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애를 낳고 싶지 않다. 그렇게 아픈 줄 미리 알았다면 그 한명도 낳지 않았을 것같다"
아들 하나를 키우고 있는 내 친구의 부인이 한 말이다. 안해봐서 모르겠지만, 출산이라는 건 무지하게 고통스러운 일일 것같다. 친구의 부인처럼 날씬한 몸매를 가졌다면 더더욱 힘들 것이다. 남편이나 시댁에서 부인의 뜻을 존중하는지라 그녀가 더이상 그런 고통을 겪는 일이 없을 거라는 게 참으로 다행스럽다. 내 다른 친구 하나도 딸만 달랑 하나고, 더 낳을 마음도 없다. 그 친구 역시 부인이 너무 힘들었다고 학을 떼는 바람에 차마 더 낳자는 말을 하지 못했단다. 먼젓번과는 달리 그녀는 제법 육중한 몸매를 가진 여자인데, 그런 걸 보면 마른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애 낳는 고통은 매일반인가보다.

그 반면 애를 비교적 쉽게 낳는 사람도 있다. 나와 같은 직장에서 근무했던 국모 선생은 별다른 고통 없이 애 둘을 낳았단다. "엉덩이가 커서 애를 쑥쑥 낳았지"라고 말하는 그녀는 정말 산만한 히프를 가졌다. 6년에 걸쳐 우리 넷을 낳은 어머니도 비교적 애를 순탄하게 낳은 편인데, 50킬로가 채 안될만큼 날씬한 몸매를 가진 누나나 여동생이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셋, 둘을 낳은 걸 보면, 그런 것도 유전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애 낳는 게 아프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거다. 아무리 무통분만 어쩌고 해도, 골반이 벌어지고 몇킬로는 되는 애들이 밖으로 나오는 과정이 어찌 고통스럽지 않겠는가. 그런 면에서 열명 가까이 자식을 낳는 게 일상적이었던 30년 전의 어머니들은 정말 많이 힘드셨을 거다.

그땐 그게 당연시되었던 시대였으니 별수 없이 아픔을 감수했겠지만, 여성들이 자기 몸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게 된 요즘 같아선 어림도 없다. 애를 낳느라 십몇년 청춘을 다 보내고 나면 자신의 인생은 뭐가 되는가. 출산률이 1.13이라는 기록적인 수치로 떨어진 것은 출산과 육아에 대한 복지가 전무한 것도 있지만, 여성은 애낳는 기계가 아니라는, 자기 몸에 대한 여성들의 자각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문제는 계속 이렇게 갈 경우, 사회의 노령화가 필연적이라는 거다. 경제활동인구 4명이 노인 한명을 먹여살리는 것도 힘든 우리나라에서 젊은이와 노인의 비율이 1:1이 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정부에서는 "육아휴직하면 한달에 30만원을 준다!"는 발표를 했지만, 문제의 핵심을 잘못 짚은 것 같아 안타깝다. 국민 복지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우리 정부에게 출산.육아 휴가를 15개월이나 주는 스웨덴이나 7개월을 주는 덴마크 수준의 복지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가 임산부를 보는 시각만큼은 바뀌어야지 않을까? 출산이나 육아가 단기적으로는 기업에 손해지만,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에 이바지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하고, "애보러 집에 간다"는 여직원을 째려보는 일도 없어야 한다.

또하나 중요한 것은 남편의 배려다. 내가 아는 어떤 애는 임신으로 입맛이 까다로운 부인을 위해 온갖 음식시중을 도맡아 하는데, 한달에 외식비가 100만원이 넘는다고 하니 정성이 뻗친다. 그런 게 감동적인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의무가 된다면, 우리 여인들의 출산파업은 줄어들지 않을까? 알아주지도 않는데 무작정 고통을 감수할 사람은 별로 없다. 참고로 난 잘할 자신이 없다보니 아직 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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