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8년 스페인독감이 돌아서 많은 희생자가 났는데, 최소 2천만에서 1억명 사이의 인류가 죽었다. 그해 3월에 가벼운 독감이 돌았고, 그해 가을부터 갑자기 무시무시하게 변한 독감이 유행했는데, 그 속도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어느날 밤에 네 여자가 브리지 게임을 했는데 다음날 세 여자가 독감으로 죽었다...직장에 출근했다가 몇시간 후에 독감으로 사망한 사람도...있었다]
독감이 잠복기도 없나? 게다가 이 독감은 젊고 건강한 사람을 주로 죽였단다.

그 후 십년 주기로 독감이 유행을 했는데, 1976년 초 변형된 독감으로 인해 군인 한명이 죽었다. 대책회의가 열렸고, 1918년의 쓰라린 경험을 겪은 의학계에서는 그해 가을에도 독감이 유행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 그래서 결정된 것이 백신 예방접종 프로그램.

하지만 불행하게도 독감은 유행하지 않았고, 백신으로 인한 부작용만 속출했다. 원래 죽을 사람이라 해도 백신을 맞은 다음날 죽었다고 하면, 백신 때문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겠는가? 백신 때문에 Guillanine-Barre(스펠링이...?) 증후군이 생긴 경우도 급증했다. 이 질환이 원래 진단이 어려웠는데, 백신을 맞았다고 하면 무조건 이 진단을 남발한 결과다. 그래서 포드 대통령은 백신의 안전성을 보이기 위해 직접 백신을 맞고 그랬는데, 반발이 하도 심해 4천만명이 백신을 맞았을 때 예방접종을 그만두기로 했다. 백신으로 인해 걸린 소송만 수십억달러 어치니, 완전한 실패다. 포드가 재선에 실패한 것은 이런 이유도 있으리라.

난 이렇게 생각한다. 대규모의 독감이 발병할 확률이 5%만 있으면, 돈이 들더라도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당시 백신 예산은 1억3천만달러, 물론 많은 돈이긴 하지만 사람의 생명보다 중요한 건 아니다. 포드는 옳았다. 하지만 언론들은 포드를 비난하기 바빴고, CBS 방송국의 기자는 심지어 이런 말도 했다.
"포드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한 정치적인 쇼가 아닌가?"
백신 프로그램을 시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독감이 돌았다면, 그 기자는 필경 "아무것도 안하고 뭐했냐"고 욕을 했을 것이다. 기자들을 지켜보면 국민의 이익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도 다를 바 없다. 백신의 부작용이 생겼다 하면, 그게 백신과 연관성이 있는가를 따지기도 전에 대문짝만하게 실어 그걸 기정사실화한다. 그런 식으로 백신의 위험성을 침소봉대하는 게 누구한테 이익이 될까?

옛날에는 정부가 백신을 맞으라고 강요를 했지만, 요즘은 돈을 내고 백신을 맞는 추세다. 나야 젊고 건강하다는 생각에서 백신을 맞은 적이 없지만, 1918년 독감에 관해 읽고나니 올해는 틀렸지만 내년부터는 맞는 게 만의 하나를 대비하는 길이 아닐까 싶다.

책에는 소아마비 백신을 따로따로 개발한 Sabin과 Salk도 나오는데, 학생 때 들은 기억이 있어 반가웠다. 포드가 백신프로그램을 하겠다고 발표를 할 때 좌우에 포진해 권위를 부여했던 두 사람은 우리 예상대로 사이가 굉장히 안좋았단다. 그 중의 한사람-누군지 기억이 잘...-은 몇달 후 자기 주장을 뒤집고 백신프로그램에 반대하는 쪽에 가담하기까지 했다나. 하여간 재미있는 세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