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유명한 페미니스트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쓴 글들을 모은 것으로, 그녀의 미모는 "여성운동은 못생긴 여자들이나 하는 것"이란 통념을 깨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추상적 얘기보다는 우리가 겪는 일상적 현실을 무대로 하기에 더더욱 공감이 갔는데, 씁쓸한 것은 70년대에 쓰여졌던 이 글들이 오늘의 한국사회에서 유효하다는 거다.

책의 맨앞에 나오는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의 몇 부분만 소개한다.

[남자가 월경을 하게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렇게 되면 분명 월경이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남자들은 자기가 얼마나 오래 월경을 하며, 생리량은 얼마나 많은지 자랑하며 떠들어댈 것이다. 초경을 한 소년들은 이제서야 진짜 남자가 되었다고 좋아할 것이다. 처음으로 월경을 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선물과 종교의식, 가족들의 축하행사, 파티들이 마련될 것이다....

우익 정치인들은 생리를 하는 남자들만이 높은 정치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화성이 지배하는 주기에 따라 일어나는 신성한 월경도 하지 않는 여성이 고위직을 차지한단 게 말이나 되는가?)...

이런 식의 인사를 나누면서 손바닥을 맞부딪치기도 한다.
"어이, 오늘 좋아 보이는데?"
"응, 오늘이 그날이거든"

...<힐 스트리트 블루스>는 한 동네의 남자들이 모두 월경 주기가 같다는 놀라운 소식을 전한다. 신문들도 마찬가지다. "해수욕장에서 상어들이 월경중인 남성을 위협하고 있다" 또는 "월경중에 여자를 강간한 남성에게 법원이 관용을 베풀다" 등의 기사가 실린다. 그리고 극장에서는 폴 뉴먼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주연한 <피로 맺은 형제>가 상영되고 있다....

폐경은 긍정적인 사건으로 찬양된다. 남자가 이제 더이상 지혜를 축적할 필요가 없을만큼 충분한 기간 동안 월경을 했다는 표시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정말 그럴듯하지 않은가? 그녀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거다.
[우월한 집단이 지닌 것이라면 무엇이라도 우월한 지위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열등한 집단이 가진 것은 모두 그들이 겪는 부당함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페미니즘 하면 좀 고리타분하고 어렵게만 느껴졌던 사람들은 이 책을 재미있게 읽으면서 자신을 한번쯤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