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잉 넛 - 그들이 대신 울부짖다
지승호 외 지음 / 아웃사이더 / 2002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을 산 건 1년여 전이지만, 읽은 건 최근이다. 이렇게 늦어진 이유는 내가 <크라잉 넛>에 별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난 인디밴드와 언더그라운드가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고, 인디밴드는 죄다 헤비메탈의 시끄러운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언젠가 아는 분한테서 '불독맨션'이라는 그룹의 판을 받고-그녀는 이런 좋은 판을 선물하는 게 기쁘다고 했었다-꼭 그게 아니구나, 정말 좋은 노래를 하는 그룹도 많구나 하는 걸 느꼈지만, 그렇다고 내 관심이 그쪽으로 간 것도 아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요즘의 난 언더고 오버고간에, 가요계에 별반 흥미를 느끼지 않게 되버렸다. 마지막으로 판을 산 게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 이 책을 읽으면서 <크라잉넛>에 대해 많은 생각을-좋은 쪽으로-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다시금 가요계로 돌아갈 것 같지는 않다. 한번 떠난 관심은 여간해서 돌아오기 힘든 법이고, 가요계 대신 정신을 쏟을 다른 취미가 너무 많이 생겨버렸으니까.

이 책은 아웃사이더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첫 단행본인데, 출판사 대표에 의하면 "<크라잉넛>은 상업자본에 의지하지 않고 나름의 목소리를 지키며 확대시켜온 몇 안되는 한국의 밴드"이기 때문이란다. 언더에 있던 그룹이 "말달리자"같은 히트곡을 내면 갖은 시기가 뒤따른다. 변절했느니, 상업성과 타협을 했느니... 난 물론 그런 시각에 결코 동의할 수가 없다. 언더라고 히트곡을 내면 안된다는 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라고 산소만 먹고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는가? 중요한 것은 뜨고 안뜨고가 아니라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크라잉넛>의 훌륭한 점은 그들이 전국적인 유명인이 되고 나서도 자신의 터전이었던 '드럭'을 지켰다는 것이며, 언제나 일관되게 자유를 지향한다는 것이리라.

인터뷰를 보면서 '이렇게 발랄한 애들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예를 들어보자.
[-3집의 경우..소장가치 만땅이다, 그들이 어느덧 빛나는보석이 되었다, 등의 호평을 듣기도 했는데요.
=뭐 평론가와 술자리를 몇 번 같이 했고...
-하지만 일부 팬들로부터는 변질된 것 아니냐는 반응도...
=그렇게 반응하는 사람들도 같이 술 한번 마시면 되게 좋아하던데요

-그룹을 하다보면...불화를 겪는 경우가 많을 것 같은데요..
=저희는 그냥 주먹다짐으로 끝나요]

평론가 성기환은 이렇게 말한다. "(크라잉넛에게는) 세상이 무대인 것 같은 느낌이 든다...그들의 음악이 살아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바로 이 구분없음 때문이다" 그러니까 적어도 연기를 하지 않는다는 얘기, 나도 인터뷰를 읽는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하나같이 장난스럽고, 그러면서도 음악적 자의식이 있는 멋진 가수들, 이정도라면 좋아해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 참고로 그들과 인터뷰를 한 사람은 인터뷰 전문기자인 지승호인데, 그는 드럭에 가서 직접 공연을 듣는 열성을 보였다. 그의 인터뷰들이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그의 성실성 때문이리라.
[-4집에 실릴 노래엔 존 덴버의 'Take me home, country road'가 삽입되었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그거 어떻게 아셨어요?
-지난주에 드럭 공연보러 갔었어요...]
이래서 난 지승호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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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4-03-26 1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