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파월의 아들이라고, 내가 웃기지도 않는 농담을 하곤 했던 콜린 파렐이 나오는 영화다. 그는 브래드 피트를 닮았다. 브래드 피트가 약간은 우수에 젖은 표정이라면, 파렐의 이미지는 그보단 밝다. 그렇다 해도 누군가를 닮았다는 건 연예인 생활을 함에 있어서 불리한 요소가 될수밖에 없는데, 파렐은 출중한 연기실력으로 그 불리함을 극복, 적어도 내게는 '괜찮은 배우' 자리에 올라있다 (브래드 피트가 연기를 못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파렐의 연기가 빛나는 건 아니다. 영화 자체의 아이디어가 워낙 뛰어난 탓에 보는내내 감탄을 했다. 좁디좁은 폰부스에서 모든 일이 일어나니 돈도 그리 많이 들지 않았을 것 같은데, 정말이지 시나리오 작가의 빛나는 머리에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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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파렐이 폰부스에 갇히게 되는 계기는 대충 이렇다. 첫째, 비싼 양복을 입는 등 허풍을 부렸다. 둘째, 아내를 놔두고 미혼이라고 속인 채 술집 종업원에게 집적댔다.
세째, 피자 배달원에게 무례하게 대했다. 범인은 이렇게 위선적인 콜린 파렐을 응징하려 했던 거다. 난 비싼 옷도 싼 옷처럼 후질근하게 입는데다 양복은 더더군다나 입기 싫어한다. 그리고 피자배달원이건 누구건 그렇게 무례하게 대하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두번째 이유,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파는 건 지킬 자신이 없다. 술집 종업원에게 집적대는 건 거의 내 생활이 아니던가. 범인과 같은 놈이 우리나라에 있었다면, 난 폰 부스에 골백번도 더 갇혔지 않을까? 성경에 의하면 마음으로 간음하는 것도 죄가 되지만, 그렇게 따지면 죄인 아닌 남자가 얼마나 될까?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그다지 흥행하지 못한 건, 영화의 스케일이 너무 작아서리라. 큰 스케일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관객에게 "전화박스 안에서 모든 일이 일어난다"는 선전 문구는 별로 매력적인 것이 못되니까. 이런 얘기를 하기는 좀 뭐하지만, 파렐의 부인으로 나오는 '켈리'라는 여자는 하나도 이쁘지 않으며, 그가 한눈을 팔았던 '팸'이라는 여자 역시 전혀 이쁘지 않다. 부인이 이뻤다면 "남자는 이쁜 부인이 있어도 바람을 피운다"는 평범한 진리를, 팸이 이뻤다면 "남자는 젊고 이쁜 여자에겐 언제나 한눈을 판다"는 더더욱 진부한 진리를 확인시켜 줬을텐데. 좁은 공간에, 안이쁜 배우들, 제작비를 너무 아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