히려 요청하는 패기에 찬 정신이다.'라고 말하며, 이 책의 니체와의 대화를 통해서 어떻게 살아가야하는 지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발견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한다.
이 책은 각 챕터마다 철학자 니체에게 인생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정답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니체에게 던져지는 질문은 총 10개이다.
1) 니체 씨, 제 인생은 왜 이렇게 힘들기만 한가요?
2) 니체 씨, 사는 데 아무런 의미를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연 삶에 의미가 있을까요?
3) 니체 씨, 저는 왜 이렇게 운이 없을까요? 이 세상은 너무 불공평한 것 같아요.
4) 니체 씨, 사람들은 왜 싸우는 것일까요? 싸움 없는 세상은 과연 이루어질 수 없나요?
5) 니체 씨, 저는 한때 신을 믿었지만 점점 회의가 듭니다. 우리 삶에 종교는 필요한 걸까요?
6) 니체 씨, 우리에게 삶의 의미와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는 절대적인 진리 체계는 없을까요?
7) 니체 씨, 저는 예술가를 꿈꾼 적이 있습니다. 예술은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8) 니체 씨, 저는 가끔 삶의 끈을 놓아버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제가 잘못된 것일까요?
9) 니체 씨, 당신은 '그대 자신이 돼라'라고 말합니다. 우리 자신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10) 니체 씨, 당신은 '그대 자신이 돼라'라고 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기를 극복하라'라고도 이야기합니다. '자기극복'이라는 말로 당신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지요?
저자가 니체에게 던지는 열 개의 질문은 일반인들이 살면서 고민하고 겪게되는 질문들이다.
내게 깊이 와닿는 질문은 열 개 모두는 아니지만, 지금의 나에게 정말 공감되는 질문들이 몇 개가 있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여섯 번째, 아홉 번째 질문들이다.
내게 공감이 가는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기대하며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책 시작에서는 인생을 니체의 말이 아닌 쇼펜하우어의 말로 정의하며 시작한다.
'인생은 욕망과 권태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시계추와 같다.(p.24)'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할 때는 결핍감으로 괴로워하고, 욕망이 충족되면 그 만족감이나 행복은 오래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만족하고, 어느새 그 만족을 잊고 다시 새로운 것을 갈망하고, 또 새로운 욕망이 채워지면 만족하고, 또다시 새로운 것을 찾아 갈망하는 것 같다.
또한, 쇼펜하우어의 재미난 이야기 하나가 더 기술된다.
'만약에 날아가는 새가 똥을 싸고 그 똥이 새 양복에 떨어졌다면 이 세계는 악한 세계라 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이 세계는 그래도 괜찮은 세계이다. 만약 새가 아니라 소가 하늘을 날아다닌다고 생각해보면 그렇다.(p.34)'
하지만, 저자는 쇼펜하우어의 인생관이 전부가 아니라며 니체의 철학을 소개하기 시작한다.
니체가 말하는 행복은 '힘이 증가하고 있다는 느낌, 저항을 초극했다는 느낌, 만족이 아니라 보다 많은 힘, 평화가 아닌 전쟁' 이라고 한다.
사는 것이 힘들다고 느껴지면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의지와 생명력이 약해진 것은 아닌지를 돌아봐야 한다고 니체는 말했다고 한다.(p.39)
니체는 기품 있고 강한 사람에게는 단연코 세계가 아름답게 보이고, 자그마한 불편에도 짜증을 내고 어떻게든 안락함만을 추구하는 사람에게는 자신과 세계를 아름답고 풍요롭게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자존과 자력을 강조한 말로 느껴진다.
그리고, 세상은 내가 가진 능력에 비례하여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이 보인다는 말로 느껴진다.
후회와 불만이 많은 내 삶을 뒤돌아보니 내 자아의 자존과 자력이 약해서 세상을 잘못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되었다.
'행복한 인간은 고난과 고통이 없기를 바라지 않고, 그런 것들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정신적인 평정과 충일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런 의미에서 행복의 반대는 비애나 고통이 아니라 내적으로 빈곤해지고 생명력이 쇠퇴한 결과로 나타나게 되는 우울증이다.(p.44)'
얼마전 중국고전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깊이 공감하였던 '자강불식(自强不息)'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이 났다.
'인간의 정신은 낙타의 정신에서 사자의 정신으로, 그리고 사자의 정신에서 아이의 정신으로 발전해간다.(p.49)'
니체는 낙타를 사막을 뚜벅뚜벅 걸어가는 인내와 순종의 대명사라 말하고, 사자는 기존의 가치를 파괴하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지 못하면서 니힐리즘에 빠져있는 상태라 말하고, 니힐리즘을을 극복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회복한 정신의 단계를 아이의 정신이라고 말했다.
'아이처럼 산다는 것은 인생을 유희처럼 사는 상태를 가리킨다. 아이는 왜 이 놀이를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제기하지 않는다. 그냥 그 놀이가 재미있어서 놀 뿐이다.(p.60)'
니체는 아이의 정신으로 살 때 삶은 아름답고 충만해진다고 말한다.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는 없다는 말이 생각나면서 전후관계를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 대상 그 자체를 그냥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니체가 말하는 초인은 자신의 운명을 사랑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니체의 운명은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으며 오히려 매우 험난하였다고 한다.
니체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었고, 26세에 교수가 되었지만 병으로 교수직을 사퇴하였고, 가난하게 살면서 평생을 독신으로 보냈고, 그가 출간한 책들은 그다지 인기를 얻지 못했고, 나중에는 병석에서 10년을 식물인간처럼 지내다가 죽었다고 한다.
니체의 인생 이력을 보니 참으로 험난한 삶을 살았다.
이렇게 험난한 인생을 살았던 니체는 운명을 긍정하면서 사랑하는 사람만이 세계에 감사하면서 진정한 행복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사람을 기품 있고 강한 사람이라고 정의한 것과 비슷한 맥락이라는 생각이 든다.
운명을 받아들이고 어떠한 운명이든 이를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는 강한 사람만이 행복을 볼 수 있다는 말로 이해가 되었다.
운명에 대한 이야기에서 저자가 재미나면서 공감가는 이야기를 해준다.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라고 나폴레옹이 외쳤지만 우리 인간에게 불가능한 것들이 왜 없겠습니까. 나폴레옹만 해도 모든 것이 가능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위대한 정치가나 장군은 될 수 있었지만 위대한 화가나 음악가가 될 수는 없었습니다. 또 그 역시 권력을 잃지 않고 오래도록 살고 싶었겠지만 종내에는 권좌에서 물러나 유배지에서 쓸쓸하게 죽었습니다. 누구나 이왕이면 모든 면에서 탁월한 인간이 되고 싶지만 실제로는 한두 가지의 특별한 재능만을 가지는 것이 현실입니다.(p.75)'
세상에 불가능이란 당연히 있는 것이고, 내가 진정으로 잘 할 수 있는 재능은 한두 가지인 것이다를 새삼 다시 느끼게 해주었다.
완벽해지려 하지 말고 완벽한 척 하지 말고 아이처럼 즐기면서 살아야 한다.
책 후반부로 가면서 니체의 종교관에 깊은 공감이 되었다.
동네마다 수 많은 종교 시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도덕과 윤리가 바로 서지 않은 한국 사회에 사는 사람으로서 이 책의 종교 부분 내용은 매우 흥미로웠다.
니체는 종교를 두 가지로 나누었는데, 하나는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강요하지 않고 오히려 사람들의 힘을 강화시키고 고양시키는 종교이고, 또 하나는 지상의 힘이나 쾌락을 죄악시하고 끊임없는 회개를 강요하는 종교이다.
니체는 종교를 인간들이 만들어낸 허구라고 하였다.
에리히 프롬은 니체의 종교관과 비슷하게 종교를 인본주의적 종교와 권위주의적 종교로 나누었다.
인본주의적 종교는 종교를 믿을수록 사람들은 사랑과 성숙한 지혜에 가득 찬 존재가 되게 한다고 말한다.
반면에 권위주의적 종교는 그 종교만을 믿어야 구원을 받을 수 있으며, 자신들만이 절대적 진리를 믿고 있다고 생각하는 오만한 인간이 되며, 다른 종교는 모두 허위라 배격하고, 배타적이고 독선적이며 편협한 인간이 된다고 말한다.
니체와 에리히 프롬이 생각하는 종교관의 공통점은 종교는 인간이 만들어낸 것이고 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하며, 인간을 성숙시키고 발전시키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라고 한다.(p.129)
현재 우리 나라 사회에 일반화되어 있는 종교는 인본주의적 종교가 아닌 권위주의적 종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니체와 에리히 프롬이 말하는 인본주의적 종교가 참 종교라 생각된다.
니체는 우리에게 나무처럼 살 것을 요구한다. 나무는 대지에 뿌리를 박고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위를 향한다. 그들은 확실한 균형감을 표명하고 있다. 그들은 그들을 낳아준 대지 속으로 더욱 깊이깊이 빠져 들어가는 저들의 뿌리를 포기하지 않고서도 끊임없이 위를 향해 뻗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한다.(p.144)
나무처럼...
자신의 타고난 기본은 지키면서 끝없이 도전하고 성취하는 삶을 말하는 것 같다.
이 책에는 니체의 철학만이 아니라 여러가지 책과 사상에 대한 내용이 언급된다.
노인과 바다, 쇼펜하우어, 에리히 프롬, 키르케고르, 마쓰시타 고노스케...
니체의 철학만을 강조하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들을 함께 기술해주어서 이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기가 오히려 더 편하고 쉽게 느껴졌다.
그래서, 책을 읽는데 어렵게 느껴지지 않고, 철학서적이라기 보다는 에세이와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철학 내용을 어렵게 설명하기 보다는 편안한 목소리로 쉽게 대화하 듯이 들려주는 것 같다.
실존주의 철학자인 니체의 철학을 이해하고 느끼기 편하게 기술하였다.
아마도 저자의 엄청난 학습과 고민의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편안하게 철학자 니체를 이해하게 해 준 저자의 필력에 감사함이 느껴졌다.
어렵게 느껴지던 철학자 니체를 이 책을 통해서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서 느낀 철학자 니체는 매우 이성적이고 현실적이고 솔직했던 철학자이며, 그리고 긍정적이고 열정적이며 낙관적인 철학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현대 시대에 필요한 정신적인 멘토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한 번 읽고서 니체의 철학 모두를 이해하기는 어렵고, 또한 인생의 정답을 찾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반복해서 읽는다면 철학자 니체가 사람들에게 말해 준 인생의 정답을 조금은 찾아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언급된 열 개의 질문과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 책 목차의 소제목에 어느 정도 그 정답이 들어있는 것 같다.
인생은 욕망과 권태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시계추.
삶에 대한 가치평가는 불가능하다.
행복이란 저항을 극복하면서 자신의 고양된 힘을 느끼는 것.
낙타에서 사자의 정신으로.
사자에서 아이의 정신으로.
아이의 정신으로 살 때 삶은 아름답고 충만해진다.
니체의 운명도 평탄하지는 않았다.
투쟁과 갈등은 불가피하다.
경쟁과 투쟁은 문화 발전의 원동력이다.
열정의 거세는 삶을 근절하는 것과 같다.
예수의 가르침은 제도화된 교회의 교리와 다르다.
니체는 예수도 데카당으로 본다.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초인의 이상을 추구하라.
절대적 진리 체계란 하나의 독단적 이론 체계에 불과하다.
위대한 지성인들은 모두 회의가였다.
진리 추구의 가장 큰 장애는 특정 이념에 대한 독단적 확신이다.
근대 과학은 결국 염세주의로 귀착된다.
삶은 예술을 통해서만 정당화된다.
오직 인간만이 아름답다.
연민은 인간을 나약하게 만든다.
자유롭고 의식적인 죽음을 선택하라.
인간의 다양성을 인정해야.
의식의 이면에 있는 진정한 자기를 찾아라.
자신을 극복한 자의 아름다움.
건강한 본능이 건강한 행동을 낳는다.
보고, 생각하고, 쓰는 법을 배워라.
저자는 '위험하게 살아라' 라고 말했다.
아직은 그 조언의 의미를 충분히 알지는 못하겠다.
세상에 순응하지 말고, 아이의 정신으로, 나무처럼, 강하고 열정적으로 살아가라는 의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