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상가 이건희
허문명 지음 / 동아일보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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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의 경계가 무너지는 시대위대한 경영자에게 길을 묻다.

 

동아일보사에서 출판한 허문영 기자님의 <경제사상가 이건희>는 이건희 회장의 평전이다허문영 기자는 1990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현재 출판국 부국장으로 일하고 있다지난해 10월 25일 이건희 회장의 부고가 전해진 날한 기업인이 이건희 회장을 추모하는 광고를 보고 이건희 회장의 삶에 관해 쓰고 싶다는 계기가 되었다.

 

저자는 지금까지 3권의 평전을 썼다. 30대 시절 정신적으로 힘들 때 한국 불교의 세계화에 앞장선 숭산 큰스님의 평전 <삶의 나침반>, 40대 때 <김지하와 그의 시대>를 통해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산업화와 민주화 세대의 화해를 시도했다.

 

50대에 삶이란 밥이라는 자각하에 밥벌이의 소중함과 기업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이건희 회장이 걸어온 길이 밥벌이를 고민하고 만들어오는 과정임을 절실히 느꼈다.

 

                      Photo by Babak on Unsplash

기업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미국의 철학자 니컬러스 버틀러는 말했다한국의 국력을 나타내는 것은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고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모르지만대기업의 이름은 아는 것이 자연스럽다.

 

우리는 기업인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생각한다기업에 근무하는 사람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그리고 기업활동의 결과가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원동력임을 깨닫고 경제사상가로 이건희 회장의 삶에 대해 알아보자.

 

 

 

저자는 단언한다. “한국의 산업사는 비포(BEFORE) 이건희와 애프터(AFTER) 이건희로 나뉜다라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브랜드삼성세계 대도시 곳곳에 삼성의 간판을 마주하고 삼성 휴대폰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면 왠지 한국 제품이 사랑받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낀다삼성은 한국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기업임이 틀림없다오늘날 500조 원에 근접하는 삼성전자도 이건희 회장이 취임한 1987년에는 2조 4천억 원에 해당하는 기업이었다. 2020년 기준으로는 매출 246조 원에 수많은 세계 1등 품목을 만들었다.

 

그는 취임 후 5년 동안 공식 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졌다.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하면서 세상 밖으로 나와 혁신을 요구했다그는 다양한 분야에 심취했고통찰과 깊이는 컸다.

물리학수학사회학아동심리학에 관심을 가졌고개성화소프트웨어디자인의 시대가 될 것이며 로봇이 지배할 거라는 말을 듣고 미래를 생각하면 식은땀이 난다라고 했다.

 

그는 오랜 시간 사색하고 한 가지 주제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태어나 얼마 후 할머니 댁에서 자랐고이후 일본에서 소학교를 다녔다일전에 이병철 선대 회장님의 수필에서 기록된 기억을 돌이키면 일본 학교에 다니는 이건희 회장에 대한 걱정을 남겼다.

 

말도 잘 통하지 않는 소학교 시절그는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보다 혼자서 관찰하고 생각에 빠지는 것을 좋아했고이후 부산교대부속 초등학교에 다니던 시절도 비슷한 성향이었다그때부터 그는 주변의 친구를 관찰하고 자신에서 해를 가하지 않을지 친하게 지내도 되는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고교 시설 서울로 상경한 그는 연대 상경학부에 합격하지만그는 자퇴한 후와세다대학교에 다니게 된다.

 

그는 일본을 알고 따라 할 수 있는 길만이 다시는 식민상태가 되지 않는 길이라는 것을 절감한다그가 평소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즐겨 시청하고특히 탐사보도를 즐겨보는 것을 자신이 관심 분야에 몰입하는 성격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그는 전자제품과 자동차를 무엇보다 좋아했다그래서 즐겨보던 책은 이공계 관련 도서우주과학공학책이 주를 이루었는데 와세다 재학 시절 중고자동차를 분해해서 새로 조립한 후 판매해서 용돈을 벌어들인 일화는 유명하다.

 

                Photo by Zana Latif on Unsplash

 

결정적으로 삼성가에서 벌어진 왕자의 난을 통해 위로 형이 두 명이나 있음에도 불구하고 회장직을 오르게 되는 이 회장은 일본 기술자들이 한국에 올 때는 승지원에 초청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공학 및 전자 기술을 배우게 된다.

 

1987년 삼성전자 회장에 취임하고 각종 혁신조치를 취하지만 사원들은 좀처럼 타성에 젖은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출퇴근 시간을 7·4제로 운영해 4시 이후에는 퇴근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은 하도록 강조했다유연한 사고가 삼성을 2류 기업에서 벗어나는 길임을 알았다.

 

그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비로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것도 전자 산업에 대한 미래의 청사진을 구상했기 때문이다드디어 1993년 삼성전자 디자인부에 속한 후쿠다의 후쿠다 보고서를 기점으로 그는 삼성의 신경영을 선포하기에 이른다이른바 마누라만 빼고 다 바꿔라라는 말로 유명해진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 호텔에서 열렸던 삼성 사장단 회의의 발언이었다.

 

고문을 활용하라는 주문에도 주저하는 사원들에게 고문 활용을 인사고과 점수에 부여에 강압적으로 일본의 고문에게 기술을 교류하고 배울 수 있도록 했다.

 

신경영선언 이후 품질관리는 삼성이 일류로 도약하는 최우선 과제였다. 1995년 당시 휴대폰 불량률이 10% 이상이어서이 회장은 애니콜과 불량률이 기준에 못 미치는 제품 500억 원어치를 화형에 처해버리는 충격요법을 시행한다.

 

이를 기점으로 삼성은 휴대폰에서 갤럭시 신화를 만들고반도체 사업에서도 승승장구한다.

 

 

 

저자는 이건희 회장 지인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일본에서 역도산을 만난 것과 홍사덕 의원은 한강의 완공된 양화대교를 보고 감탄하고 있을 때이 회장은 통일이 되면 한강으로 화물선이 다녀야 하는데 교각이 너무 좁다고 지적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깊은 사고에 놀랐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의 작고 후 그가 그동안 모았던 미술과 문화 예술품이 화제가 되었다. ‘메이드 인 코리아를 세계 일류 반열로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이 회장의 문화에 대한 기여는 삼성의 성장과 함께했다.

 

삼성은 이건희 컬렉션의 기부로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을 국민과 함께 즐기기 위해 국가에 기증한 뜻을 계승하고자 상설전을 열어 무료로 운영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한다.

 

이건희 회장이 우리 문화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여러 사례에서 드러난다창원 다호리 고분군 유적지 발굴과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의 저자 최순우 선생의 생가를 지키는 일에도 이 회장의 지원이 마중물이 되었다.


 

그는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잘 알았고삼성이 추구하는 명품 정신을 선조들의 정신에서 찾으려 했다이건희 컬렉션을 대중에게 공개해 국보를 포함한 수준 높은 우리 문화재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이건희 회장의 평전을 읽는 동안 그가 가지고 있던 기업가 정신을 알게 되었다.

 

어느 국가사회기업을 막론하고 진정한 힘은 사람에게서 나오며 그 힘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음속에 있는 것이라고 한다. (398)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경제사상가이건희 #허문영 #동아일보사 #삼성전자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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퀀텀의 세계 - 세상을 뒤바꿀 기술, 양자컴퓨터의 모든 것
이순칠 지음 / 해나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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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뒤바꿀 기술양자컴퓨터의 모든 것!

 

해나무에서 출판한 양자컴퓨터 연구의 권위자 이순칠 교수님의 <퀀텀의 세계>는 양자컴퓨터에 관해 수식 없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저술한 책이다많은 이들이 양자컴퓨터에 관해 궁금하지만 쉽게 개념과 작동원리하드웨어프로그램 등 궁금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정작 양자물리학을 토대로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양자물리학부터 이해하기가 만만치는 않다.

 

저자인 이순칠 교수님은 카이스트 물리학과 교수이다양자컴퓨터 과학의 국내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물리학자국내 최초로 병렬처리 양자컴퓨터를 개발해 주목을 받았다. 1989년에 미국의학과학학회가 수여하는 실비아 소킨 그린필드상을 수상했다. 2015년부터 한국물리학회 응집물질물리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퀀텀의 세계 책날개 중 ]

 

양자를 뜻하는 퀀텀을 자주 접하는 경우는 경제학사회 현상을 설명하는 퀀텀 점프이다. ‘퀀텀점프는 양자물리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로양자세계에서 양자가 어떤 단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계단의 차이만큼 뛰어오르는 현상을 의미한다양자역학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고전역학의 사고 체계를 바탕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체계이다.

 

저자는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소설의 형식을 빌려 양자컴퓨터에 관한 보고를 받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고시인인 아내가 원고를 함께 검토했다고 한다상황극 속 대통령이 해킹과 핵무기 유도를 위해 양자컴퓨터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만 다른 분야의 과학 기술에도 양자정보기술의 활용도가 광범위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순칠 교수는 대한민국 양자정보 1세대 연구자로서국내 최초로 병렬처리 양자컴퓨터를 개발하여 대한민국 양자컴퓨터 연구를 개척한 물리학자라는 평을 받고 있다쉽게 가르칠 수 있다는 말은 그만큼 잘 알고 대중이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오랜 경험으로 알고 있다는 뜻이다이 책은 어려운 양자역학과 양자컴퓨터에 관해 가장 쉽고 이해하기 좋게 저술된 책 중 한 권이다.

 

양자역학이 고전역학은 다르지만 우리 일상을 설명하는데 필수적이다저명한 과학자들 역시 양자역학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을 곧잘 했다는 것은 우리 사고 체계에 익숙하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양자역학의 출발을 알린 것은 하이젠베르크다.

하이젠베르크는 전자를 직접 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한 번도 본 적도 없는 전자가 상식대로 행동할 거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오로지 직접 알 수 있는 물리량들만 가지고 이론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하이젠베르크는 보어의 원자 이론에서 불연속적인 상태가 존재한다는 개념을 확장해 전자도 점프를 할 때 빛을 흡수하거나 방출한다는 것을 알았다그는 원자는 행렬이다라고 선언했다.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과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은 서로 대립되는 면이 있었으나 슈뢰딩거와 에커르트에 의해 두 이론이 매우 다르지만 서로 동등한 것임이 증명되었다.

 

양자역학에 대한 두 공식인 행렬역학과 파동역학이 정립되자 양자이론은 급속도로 발전하여 원자분자고체에 적용되었고 헬리움별의 구조초전도체의 본질자석의 성질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였다.

 

양자역학의 가장 중요한 원리가 중첩성의 원리이고양자역학이 확률에 기반하는 학문이다슈뢰딩거를 고양이를 이용한 사고 실험으로 양자 역학의 중첩성에 관한 개념을 널리 알렸다.

 

 

 

양자컴퓨터를 위한 다음 단계는 얽힘의 활용이다양자전산이 고전전산보다 빠른 이유는 중첩에 의한 현상 가운데서도 얽힘을 활용하기 때문이다.

 

양자물리의 확률적 해석에 끝내 동의할 수 없었던 알버트 아인슈타인보리스 포돌스키네이선 로즌은 공동으로 ‘EPR 패러독스라는 논문을 출간했다.

 

이는 양자물리는 불완전하다는 결론은 내린 논문이다역설적으로 EPR 논문은 양자물리의 철학적 문제점을 지적한 논문으로 몇 십년 후에 양자물리의 르네상스를 일으키는 단초를 제공했다.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양자컴퓨터의 작동원리와 그 용도를 설명한다.

 

 

애초에 컴퓨터의 출현이 포탄의 예상 포격지점을 계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946년의 애니악의 무게가 30t이었다는 점은 놀랍다컴퓨터 기술은 발전했고, 10진법을 숫자를 사용해 숫자를 표현하는 사람과 달리 컴퓨터는 0과 1로 된 이진법을 사용한다.

 

컴퓨터의 발전은 처리 속도의 발전과 궤를 함께한다컴퓨터가 계산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계산이 꼬이거나 바이러스가 발생하는 문제로 속도가 지연되었다CPU의 개선과 CPU 숫자를 늘리는 방법은 이를 해결하는 방법이었다. CPU를 한없이 늘린 슈퍼컴퓨터는 일반컴퓨터보다 월등히 빨라진 계산을 처리한다슈퍼컴퓨터는 CPU의 여러 개 병렬로 나열한 것이다전력을 많이 사용하고 발열도 심하다.

 

이에 도이치 박사는 컴퓨터의 이진법을 양자역학적으로 해석하고자 했다.

양자컴퓨터의 기본 단위는 고전 컴퓨터인 비트를 대신한 큐비트가 사용된다.

고전컴퓨터에서 비트라고 부르는 이진수 한자리를 양자컴퓨터에서는 퀀텀 비트라는 뜻에서 큐빗이라고 부른다비트와 큐빗의 차이는 비트는 0이나 둘 중 하나의 값만 가지지만 큐빗은 0과 1뿐 아니라 둘의 어떤 중첩상태도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양자컴퓨터는 미국과 중국이 서로 경쟁하듯 더 많은 큐빗을 활용한 컴퓨터를 만들어내고 있다양자정보기술의 상징적인 세 가지 기술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통신과 양자원격이동도 새로운 기술로 고전기기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양자컴퓨터에 관해 궁금한 분은 <퀀텀의 세계>를 꼭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퀀텀의세계 #이순칠 #해나무 #양자역학 #양자컴퓨터 #과학 #책과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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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록 - 최신 언어로 읽기 쉽게 번역한 뉴에디트 완역판, 책 읽어드립니다
혜경궁 홍씨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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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세자의 죽음을 둘러싼 궁중비사

 

스타북스에서 출판한 혜경궁 홍씨가 저술한 <한중록>은 영조정조순조 대의 궁중비사를 다루고 있다최근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정조와 성덕임(의빈 성씨)의 사랑에 주목하고 있다한중록은 혜경궁의 입궁 하게 된 계기를 시작으로 사도세자(경모궁)가 죽임을 당하는 임오화변(뒤주에 갇혀 죽은 사건), 홍씨 집안의 내력과 억울함혜경궁의 회상을 서술한다.

 

 

혜경궁 홍씨는 조선 21대왕 영조의 아들 사도세자의 빈이자 조선 22대왕 정조의 생모이다영조 때 영의정을 지낸 홍봉한의 차녀로 1735년 태어났으며어머니는 한산 이씨이다열 살의 나이에 사도세자의 세자빈으로 간택되어 입궁했으며의소세손과 정조청연공주와 청선공주를 낳았다맏아들 의소세손이 세 살 만에 죽고남편 사도세자는 당쟁의 대립 속에 영조의 노여움을 사 뒤주에 갇혀 죽는 비운을 겪었다마흔두 살 때 둘째 아들 정조가 왕위에 올랐는데아버지 홍봉한을 비롯한 외가가 정조의 즉위를 방해한 세력으로 간주되어 배척당하게 된다. 1800년 손자 순조가 즉위했지만 나이가 어려 영조비 정순왕후의 수렴청정이 시작되었고사도세자에게 동정적이었던 인물들이 대대적으로 숙청되면서 혜경궁 홍씨의 동생 홍낙임도 처형되었다.

한중록 책날개 중 ]

 

평소 즐겨 읽는 역사블로거 히스토리님의 글에서 자주 다루었던 <한중록>으로 평소 궁금하던 내용을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누구나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처지를 대변하고 정치적인 의도를 가질 수밖에 없지만 한중록’ 역시 임오화변이 일어난 원인몰락한 풍산홍씨 가문의 재건을 부탁하는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작성되었다.

 

총 네 번에 걸쳐 저술된 한중록을 스타북스에서는 최신 언어로 읽기 쉽게 번역했다안 그래도 한자어가 많을까 걱정 아닌 걱정을 했는데생각보다 읽기에는 수월했고 평소 자주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많이 접할 수 있었다.

 

혜경궁은 1735년에 태어난 1815년까지 생존해 당시 수명을 생각하면 장수했으며열 살에 궁에 들어와 임오화변이 있었던 직후 잠시 친정에 왔을 뿐 70여 년 평생을 궁에서 생활했으니 조선 후기 궁에 관해 가장 정통한 사람 중 한 명이다.

 

혜경궁의 5대조가 선조의 사위로 집안은 재상 가문이다하지만 재산을 물려받지는 않아 살림이 넉넉하지는 않았다할아버지는 그녀의 영특함을 알아보고 잘 키우라며 유모를 보냈다아버지 홍봉한은 성균관의 진사로 송시열의 문묘에 배향하자는 상소를 올려 영조에게 불만은 산다.

후일 사도세자가 성인이 되고베필을 알아볼 때 홍봉한의 집안이 부마 집안(왕의 사위)으로 혜경궁을 세자빈으로 염두에 둔다.

 

세자빈을 간택할 때세 번의 간택 과정을 거치지만 혜경궁은 미리 낙점이 된 듯하다홍봉한은 딸의 세자빈 간택으로 권력의 중심으로 거듭난다.

영조 후기와 정조 초기 권세를 누렸던 집안이 풍산홍씨 가문이다.

 

임오화변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많이 다루는 주제로 영조가 아들인 사도세자의 악행을 참다못해 뒤주에 가둬 죽이는 사건이다이에 대해 영조가 노론의 정치력에 굴복한 사건이라는 의견과 영조의 의지로 실행한 사건이라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중록에 의하면 사도세자의 병이 심해져 이를 참다못한 영조의 결정으로 이루어진 사건이라 한다.

 

정조가 성덕임을 향한 사랑이 진심이듯영조 또한 사랑하는 영빈 이씨(선희궁)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불행을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영조는 선희궁과 낳은 화평 옹주를 지극히 사랑했다문제는 그녀가 일찍이 출산하는 과정에서 사망하는 바람에 영조의 상실감이 아들인 경모궁(사도세자)에 불똥이 튄 거로 보인다혜경궁은 경모궁의 일탈이 시작한 것이 상궁에 의해 어린 시절 칼을 들고 놀게 한 것에 비롯되었다고 한다.

 

아버지로부터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한 경모궁이 상궁을 죽이고 악행을 저지르며 의대증(옷을 입지 못하는 병)을 겪는 것은 그가 극심한 우울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정조는 아버지의 죽음에 할머니 선희궁할아버지 홍봉한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하나 실은 영조의 눈밖에 벗어날 수밖에 없던 경모궁의 일탈이 원인이었다.

 

오히려 혜경궁은 임오화변(1762) 때 자신 역시 죽으려 자결을 실행했으나 동석한 이의 제지로 죽을 수 없었고이후 세손(정조)의 앞날을 생각해 마지못해 살았다고 회상한다.

 

혜경궁은 10살에 간택되어 15세에 합궁을 하고 첫째인 의소세손을 낳았지만그는 3살의 어린 나이에 사망하고 사망한 해 정조가 태어난다혜경궁은 20살 이전에 자식을 보내고 새로운 자식을 얻는 삶의 희로애락을 겪었다.

남편인 경모궁이 후궁을 살해하고 박하게 대했을 때도 후궁들에게 동정과 연민을 느꼈다.

 

 

 

풍산홍씨 가문의 홍봉한과 홍인한 형제는 영조 후기 정조의 대리청정을 반대한 사연으로 정조가 왕위로 오르자 화완옹주정후겸과 함께 가장 먼저 처벌을 받는다혜경궁의 입장에서는 아들이 왕에 오르자 친정이 몰락한 모습을 지켜보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그 일에 앞장선 이가 자신의 10촌 형제인 홍국영이었다.

 

홍국영은 세도정치를 처음 시행했던 이로 정조의 복심이라고 알려졌으나동생 원빈 홍씨를 정조의 후궁으로 삼는다원빈 홍씨가 가례를 치른 후 1년 만에 죽자 홍국영은 은언군(사도세자 3)의 아들을 양자로 삼고 이름을 완풍군으로 고친다이는 왕실의 완산(전주), 풍산의 앞 글자를 딴 이름이다이 일로 홍국영은 정조에게 미움을 사고 처벌받는다.

 

<한중록>은 첫 번째 것을 제외한 나머지는 정조가 승하하고 어린 왕 순조에게 보이기 위한 글이다혜경궁의 <한중록>은 <인현왕후전>, <계축일기>와 더불어 대표적인 궁중문학 작품으로 평가된다현대 언어로 새롭게 선보인 스타북스의 <한중록>으로 조선 후기 궁중에서 벌어진 많은 궁금증을 알 수 있었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한중록 #혜경궁홍씨 #신동운 #스타북스 #역사 #고전문학 #소설 #책과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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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사회 - 말해지지 않은 무궁무진한 여자들의 관계에 대하여
권김현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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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적게지나치게 납작하게 이야기된 진짜 관계를 마주하다.

 

휴머니스트에서 출판한 권김현영 교수의 <여자들의 사회>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관계가 투영된 예술문화 작품을 통해 살펴본다.

자매애여적여?” 모두 여자들의 사회를 오롯이 표현하지 못한다!

 

PC통신과 인터넷이 보급되던 1990년대에 나우누리 여성 모임 미즈의 운영진을 맡았던 영페미니스트이다. 2000년대에는 여성주의 네트워크 <언니네>에서 편집팀장이자 운영진으로 활동했고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상근활동가로 일했다.

여자들의 사회 책날개 중 ]

 

             Photo by Lindsey LaMont on Unsplash

 

처음 저자의 이름을 들었을 때왜 이름이 4자인지 궁금했었다부모의 성을 각각 나타내 4자로 된 이름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저자는 여성주의 운동을 위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자기 생각을 알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한국의 여성 인권아니 전 세계 여성 인권은 평등을 향한 먼 여정을 지속하고 있다대한민국도 빠르게 여성 인권이 신장하고 있지만아직 부족한 부분은 많다대한민국 국민은 반수 이상이 여성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여성 정치가기업의 여성 임원 등 오피니언 리더를 구성하는 여성의 비율은 부족하다.

 

저자가 경험하며 꿈꾸는 여자들의 사회는 남자 없는 사회가 아니라 남자가 필요 이상 중요해지지 않는 사회다또한 여자 간 관계의 의미가 과소평가되지 않는 사회고서로 친구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감각을 공유한 사회며여자라는 동질성 아래 같은 구호를 외치는 사회가 아니라 우리가 모두 각각의 고유한 개인으로 존재할 수 있는 사회다.

 

<언니네>를 운영할 당시 오늘날 블로그와 같은 여성의 자시만의 방이라는 공간에 여성의 자신이 생각을 적었고여자들의 사회를 위한 다양한 생각을 접할 수 있었다.

 

저자는 <언니네>라는 인터넷 기반의 페미니스트 공동체 커뮤니티의 운영진을 했었고 그녀가 경험했던 여자들의 사회는 남자 없는 사회가 아니라 남자가 필요 이상 중요해지지 않는 사회다남자가 여자친구의 아이디를 빌려 접속하지 않고 남자들을 걸러내지 않고 일종의 개인 블로그나 위키백과 같은 지식 놀이터를 만들었고 이때의 경험이 여자들의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나갈 것인지를 참조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십대 시절 말이 통하고 생각을 교환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난다는 것의 의미를 알게 한 <17살의 나레이션>, 보육원에서 자랐다는 이유로 친구인 다이애나의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했다가 다이애나의 동생 미니 메이를 구하면서 친구가 될 수 있었던 <빨강머리 앤>으로 서로에게 성장의 자양분이 되는 우정에 대해 생각한다.

 

퀴어 로맨스 영화의 클리셰는 대개 그들의 사랑을 가로막는 환경을 극복하는 모습에 주목하지만, <윤희에게>는 거부당한 동성 간의 사랑이 사십 대가 되도록 상처로 남아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윤희의 남편은 아내가 상대를 외롭게 하는 성격이라 단정하지만 윤희에게는 어린 시절 사회로부터 외면당한 사랑의 상처가 지속해서 남아있었다.

 

루이자 메이 올컷은 여성 참정권 운동에 참여했고여성의 자립과 여성 공동체에 관심이 많았다이를 은연중 작품에 투영한 것이 <작은 아씨들>이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는 IMF 구제금융 위기 이후 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스무 살 여성 다섯 명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이 영화가 가장 공들여 담아내는 건 다름 아니라 일하는 여성으로서의 삶이다영화 속에 등장하는 현수막의 내용이 인상적이다. “정부야아무리 나대봐라 내가 결혼하나 고양이랑 살지.” 결혼 생활에 대해 여성이 가지는 반감을 이보다 잘 표현한 말이 있을까?

 

최근 달라지고 있는 한국의 여성성을 잘 보여주는 것은 <스트리트 우먼 파이터>이다과거 댄서가 무대에서 아티스트를 돋보이게 하는 사람이라면 <스우파>는 댄서가 무대 전면에 등장한 경쟁 프로그램이다특히 눈에 띄는 미션은 약한 상대를 지목해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시스템이다이들을 서로서로 약자로 지목하지만자신을 선택한 사람에게 자신이 약자가 아니란 걸 증명하기 위해 열정적으로 최선을 다한다.

 

과거 사이가 좋지 않았던 출연자들도 어색한 관계로 지냈지만결정적인 무대에서 똑같은 동작을 하던 모습은 모든 이들을 숨죽이게 했다자신에 찬 여성의 서사와 활동은 이 시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주제 중 하나다.

 

<여자들의 사회>는 페미니즘에 관한 영화와 대중 매체에 다루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며 가볍지 않은 많은 생각을 던지는 도서이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여자들의사회 #휴머니스트 #권김현영 #인문학 #여성학 #컬처블룸서평단 #컬처블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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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예술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정윤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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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보일드의 종결자 레이먼드 챈들러의 단편을 만나다!

 

레인보우퍼블릭북스에서 출판한 레이먼드 챈들러(1888~1959)의 <살인의 예술>은 그의 단편 모음집이다.

 

레이먼드 챈들러는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났지만어머니와 함께 영국으로 이주했다영국 국적 취득 후 기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미국으로 되돌아왔다.

로스앤젤레스에 정착한 후 펄프 잡지에 범죄 추리소설 등의 단편을 기고하면서 40대 중반이 넘은 나이에 본격적인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살인의 예술 책날개 중 ]

 

           Photo by Martin Jernberg on Unsplash

 

레이먼드 챈들러는 하드보일드의 종결자로 잘 알려져 있는데자주 접했던 하드보일드란 무엇인가?

 

원래 계란을 완숙하다라는 뜻의 형용사이지만계란을 완숙하면 더 단단해진다는 점에서 비정 ·냉혹이란 뜻의 문학 용어가 되었다폭력적인 주제나 사건을 무감정의 냉혹한 자세 또는 도덕적 판단을 거부한 비개인적인 시점에서 묘사하는 수법을 의미한다.

 

챈들러가 그리는 작품은 1920년대 금주법이 실시된 시기에서 그 이후 1930년대 법보다 주먹이 먼저인 시절탐정의 시점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를 선보인다사실적인 묘사로 마치 작품의 현장에 참여한 느낌을 전한다그의 진 면목은 후대에 미친 영향에서 잘 드러나는데무라카미 하루키폴 오스터와 수많은 작가가 그를 존경하고영화감독 마틴 스콜세지는 그의 작품을 모티브로 몇 작품을 연출했다.

 

<살인의 예술>을 읽는 동안, ‘택시 드라이버의 주인공 트래비스가 총을 겨누고 ‘You talking to me’ 를 외치는 장면이나, ‘아이리시맨에서 나는 당신이 페인트 작업(살인)을 잘한다는 말을 들었다에서 페인트 작업이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Photo by runnyrem on Unsplash

 

<살인의 예술>에서 다루고 있는 5편의 단편은 다음과 같다.

1. 황금 옷을 입은 왕

2. 영리한 살인자

3. 사라진 진주 목걸이

4. 호텔 방의 여자

5. 시라노 클럽 총격 사건

 

<황금 옷을 입은 왕>은 로스앤젤레스 칼튼 호텔의 야간 관리자 조지와 사립 탐정 스티브의 이야기다조지는 스티브에게 호텔 8층에서 소란을 부리는 밴드를 조용히 하라고 보낸다밴드 리더이자 보컬인 킹 레오파디는 다른 멤버 두 명과 소란을 부리고같은 층에 묵은 여인은 그를 유혹하기에 정신이 없다스티브는 레오파디에게 조용해 달라는 주의를 시키지만둘은 서로 주먹을 주고받는다레오파디는 스티브에게 총을 발사하고 빗나간 총알은 그의 얼굴을 스친다.

 

레오파디가 체크아웃한 후스티브는 휴지통에서 발견한 종잇조각으로 범죄가 연루되어 있음을 직감한다.

칼튼 호텔의 회장인 월터스는 샬롯 클럽을 동시에 운영하고 레오파디의 밴드는 샬롯 클럽의 인기 출연진이다조지는 스티브에게 회사의 해고 명령은 전달한다.

스티브는 8층 여성의 가방에서 꺼낸 종이에 적힌 주소를 확인하고 찾아가는데그곳에서 레오파디가 살해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데

 

 

           Photo by Adam Borkowski on Unsplash

 

살인은 어떤 행위로도 정당화될 수 없지만우발적인 사고가 아닌 경우살인의 이면에는 여러 가지 정황과 이권이 개입된 경우가 다반사고 대개는 총성에는 이유가 있다로스앤젤레스와 할리우드의 호텔과 주변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1930년대 암울한 경제에 사람들의 마음도 어수선할 때사립 탐정이 등장해 로스앤젤레스 밤거리의 스산함과 빈 술병과 담배 연기가 내뿜으며 얽히고설킨 문제를 해결하는 챈들러의 소설은 많은 이들을 열광하게 했다.

 

챈들러를 숭배한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처럼 총성을 날리는 주인공의 살인에 대한 거부감보다 자신의 정의를 실현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미국인이 열광한 서부 시대 총성이 난무했던 시절에서 이제는 대도시가 되어버린 로스앤젤레스의 다양한 인간 군상이 호텔과 클럽을 매개로 펼쳐지고 있다.

 

하드보일드 장르에 걸맞게 간결한 필체로 펼쳐지는 범죄 현장을 지켜보는 것은 <택시 드라이버>가 떠올랐다후대 작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챈들러의 단편집 <살인의 예술>은 처음 읽는 그의 작품이지만그의 유명한 필립 말로’ 시리즈를 다음에 읽어 보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살인의예술 #레이먼드챈들러 #정윤희 #레인보우퍼블릭북스 #영미문학 #세계문학 #책과콩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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