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을 위한 변론
이원섭 지음 / 필맥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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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정책을 위한 변론>이란 제목처럼, 이 책은 한겨레 논설실장인 이원섭이 DJ 정부의 햇볕정책의 전반적인 과정을 기술한 것이다. 남북관계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을 가졌던 사람이라면 이 책에 기술된 내용들이 특별히 새로울 게 없다. 굳이 의미를 찾자면, 그간의 남북관계를 한목에 정리하는 데 의의가 있을 것 같다.

DJ의 햇볕정책은 기존 정권의 대북정책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김대중 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의 한국 정부들은 말로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나오는 것을 돕겠다고 했지만, 내면적으로는 항시 발목을 잡았다. 북미간 협상에도 남북관계 진전의 병행이란 고리를 달아 사실상 북미관계 진전에 걸림돌을 놓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김대중 정부는 미국이나 일본이 남한에 대해 신경쓰지 말고 북한과 관계 정상화에 나서도록 독려했다 (221쪽)]

그 결과 DJ는 남북정상회담이란 업적을 남겼고, 반목과 대립을 반복했던 남북관계는 급속히 가까워졌다. 그런 DJ의 업적이 측근비리와 투명하지 못한 대북접촉 등으로 인해 국내에서 별로 평가받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 하겠다. 2000년 말의 미국 대선 결과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다. 어느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대북포용정책 이외의 다른 길이 없을 줄 알았건만, 뚜껑을 열고 보니 부시의 대북정책은 의외로 강경해, 그를 설득하려던 DJ는 공개적인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이게 다 약소국 대통령의 비애, 대통령을 하려면 미국 정도 되는 나라의 대통령을 해야 하나보다. 하지만 그런 힘없는 우리나라 대통령도 하겠다는 사람이 수없이 많은 건, 그나마 안하는 것보다 나아서 그러겠지?

클린턴 시절 국무장관이었던 올브라이트는 '브로치 외교'로 알려져 있었다. 회담이 잘 안풀리면 거미 모양의 브로치를 단다든지 하는 식이었는데, 그녀가 김정일을 만났을 때는 브로치를 세 번이나 바꾸어 달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모자를 조금 들어올린 독수리 모양의 브로치를 달았다가, 다음에는 성조기 모양의 브로치로 바꿔 달았다. 그리고 저녁 만찬 때는 크고 작은 2개의 하트를 붙여 만든 브로치를 달고 나타났다(227쪽)" 브로치의 추이로 보아 회담이 만족스럽게 된 것 같은데, 실제로 올브라이트는 "김위원장은...진지하고 훌륭한 대화상대자였다"고 김정일을 추켜올렸다. 부시 대신 고어가 대통령이 되었거나, 북한과 미국이 조금 더 관계개선을 서둘렀다면 훨씬 좋은 결과가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리라.

이런저런 아쉬움은 있지만, DJ의 햇볕정책은 나름의 성과를 거두었다. 미국 공화당 매파와 코드가 일치했던 이회창 대신 노무현이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남북관계의 개선에 관한 좋은 징조로 보였건만, 집권 1년만 놓고 본다면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는 평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나 북한에 대한 공격을 뜻할 수도 있는 '추가적 조처'에 합의한 것은 좀 심했다는 생각이 든다. 탄핵으로 인해 생각지도 않는 휴식을 얻은 노무현, 그동안 그가 정신을 차려 DJ가 닦아놓은 남북화해의 길을 따라 더 힘차게 전진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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