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호, 더 인터뷰 - 인터뷰의 재발견
지승호 지음 / 비아북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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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다이빙벨>을 보지 않았다.

다른 일로 바쁘기도 했지만, 볼 마음이 없었다는 게 더 큰 이유였다.

음모론을 잘 믿지 않는 내게 <다이빙벨>은 세월호에 관한 음모론을 주장함으로써 정부를 공격하는 영화에 불과했다.

하지만 난 오늘 그 영화를 보기로 마음먹었다.

아내가 야구를 다 보고 나면 VOD로 보던지, 아니면 인터넷에서 다운을 받든지 해서 볼 것이다.

변심한 이유는 한 권의 책이었다.

한국 최고의 인터뷰어가 쓴 <지승호: 더 인터뷰>에서 <다이빙벨>을 찍은 이상호 기자는 이렇게 말한다.

지승호: 다이빙벨은 실패를 했고 이종인 대표(다이빙벨을 만든 회사)도 그것을 인정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이상호: 그 부분은 영화를 보면 클리어하게 해소되는데요, 안 보신 분들은 여전히 그 거짓말을 믿고 있죠. 

난 정권과 언론의 합작 거짓말에 속고 있었던가? 

이상호 기자의 얘기를 듣고 있자니, 이 영화를 안보면 오늘 잠을 잘 수 없을 것 같다.


그밖에도 이 책은 내게 읽지 않았으면 절대 모를 얘기들을 해준다. 

하나, 김난도 교수에게 좀 더 호의적이 됐다. 

그간 김난도 교수가 쓴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부정적이었다. 

청춘에게 아픔을 감내하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세간의 비판에 동화된 탓인데,

정작 그 책을 읽은 청춘들은 많은 위로를 받았다고 저자에게 고마워한다.

제대로 읽지도 않고 욕한다는 김난도 교수의 지적에도 뜨끔한 것이,

난 그 책을 도서관에서 대출받아 읽었고, 그나마도 비판하고픈 대목만 찾아서 눈을 부라렸다.

생각해보면 그 책이 욕을 먹은 이유는 단지 그게 많이 팔렸다는 것일 뿐,

김교수의 말처럼 3만부가 팔렸다면 좋은 책이라고 하지 않았겠는가?

그리고 그 책이 너무 많이 팔린 건, 저자의 책임만은 아닐 것이다.


둘째, 강풀 작가님을 더 좋아하게 됐다.

예컨대 이런 말, “그 어떤 마감보다 애 키우는 일이 더 힘들어요...가끔 잘 모르는 아빠들이 ‘내가 얼마나 힘든 줄 알아’ 그러는데, 그럴 때 나라에서 3일간 집에서 애 키우도록 지정해두면 다시는 그런 소리 안할 거예요.” (96-97쪽)


셋째, 강준만 교수의 책은 워낙 많이 읽었지만 들을수록 새롭다.

“대한민국 인구가 5천만인데 한겨레 100만부 못만들어 줍니까?...진보라고 하면서 신문 끊고 안보는 사람 많아요...한겨레 안보고 팟캐스트만 찾아 듣는 사람들, 이게 과연 바람직하기만 한가. 그 공격을 해야겠어요. 밤낮 조중동 밉다고 하면서 한겨레 안보는 인간들은 진보에 역행하는 반개혁주의자예요.” (38쪽, 40-41쪽) 


마지막으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새삼 깨닫게 됐다. 가수 한희정 씨와의 인터뷰.

지승호: 가사를 잘 쓰시는 이유는 아무래도 책을 많이 읽어서인가요?

한희정: ...일단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학창 시절에는 문학에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음악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많이 읽기 시작했죠. (334쪽)


인터뷰집은 이렇듯 유명인의 엑기스만을 섭취할 수 있는 경제적인 책이다.

그럼에도 인터뷰집에 대한 사회의 시선은 박하기만 하다.

모든 분야에서 최고는 그래도 잘 먹고 살아야 하건만

인터뷰어의 개척자 지승호는 서문에서 인터뷰어로 살아온 11년을 이렇게 회고한다.

“...그것이 실패였음을 자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라는 노동을 둘러싼 추레한 환경을 개선해서 새로운 인터뷰어들이 등장할 수 있는 토양을 전혀 만들이 못했기 때문입니다.” (6쪽)

멀고도 힘든 길을 묵묵히 걷는 인터뷰어의 개척자에게 따뜻한 격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지승호: 더 인터뷰>의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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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2 1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5-06-13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승호씨~ 오래전 알라딘에서 시비돌이님으로 함께 했는데...
저도 마태우스님께 땡스투하고 이 책 살게요!^^

2015-06-14 0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